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폐인 - 남자의 야생본능을 깨우는 캠핑 판타지
김산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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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방학 때면 여지없이 온 가족이 크거나 작거나 자신이 들수 있는 최대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이사가는 것 마냥 거의 모든 살림살이가 낯선 곳으로 한바탕 이동을 마치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곳에 우리집을 지어야 했다. 바리바리 싸온 짐 중 가장 무거운 텐트, 요즘은 최첨단 소재로 가볍고 질긴 초경량을 자랑하지만 그 때는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아빠가 지고오신 젤 무거운 그놈으로 금새 뚝딱 근사한 집 한 채가 완성되면 우리는 좋아라 우르르 텐트 속으로 들어가고 배고픈 우리들을 위해 두분이서 식사 준비를 하셨다.

 

자가용도 없던 시절이라 버스와 배, 기차 등 대중교통를 이용하여 걷기 시작할 때부터 사춘기가 지나도록 매년 그렇게 우리가족은 집을 옮겼다.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어릴적 난 아빠가 텐트에서 생활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줄 만 알았다. 철들고 난 후에야 우리를 위해서 였다는 걸 알았다. 그땐 이미 아빠와 캠핑을 함께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대신 아빠가 어린시절 추억으로 내게 남겨주신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하고 늘 그렇게 하도록 남편과 노력해 오고 있다. 

 

등산, MTB, 걷기 그 중 등산을 제일 좋아한다.'캠핑폐인'의 저저는 여행과 캠핑 전문가로 '산과 사람'이라는 월간지를 통해 알고 있었다. 워낙 산을 좋아하다보니 매월 잡지 받아보는 낙이 쏠쏠하다. 당연히 저자의 캠핑사랑이 담긴 사진과 글로 싣은 포토 에세이는 책을 펼친 순간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 온게 당연한 일일 게다.. 강원도 인제와 정선에서 섬진강, 해남 땅끝까지 그리고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 우도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자연의 사계를 두루 실은 이 책은 멋진 배경과 생생한 감동이 우러난 글이 함께 어우러져 친구에게 받은 엽서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기분이다. 

여행전문기자를 한 때는 몹시도 부러워 했던 적이 있었다. 그이들은 무슨 복을 가직 태어났길래 일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산과 바다, 도시, 경치 좋다고 이름난 곳들은 두루 다닐까. 저자 역시 보통 사람들은 꿈도 꾸어보지 못한 오지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모두 다니며 여행을 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전 세계를 누비던 불태우던 열정과 방랑벽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캠핑 전문가로서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단다.

 

사람들은 하루 하루가 똑같은 일상을 잠시나마 잊기위해, 일탈을 꿈꾸듯 여행을 계획하지만 그게 직업인 저자는 우리와 같은 이유로 반복되는 여행은 일상이 되고 일로 전락해  더 이상 그의 야생본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나 보다. 결국 그는 그를 기다리는 가족품으로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여행은 곧 돌아옴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단다.

그가 가족과 함께 캠핑의 즐거움에 빠져 '캠핑폐인'이라는 책을 펴내게 될 정도로 캠핑 메니아가 되었고, 그는 이 책을 통해  캠핑을 떠나는 이유와 즐거움을 피력하고 있다. 자연속에서  편히쉬었다가는 목적뿐아니라 캠핑은 세상으로부터 일탈과, 잃어버린 야성을 회복하는 자연과의 특별한 만남의 시간이라 말한다.

“남자는 캠핑장에 도착한 순간 깨어난다. 자신의 DNA에 숨겨져 있던 야생의 본능이 살아난다. 이 사회가 자신에게 씌운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려고 든다. 남자가 휘두르는 망치는 그를 구속하고 주눅 들게 하는 이 시대를 향한 것이다.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게 만든 잔인한 사회를 향한 시원한 돌팔매질이다. 그런 강건한 사내의 의지는 아내에게 새삼 남편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그는 더 이상 돈 벌어오는 기계가 아니다. 온종일 구들장만 지고 있는 피곤한 중년이 아니다. 음식을 타박하고, 현실을 푸념하는 쩨쩨한 남자가 아니다. 그는 가정을 책임지는 든든한 울타리처럼 보인다. 세상사의 거센 파도가 덮쳐도 능히 이겨낼 것처럼 보인다. 텐트에 실루엣으로 비친 사내를 보라. 그는 당당하다. 그는 장수처럼 우람하다. 일찍이 그렇게 늠름한 아빠를, 남편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텐트와 살림살이를 지고 고생스럽게 떠나온 집, 아빠가 가족을 위해 해마다 고생스럽지만 즐겁게 캠핑길에 오르셨듯 우리 내외도 방학이나 연휴때면 최신식 호텔이나 그림같이 예쁜 콘도도 마다하고 차가운 바닥에 텐트를 친다. 그래야만 자연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적 느끼고 보듬던 그 자연을.

굳이 야생본능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던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한 박자 느리게 가는 시간 속으로  자연을 벗 하며 비로소 자연인임을 만끽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은 어느새 산으로 향하고 있다. 더치 오븐이 아니면 어떠리, 방금 그라인딩한 원두를 내린 커피 대신 일회용 커피라도 자연 속에서 마시면 그 어떤 비싸고 향 좋은 카피와 비교할 수 있을까.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말에는 가까은 산에 오랜만에 우리집을 옮겨가 볼까 한다. 그 곳에서 내 어릴적 캠핑에 관한 축억을 이제는 다커버린 아이들에게 주저리 주저리 풀려 봄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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