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기분이 우울한 날은 서점엘 간다. 많은 책들에 파묻혀 있으면 왠지 포근하고 안전한 곳에 있는 편안함 마저 든다. 사방에 쌓인 책들이 내겐 보호막처럼 느껴지고 책에 열중한 다른이들이 상처 받은 내게 시선을 둘리도 없기에 다른 사람을 신경쓸  필요도 없다. 사람들 틈에 서서 그제야 한 숨 돌린 내게 활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럼, 아주아주 재미나는 책이나 슬퍼서 슬퍼서 눈물 날 정도인 책을 골라 집으로 돌아 온다. 한참을 책에 몰두해 낄낄 거리거나 울다보면 내속에 주먹만한 덩어리가 쑥 내려가듯 감정의 찌꺼기도 남김없이 웃음과 눈물에 녹아 내린다. 며칠전 속상한 일이 있어 서점엘 들렀다 "밤새도록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는 어느 독자의 맨트를 보고 이 책의 노처녀 주인공 안토니오를 만나게 되었다.

 

서른을 넘기고도 4년. 그러니까 그녀의 나이는 정확히 34살이다. 안토니아는 2년 정도 사귄 남자 친구 루카스와 함께 살고 있고 별문제는 없이 여느 오래된 연인들처럼 덤덤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차츰 '사랑해’라는 문자가‘올 때 식빵 좀 사와’라는 문자로 바뀌고, 야한 옷을 입고 남자친구를 유혹해도 그는 TV와 게임기에 빠져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녀를 생각해서 보내 준남자친구의 선물인 피트니스 센터 이용권은 ‘살 좀 빼’라는 말로 들리고, 가장 친한 친구 카타는 ‘2년 호르몬 이론'을 들이대며 남자란 동물은 연애한지 2년이 지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현재의 여자 친구와 미래를 함께할지 아니면 새로운 여자 친구를 찾아 나설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이자 그녀보다 나이도 훨씬 어린 환경 운동가 자비네가 옆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쯤되면 넋놓고 가만히 앉아 남자친구를 빼앗기게 될 판이다. 

 

결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전업주부로 살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안토니오. 전여자 친구로부터 남자 친구를 지키기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남자 친구가 자신에게 프러포즈하게 만들 기상천외한 음모(?)를 꾸미지만 정작 남자 친구는 별 반응이 없고, 급기야는 남친과 남친의 전 여친을 감시하기위해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의 모임에 참석하여 동물의 대량 사육을 반대하는 집회, 라인 강의 댐 공사 반대 집회, 일본의 고래잡이 반대 캠페인 등에 참석하고 공원 청소에도 나서보지만 사건은 점점 꼬여만 가고 그녀는 집을 나오고 마는데... 과연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보나마나 뻔한 해피앤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누구나가 공감할수 있는 30대 싱글 여성의 심리 묘사와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서로 사랑하는 둘의 사이를 보며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것이다.

 

오래사귄 남자친구가 아직도 프로포즈를 안했다면 자신에게 더이상 관심이 없는건지, 사랑이 시들해 졌는지, 혹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지 의심이 고개를 들 것이고 반대로 덜컥 남자친구가 결혼하자고 한다면 지금껏 누려왔던 자유를 포기하고 안착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래저래 남자친구가 원망스러운 주인공 안토니아의 고민은 30대 미혼 여성이 갖고 있는 딜레마가 아닐까 한다. 

 

“결혼은 따분해. 전업주부로 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그런데 왜! 뭐가 이렇게 불안한 거야! 그렇다고 왜 나한테 프로포즈 않하냐고"

주인공의 이말 한 마디에 따분한 결혼을 원하진 않지만 혼자 남겨지는게 두려운 현대의 싱글 여성들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웃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끊잉없는 안토니아의 엽기행각에 낄낄 거리고, 영화속 '엽기적인 그녀'의 여자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큭큭거리며 혼자 웃다보니 어느새 기분이 좀 풀렸다. 책이 위안을 주고 마음을 다독여 준다는 말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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