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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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학교가는 길은 걸어서 한시간 남짓이나 되었지만  동네 친구들과 함께 장난치며 수다떨다 보면 걸어가는 등교길이 즐겁기 때문에 지루하기는 커녕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친구와 함께 걷는 것 자체도 우리에겐 즐거운 놀이였음이다. 요즘 아이들은 걸어서 5분 거리에 학교가 있고 가까은 거리 마저도 차를 이용한다. 그들은 걷는 기쁨, 두발로 땅을 딛는 희열을 느낄 시간을 공부나 경쟁에 이기기위한 다른 활동으로 대체 되고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 브라운은 "놀이의 반대말은 일이 아니라 '우울함"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논다고 하면 불안해지고 좌불안석이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고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이룬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일게다. 

 

놀이의 재발견

그렇다면 자신의 일에 성공한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면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다양성과 도전에 대한 욕구는 성공에 따른 책임감에 파묻혀 버리고 즐거움을 잃어버린 무뎌진 영혼만이 존재할 뿐이다. 놀이와 일은 서로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다.우리는 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발견의 느낌과 자연스러운 흐름, 생동감도 필요하다. 또한 일을 통해 목적의식과 경제적 안정, 타인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 우리가 이세상에 필요한 존재이고 세상에 속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일과 놀이의 공통된 특징은 '창의성'이다.놀이와 일이 최대한 효과적으로 통합되면 우리는 세계와 우리자신을 이해 할 수 있게 되며 그것이 일에서 지속적인 쾌감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놀이 상태에 있으면 일과 괸련된 불안과 긴급한 목적느식에서 벗어나 능률성과 생산성을 개선할수 있다. 일터에서 사회작이 결속을 다지는데 놀이 만한 것이 없다. 결국 놀이 없이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이다.   

 

성공과 행복을 위한 열쇠‘플레이’
이 책에서는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지능을 발달시키고 신체적, 정서적으로 성숙해지며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기도 한다. 어릴적 놀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아이들중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놀이는 창의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미국 제너러르일렉트릭의 전 CEO인 잭 웽치는 재임 기간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60배나 올린 비결에 대한 물음에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제대로 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지 살펴보자.

 

상상력의 신화,이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리우는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와 영화사상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또 다른 신화를 만든 '아바타'의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잘 놀 줄 아는 능력’일 게다. “내가 잘 놀아야 소비자나 관객도 잘 놀게 할 수 있다”라며 상상의 세계를 그대로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이야말로 ‘놀이’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의미와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 배운 것을 더 큰 맥락으로 확대하여 세상을 보다 살기좋은 곳으로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즐겨라.놀이야 말로 행복과 성공의 열쇠이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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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이 너무 많다 귀족 탐정 피터 윔지 2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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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의 열혈 팬인 내게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은 어딘지 모르게 우아하고 세련된 전형적인 귀족의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가장 홈즈와 비슷한 인물임에 틀림없기에 '시체는 누구?'에이은 두 번째 시리즈 '증인이 너무 많다' 가 기대 되었다. 이미 한 사건을 해결한 피터 윔지 경이 피로도 풀고 휴식을 취하고저 휴양지를 찾았다가 형인 제럴드 덴버 공작이 살인 협의를 받고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는 범인을 밝혀내고 형의 무죄를 입증하기위해 급히 영국, 리들스데일의 고향마을로 돌아온다. 이 사건은 어김없이 파커 경감이 맡게되고 피해자는 다름아닌 여동생 메리의 약혼자 캐스카트다.

 

명백한 증거물 사건의 흉기인 제렐드의 총은 현장에서 발견되었고, 사건 당일 사냥을위해 덴버 공작의 저택에 머물던 사람들의 증언, 사건이 발생하기 전 캐스카트와 덴버 공작의 언쟁 등 모든 정황이 제럴드가 범인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어떤 이유인지 제럴드는 사실을 이야기하기는 커녕 자기변호조차 하지 않는다.그와중에 제럴드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 결정적인 증언을 한 여동생 메리는 병을 핑게로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다. 피터 윔지 경은 절친한 파커 경감과 함께 사건현장을 둘러보다 현장에서 고가의 다이아몬드 고양이 액세서리를 발견한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가족의 증언조차 믿을 수 없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위한 조사를 거듭 할 수록 상황은 점점 서형에게 불리해져만 간다. 과연 피터 윔지 경은 형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증인이 너무 많다'란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에는 유독 증인이 많이 등장 한다. 조사 과정에서 수상하고 미심쩍은 인물들까지 덧붙여져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지루해지던 순간 제3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웃 농가의 아름다운 부인과 그의 거칠고 난폭한 남편의 등장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닺게 된다. 형의 무죄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증거가 하나 둘씩 쌓이게 되고 증언들을 만난 후 파커와 윔지경은 날카로운 통찰력과 추리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분석하고 편집하고 재구성해 가는 세세한 추리과정은 정통 탐정 추리물이 지닌 묘미가 아닌가 한다. 이들의 냉철한 이성과 지적인 추리과정을 따라가며 이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들여다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사건의 계연성과 인물들의 행동이 자칫 비현실적일 때도 있지만 그것 마저도 인정하며 읽다보면 느린의 미학을 맛보게 될것이다.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지루하고 재미없을 지 모르겠지만 사건 자체보다 인물들의 성격, 시대적 상황이나 섬세하게 묘사된 그 시대의 의상, 멋진 배경을 주목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적 게임을 즐기다보면 현대추리물에서와는 달리 잔잔하고 푸근한 섹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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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차라투스트라를찾아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 이진우 교수의 철학적 기행문
이진우 지음 / 책세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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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철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니체, 이성적 세계관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상과 철학과 예술 등을 아우르며 20세기의 지적영역의 기반을 닦아 놓은 철학자, 평생 

방랑자임을 자처했던 자유로운 영원의 소유자.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신은 죽었다' 말한 남자. 루 살로메를 사랑했지만 평생 우정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니체.너무도 유명한 그를 그럼에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형이상학적이니 노마디즘이니 신의 부재니 초인과 영원회귀등 그와 마주 하기도 전에 주눅이 들고 만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는 오랫동안 니체를 연구해온 이 진우 교수가 니체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 보는 ‘철학적 기행문’이다. 니체를 직접 만나기 전에 작가의 관점으로 니체를 만나보고 그의 발길을 따라 니체의 숨결을 느껴 볼 수 잇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 책을 대한다.

 

철학과 음악, 철학과 유럽 도시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문화가 만난 철학속에 예술과 사유가 녹아든다. 곳곳에서 저자가 만난 니체와 니체의 글이 인용되어 있고 저자의 생각과 느낀바를 담고 있어 부담 없이 니체를 접하게 된다. 시각적 이미지로 니체와 마주하고 삶으로써 사유하고, 사유로써 살고자 했던 천재를 만나는 길을 저자는 결코 서두르지않는다. 삶과 사상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철저했던 철학자 니체. 철학은 현학이라고 보았으며,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인간,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사고를 펼치는 인간을 추구했던 고독한 니체의 삶을 그의 고통과 숨결이 살아있는 장소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단순히 니체와 관련된 기년관이나 관광지들을 둘러 보는 여행이 아니라 두 해 동안 니체가 머물렀던 유럽의 10여 개 도시를 직접 두발로 걸으며 몸으로 느끼고 그의 생각을 유추해 본다. 니체가잠들어 있는 곳에서부터 니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몸의 고통 속에서 사유에 대한 열망을 키웠던 요양지들, 사랑에 빠진 루 살로메와 함께했던 도시와 그녀와 여행했던 곳, 마부에게 채찍질당하는 말을 끌어안고 울부짖다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던 광장, 생의 말년을 보내고 숨을 거둔곳 등……. 니체의 삶의 궤적을 좇아가다 보면 결국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삶 그 자체를 위해 사는 니체의 최고의 긍정에 가 닿는다. 선과 악, 종교를 초월한 자유로운 초인과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에게 끊임없는 자기 극복의 ‘초인’을 가르치고, 삶의 매 순간을 신성하게 만드는 ‘영원회귀’를 가르치고 , 무엇보다 자기와 세계 전체를 긍정하라는 ‘운명애’를 가르친다. 앞으로도, 뒤로도, 영원토록 다른 것은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곧 운명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다.”-본문중-

육체적 고통으로 단련된 정신
니체는 아버지와 뒤이어 동생과 할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어린 나이에 삶의 비극을 알아버렸으며 평생 극심한 몸의 고통에 시달렸다. 견디기 힘든 구통과 구토, 현기증을 수반하는 발작, 실명위기의 시력. 그의 삶은 그야말로 고통이 연속이였음을 알 수 있다. 열여섯 살 연하의 지적인 여성 루 살로메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그의 유일한 벗은 고독이였다. 고통과 고독이 니체의 사유의 토대가 되고 그의 정신을 단련케 했다.

 

“나의 실존은 끔찍한 짐입니다. 이런 고통과 거의 절대적인 금욕의 상태에서도 정신과 윤리의 영역에서 매우 교훈적인 시험과 실험을 하지 쪾았더라면, 나는 이 짐을 이미 오래전에 던져버렸을 겁니다”라고 말한 니체

“고통 없이는, 학자는 될 수 있지만 사상가는 되지 못한다. 자신이 실존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해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 던져버리고 싶은 실존의 무거운 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하는 저자. 이를 통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육체의 고통에서 탄생한 위대한 정신의 산물이였음을 알게 된다.

영원회귀 사상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무한한 가치를 부여한다. 니체가 신이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우리의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최종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며 신의 부재로 인한 모든 것이 목표와 의미를 잃고 반복되는 삶속에 어쩌면 신의 존재를 그리워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우리가 사랑하고 자식을 낳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의 목표라면, 우리의 삶은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반문한다. 고통속에서도 치열하게 살고자 했으며 그럼에도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니체가 우리게 말하는 것 같다. 

 

“사람은 짐승과 초인 사이를 잇는 밧줄, 하나의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건너가는 과정, 뒤돌아보는 것, 벌벌 떨고 있는 것도 위험하며 멈춰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교량이라는 점이다. 사람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하나의 과정이요 몰락이라는 점이다.” ― 니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가는 여행은 니체 철학에 대한 지적 탐구이자 저자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의 여행에 동참하며 니체의 초인이 아닌 인간 니체를 만났다. 이젠 그의 철학을 그의 사유를 편견 없이 만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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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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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기고 통쾌한 추리소설은 처음이다. 읽을 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 "웃다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어느 독자의 말이 괜한 허언이 아닐진데 웃기기보단 시원함이 더하다. 그동안 추리소설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들을 이 책에서 대신 콕집어 비판해 주고있다. 처음에 이건 아닌데, 그동안 읽어 왔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라 의아해했지만 그 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어릴적 친구집에 놀러가 처음 봤던 명탐정 홈즈, 그 후로 홈즈 시리즈의 메니아가 되었고 교실에서 분실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어김없이 수사(?)에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곤 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홈즈보단 와튼과 괴도루팡이 더 매력적이란 생각에 그들을 더 좋아한다. 여러 권의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눈치채거나 작가와 독자 사이에 알게 모르게 적정한 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똑똑한 사립 탐정과 사건의 단서, 결정적인 증거물들을 등한시 하거나 놓치는 실수를 범하는  경찰과 이를 놓치지 않는 명석한 탐정의 등장, 패쇠된 공간 즉 고립된 무대에서 발생하는 밀실 사건, 알리바이 트릭, 죽어가는 순간에 남기는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 사건의 도구 등등. 추리 소설을 읽다보면 어김없이 등장하게 되는 설정들이다. 이들 설정이 어설프거나 간혹 말도 안되는 것일 지라도 참고 읽어야만 한다. 알아도 모른 척, 뻔한 걸 왜 빙빙 돌려 말해야 하는지,  독자들도 아는 사실을 왜 경찰은 모르는 건지, 범인을 알고 있다면 직접 검거할 일이지 용의자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아 놓고 범인을 지목해야만 하는지...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늘상 의아하게 생각했던 일들을 낱낱이 파헤쳐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이렇게 모든걸 다 밝혀도 괜잖을지, 다른 추리 소설 작가들에게 지탄을 받지나  안을지 내심 걱정 될 정도다. 그럼에도 통쾌하다. 기존의 방식을 뒤엎고 진실을 밝히는 시원함이야말로 이 책의 매력이자 미덕이다.

추리 소설속 비현실적인 설정
명석한 두뇌,뛰어난 판단력의 명탐정 텐카이치 다이고로와, 지방 경찰 본부 수사과에 근무하는 오가와라 반조경감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12개의 살인 사건을 차례로 해결해간다.

“명탐정 소설에는 터무니없는 논리를 펴는 형사가 반드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빈번히 등장한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다. ……진범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않아도 되고, 사건 해결의 열쇠를 놓쳐도 아무 문제없으며, ……하지만 알고 보면 이렇게 힘든 배역도 없다. 우선 범인을 알아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나는 절대로 범인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주인공인 덴카이치 탐정의 역할이므로, 그가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하기 전에 내가 사건을 해결해 버리면 탐정 소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아니, 뭐 이런 경감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솔직한 자기고백이다. 너무 자조적인가? 어찌되었든 소설은 탐정과 경감의 두 주인공을 축으로 서로 대립되는 의견차이을 보이며 수사를 진행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각 사건 마다 뻔한 이야기, 상투적인 설정과 소설 곳곳에 드러난 자연스럽지 못한 면들을 비판하기도 하며 그렇게 그들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그 패턴이 될 것 같네요.”
“그럴 거야. 이 작가는 그 패턴을 꽤나 좋아하지. 하지만 말이야……”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흔히 사용되는 폐쇄된 산장, 공교롭게도 산장은 언제나 폭설로 고립되고, 또다른 장소인 외딴섬의 별장도 폭풍우로 늘 고립된다. 도대체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너무도 간단 명료하다. 사건의 무대를 고립시키면 용의자를 소수로 한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외부인의 범행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성립 불가능한 범죄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선명히 어필할 수 있다는 사실. 한마디로 고립은 작가 편의에 의해 자주 선택되는 패턴중 하나일 뿐이라니...

그럼 또다른 패턴‘다잉(Dying) 메시지는 어떠한가? 
“작가 입장에서는 아주 쉽게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서스펜스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으니 편리하겠지.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져.”
"...그냥 범인의 이름을 정확히 써 놓으면 안 되나요?” - 본문 중에서

맞다. 굳이 죽어가는 사람이 그것도 암호로 단서를 남길 필요가 있겠는가, 작가는 이런 식으로 추리소설이 지닌 비현실적인 설정들과 패턴을 분석하고 농담과 웃음속에 그의 반성이 숨겨져  있고, 유행하는 패턴만을 빌려다 적당히 독자를 속이는 것은 독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며 기만하는 행위임을 비난하고 있다. 

미스터리제왕이 기존의 추리소설에 한 방 날리다? 
12가지의 사건들로 추리 소설의 모든 패턴을 열거하여 추리 소설의 규칙과 형식을 분석하고 매 편마다 서로 다른 패턴과 상황을 전개하여 마치 12권의 추리소설 시리즈를 읽은 기분이다. 미스터리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기존의 추리 소설을 비판하고 야유를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제왕이기에 기존의 평범한 또는 기준 미달의 추리소설에 한방 날리기위해서 일까? 식상한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일까? 아니다. '명탐정의 규칙'을 웃으며 읽다보면 웃음속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그의 통찰력과 자아반성과 비판의식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주머니속에 감추어도 드러나는 날카로운 송곳과도 같으니 절로 낭중지추(錐)란 말이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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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와 파수꾼의 탑 치우 판타지 시리즈 2
이준일 지음 / 문학수첩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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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판타지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토종소설, 1억 원 고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의 당선작가 이준일의 작품 '치우와 별들의 책'을 기대와 설레임을 갖고 읽어 보았다. 우리도 당당히 세계시장에 내 놓아 뒤지지 않는 판타지 작품이 나올 때도 됬다고 생각했다.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며 다소 부족한 점들을 달랬었는데, 두 번째 시리즈 '치우와 파수꾼의 탑'이 출간되었다.


전편의 배경이 마법사의 땅 가이아 랜드라면 이번엔 뉴욕과 서울, 세상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북극 등 국제무대로 장소를 확대하여 스케일이 커졌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우연히 파수꾼을 만나 태평양 한복판 가이아 랜드에 떨어지게된 치우가 마법력을 얻고 악녀 메데스티에 맞서 싸워 가이아 랜드를 위기에서 구한 후, 엄마의 저주를 풀기위해 가이아 랜드를 보호하는 마법 장막을 넘어 집으로 돌아간 전편에 이어 1년의 세월이 지난 후, 서울에 나타난 올리비아.

 

치우가 떠난 후 가이아 랜드의 마법 장막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고, 땅은 생기를 잃어 더 이상 마법 열매를 맺지 못하고 가이아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 간다. 가이아 랜드를 구하기 위해서는 마법 장막의 원동력이자 다섯 선조 중 하나인 헤르나의 기억이 꼭 필요하기에 올리비아는 치우를 찾아 가이아를 떠나오게 된 것이다.

 

한편,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악녀 메데스티는 북극에서 파수꾼이 남긴 불사불멸의 마법으로 불사의 군대를 조직해 인간 세계를 정복할 계획을 진행 중이다. 불사의 육체를 탐하는 마법사 타우렌, 존재해서는 안 되는 힘을 탐하는 파수꾼 카이스등이 새로이 등장해 한판 마법의 대결을 펼치고 마법 장막을 뚫고 인간 세계로 나온 불사의 마법사 군대와 인간이 현실 세계와 환상을 오가며 한판 전쟁을 벌인다. 악의 세력으로 대표되는 마법사 메데스티와 치우와의 마법 대결, 올리비아와 가짜 올리비아가 서로 진짜라 우기녀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반전. 전편에 이어 등장한 마법짐승 파치와, 새로이 여섯 날개의 마법새 우스퍼, 외눈박이 꽃 앰블 등 상상속의 생물들의 등장. 해저 속 파수꾼의 탑은 판타지 소설에 제미와 흥미를 증가 시킨다.  

 

가이아 랜드가 마법 장막의 보호 아래 수천년 이어 올 수 있었던 베일에 싸인 비밀이 벗겨지고 헤르나의 기억이 역시 알려진다. 물론 악에 맞서 용감한 주인공 치우는 세상을 구하고 마법의 세계도 구하게 된다. 하지만 난데없이 등장한 로봇태권 V와 거대한 석상의 결투신이라니 황당할 따름이다. 가이아의 비밀 역시 아이들이 이해와 관심을 끌기엔 다소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어찌 첫술에 배부르기를 바랄까마는 게임이나 케릭터, 에니메이션 등 수 많은 컨텐츠를 고려하여 보다 나은 아니 전세게에 사랑 받는 판타지 소설로 거듭나기 위해서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수상작이 회를 거듭 할 수록  한국의 역량있는 판타지 작가들의 우수한 작품을 배출해 낼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치우의 다음 모험도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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