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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 이진우 교수의 철학적 기행문
이진우 지음 / 책세상 / 2010년 4월
평점 :
현대철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니체, 이성적 세계관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상과 철학과 예술 등을 아우르며 20세기의 지적영역의 기반을 닦아 놓은 철학자, 평생
방랑자임을 자처했던 자유로운 영원의 소유자.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신은 죽었다' 말한 남자. 루 살로메를 사랑했지만 평생 우정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니체.너무도 유명한 그를 그럼에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형이상학적이니 노마디즘이니 신의 부재니 초인과 영원회귀등 그와 마주 하기도 전에 주눅이 들고 만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는 오랫동안 니체를 연구해온 이 진우 교수가 니체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 보는 ‘철학적 기행문’이다. 니체를 직접 만나기 전에 작가의 관점으로 니체를 만나보고 그의 발길을 따라 니체의 숨결을 느껴 볼 수 잇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 책을 대한다.
철학과 음악, 철학과 유럽 도시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문화가 만난 철학속에 예술과 사유가 녹아든다. 곳곳에서 저자가 만난 니체와 니체의 글이 인용되어 있고 저자의 생각과 느낀바를 담고 있어 부담 없이 니체를 접하게 된다. 시각적 이미지로 니체와 마주하고 삶으로써 사유하고, 사유로써 살고자 했던 천재를 만나는 길을 저자는 결코 서두르지않는다. 삶과 사상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철저했던 철학자 니체. 철학은 현학이라고 보았으며,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인간,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사고를 펼치는 인간을 추구했던 고독한 니체의 삶을 그의 고통과 숨결이 살아있는 장소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단순히 니체와 관련된 기년관이나 관광지들을 둘러 보는 여행이 아니라 두 해 동안 니체가 머물렀던 유럽의 10여 개 도시를 직접 두발로 걸으며 몸으로 느끼고 그의 생각을 유추해 본다. 니체가잠들어 있는 곳에서부터 니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몸의 고통 속에서 사유에 대한 열망을 키웠던 요양지들, 사랑에 빠진 루 살로메와 함께했던 도시와 그녀와 여행했던 곳, 마부에게 채찍질당하는 말을 끌어안고 울부짖다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던 광장, 생의 말년을 보내고 숨을 거둔곳 등……. 니체의 삶의 궤적을 좇아가다 보면 결국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삶 그 자체를 위해 사는 니체의 최고의 긍정에 가 닿는다. 선과 악, 종교를 초월한 자유로운 초인과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에게 끊임없는 자기 극복의 ‘초인’을 가르치고, 삶의 매 순간을 신성하게 만드는 ‘영원회귀’를 가르치고 , 무엇보다 자기와 세계 전체를 긍정하라는 ‘운명애’를 가르친다. 앞으로도, 뒤로도, 영원토록 다른 것은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곧 운명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다.”-본문중-
육체적 고통으로 단련된 정신
니체는 아버지와 뒤이어 동생과 할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어린 나이에 삶의 비극을 알아버렸으며 평생 극심한 몸의 고통에 시달렸다. 견디기 힘든 구통과 구토, 현기증을 수반하는 발작, 실명위기의 시력. 그의 삶은 그야말로 고통이 연속이였음을 알 수 있다. 열여섯 살 연하의 지적인 여성 루 살로메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그의 유일한 벗은 고독이였다. 고통과 고독이 니체의 사유의 토대가 되고 그의 정신을 단련케 했다.
“나의 실존은 끔찍한 짐입니다. 이런 고통과 거의 절대적인 금욕의 상태에서도 정신과 윤리의 영역에서 매우 교훈적인 시험과 실험을 하지 쪾았더라면, 나는 이 짐을 이미 오래전에 던져버렸을 겁니다”라고 말한 니체
“고통 없이는, 학자는 될 수 있지만 사상가는 되지 못한다. 자신이 실존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해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 던져버리고 싶은 실존의 무거운 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하는 저자. 이를 통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육체의 고통에서 탄생한 위대한 정신의 산물이였음을 알게 된다.
영원회귀 사상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무한한 가치를 부여한다. 니체가 신이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우리의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최종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며 신의 부재로 인한 모든 것이 목표와 의미를 잃고 반복되는 삶속에 어쩌면 신의 존재를 그리워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우리가 사랑하고 자식을 낳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의 목표라면, 우리의 삶은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반문한다. 고통속에서도 치열하게 살고자 했으며 그럼에도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니체가 우리게 말하는 것 같다.
“사람은 짐승과 초인 사이를 잇는 밧줄, 하나의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건너가는 과정, 뒤돌아보는 것, 벌벌 떨고 있는 것도 위험하며 멈춰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교량이라는 점이다. 사람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하나의 과정이요 몰락이라는 점이다.” ― 니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가는 여행은 니체 철학에 대한 지적 탐구이자 저자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의 여행에 동참하며 니체의 초인이 아닌 인간 니체를 만났다. 이젠 그의 철학을 그의 사유를 편견 없이 만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