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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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닟설지 작가는 현대 소설 기법을 확립한 영국 소설의 전통을 이어가는 작가로 극찬 받는 헨리 제임스다. 사실 여름밤 호기심에서 몇 권 읽어본 오멘이나 엑서시스트를 제외하곤 유령이 등장하는 책은 읽어본 적도 없거니와 관심 밖이라 작가의 명성에 기대 우연히 읽게 되었을 뿐이다. 이 책 <나사의 회전>은 중반부로 접어설 때까지도 제목이 뜻하는 바와 유령을 다루고 있음에도 책을 덮느 순간까지도 유령의 존재를 믿어야 할지, 아니면 이 책의 화자이기도한 가정교사의 환상일 뿐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유령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이소설은 심리소설에 더 가깝다. 인간의 심리 상태와 의식의 흐름을 이토록 섬득하고 매력적으로 서술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발레, 오페라, TV 드라마, 영화 등으로 재탄생되었며 여러 예술 분야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켞다고 한다.

 

이 괴이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는 젊은 여성이 영국의 시골 저택에 어린 두 남매의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가정교사인 1인칭 시점에서 그녀의 체험담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그녀의 내면의 세계와 심리의 흐름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오래된 저택에서 그녀의 제자인 아름답고 순진무구한 어린 남매와 더불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그녀는 유령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제자들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그 유령들이 나타났다고 믿게된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 한다. 사고로 인해 시체로 발견된 사악한 하인 퀸트와 그와 모종의 관계가 있던 미모의 전 가정교사 제슬의 유령은 정말 아이들을 타락시키려 했을까? 

 

소설속 유령은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과 가정교사에게만 모습을 드러낼 뿐. 왜 그들이 나타났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다. 그리고 아이는 유령의 존재를 부정한다. 이때문에 혹여 유령은 가정교사의 착각과 환영일 뿐인지 헷갈리게 된다. 가정교사만이 유령의 존재를 본 유일한 목격자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정신착란 증세나 환영을 보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가는 그야말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그로인하 논란도 기꺼이 감수하려는듯 보인다.  유령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가정교사의 환상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이들은 과연 선하기만한지. 독자의 판단에 맡길 뿐이며 곳곳에 깔린 수많은 복선과 암시적 내용에 사건은 모호해지고 베일에 싸인 유령의 존재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유령의 영향력에 소름끼치는 공포와 불길함은 한층 더해진다.

작가는 한정된 공간과 최소한의 등장인물 만으로 읽는 이의 불안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그들의 행동이나 심리, 놀라움의 심연까지 파헤치고 있다. 분명 한적한 시골 대저택을 배경으로 유령과 맞딱뜨리게 된 초보 가정교사와 사악한 유령의 존재로부터 때묻지 않은 어린 남매의 영혼을 지키려는 명백한 사명감과 교사의 애정어린 분투기지만 일반 통속적인 유령 이야기와는 분명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작가의 심리묘와 독특한 전개방식 때문일게다. 인물 내면의 심층부에까지 파고드는 예리함과 섬세한 표현은 어찌나 교묘한지 넋을 잃고 인물에 집중하게 만든다. 

 

애드거 앨러 포우의 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소름끼치는 전율이 온몸을 오싹하게 한다. 명확한 결론은 없지만 그것이 되려 내겐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고전의 가치를 일깨워준 최고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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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읽는 생명의 역사 - 137억 년간의 생성과 소멸 그 순환의 기록
하랄트 레슈.하랄트 차운 지음, 김하락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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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생명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제목에 혹해서 게다가 그리 많지않은 분량(?)에 선듯 펼쳐 본 이 책은 '하루만에 읽는생명의 역사'란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깊이 있고 내용도 만만치않다. 생명체는 도대체 어디서 생겨났으며, 우주는 왜 생성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다만 그 의문에 속시원한 답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궁금할지라도 묻어 놓을 수밖에 별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식의 질문에 해답과 생명탄생의 베일을 벗기고자 우주선을 타고 안전하고 빠른 속도로 시간을 여행하면서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은하, 별, 행성의 생성과 생명체의 탄생과 발달, 그리고 인간 의식의 형성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천체물리학자이자 자연철학자인 하랄트 레슈 박사와  역사학 박사이자 우주론, 천체생물학, 고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프리랜서 과학 저널리스트 하랄트 차운 박사의 안내로 빅뱅에서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 생명체의 발달 과정을 추적해 연대순으로 특별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여행의 출발점은 당연히 빅뱅에서 시작한다. 무에서 물질이 생성되고, 최초의 생명체가 생성된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를 어떻게 정확히 알수 있을까. 지구의 나이는 지구의 암석을 방사선을 측정하여 예측할 수 있다고 배웠지만 지구가 탄생하기도 전의 우주를 어떤 방식으로 예측하고 분석하는지 궁금했었다. 

과학자들은“우주에서 관찰할 수 있는 빛나는 물질, 곧 별이나 성간가스 또는 먼지에 존재하는 물질의 현재 중간 밀도는 빅뱅 시나리오를 강력히 뒷받침해준다”면서 “무엇보다도 운석의 방사선 붕괴를 분석하거나 구상성단의 발달 시기 또는 백색왜성의 냉각을 분석하여 우주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빅뱅 후 137억 년 만에 이루어진 관찰 결과 우주가 137억 년 전 어느 날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스상태의 이산화탄소와 뜨거운 상태에 거의 4만 년간 계속 비가 퍼부었니. 제곱미터 당 매일 3,000리터의 비가 내린 양이니 가히 퍼부었다는 표현이 이해가 된다. 그런 상태에서 노아의 방주를 만들 틈도 없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속적인 강우로 인해 원시 지구 대기에 많았던 이산화탄소는 씻겨가고 온도 또한 내려간다. 비로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을 것이라 말한다. 원시 스프에세 진핵세포와 원핵세포, DNA에서 인간의 조상으로 진화하기까지의 긴 시간을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인류의 조상과 맞딱뜨리게 된다.

수백만 년 후 미국의 지구화학자 폴 아벨은 오늘날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래톨리에서 초기 인류 세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이 세 사람을 오늘날 살아 있는 인류의 최초인‘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 간주한다. 이 원숭이같이 생긴 인류의 조상이 화산재를 헤치고 걸어가며 남긴 발자국이 언젠가 세계사에 중대한 의의를 지닌 화석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리라.

오늘날 우리의 관심은 세계를 넘어 우주로 확대되면서 외계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힘을얻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빅뱅 후 우주의 어느 행성에서 다른 지적 생명체가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정당하다”면서 “생명체에 널리 받아들여지는 원리가 우주에 있다고 하면 ‘강한’ 인류 지향 원리는 이제 ‘인간-외계인-우주의 원리’라고 이름을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외계 생명’이란 개념이 우리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폭 넓게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했느냐에 관해 우리에게 설명하고자한다. 정보의 홍수와 많은 이론들 사이에서 이렇듯 명쾌하게 이해하기 쉽게 빅뱅으로부터 시작하여 기나 긴 우주의 역사를 풀어 쓴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 물론 짧은 독서량과 얄팍한 지식 탓도 있겠지만 큰맘 먹고 읽어본 책들은 별들의 생성과 죽음 그리고 지구와 달의 탄생에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기에 다소 지루하고 어렵단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 책으로 하여 생명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게 된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도 지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지만 “우주가 살아가야 할 무한히 긴 시간에 비추어보면 생성과 소멸의 역사는 방금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저자의 말대로 우주의 어딘가에선 다른 생명체에의해 그들의 역사가 쓰여질지도 모르겠다. 비록 하루만에 읽지는 못했지만 두터운 전문서적을 통해서도 못 이룬 생명 탄생의 비밀을 접할 기회를 얻었음에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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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 CEO가 읽는 클래식 2
홍상훈 지음 / 새빛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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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고민과 갈등을 내려놓고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답이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과 어지러운 마음이 정리되고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한 발 뒤로 물러섬을 현대인들은 뒤쳐질까 두려워 내딪지 못함이리라. 누구나 살다보면 이쪽 아니면 저쪽을 선택하는 기로에 놓일 때가 있다. 매번 선택하는 결정이지만 늘 강요된 선택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고민에 빠뜨린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점쟁이를 찾기도 하고 운을 실험하기도 한다. 반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고민과 갈등을 앞서 살았던 선배나 옛 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통해 배우기도 한다. 

 

'한시로 배우는 마음경영'이란 이 책은 특히 한시속에 숨겨진 옛 성인들의 가르침을 한 수 배워 보고 덤으로 맛깔나는 한시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한시의 원문을 싣고 그뜻을 풀어놓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작자의 역사적 배경과 현대적 해설을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있기에 설령 한문을 잘 모르거나 한시에 문외한이라 지례 겁먹을 필요없이 누구나 쉽게 읽혀질 것이다. 

 

일상적인 감정에 따라 4개의 큰 주제로 구분하여, 1장 어렵구나, 인생길 에서는 삶의 순간마다 고통이고 번뇌의 연속이지만 고통과 번뇌마저도 인생의 일부임을 깨닫고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담고 있다. 2장 들끓는 감정을 녹이는 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을 아는 것이 곧 힘이라고 말한다. 이 장에 언급된 한시들은 자기자신을 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갖던 성인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3장 이 꽃 꺾어 누구에게 주리오에는 유교 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가족과 벗, 애인과의 이별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내용인지라 가슴 절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마지막 4장 더 치열한 삶을 위하여는 어려움이나 어떠한 고난에 부딫힐지라도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야기로 실패와 좌절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가라는 위안과 용기를 준다. 

 

얼마전 읽었던 노자의 <도덕경>의 한 귀절인 “현란한 색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요란한 소리는 귀를 먹게 하며, 갖가지 맛은 미각을 잃게 하고, 사냥하며 치달리는 것은 마음에 광기가 나타나게 하고, 얻기 어려운 재물은 행실을 나쁘게 만든다. 그래서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그저 배를 채우려 할 뿐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딴엔 그저 반갑기만 하다. 노자는 보고 듣고 맛보는 것에 현혹당하는 마음의 탐욕을 경계하고 있다. 

 

'삶이 비록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쉬킨의 시가 떠오르는 건 좀 생뚱앚긴하지만 한시 또한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둥바둥 살던 삶에 잠시 쉼표를 찍을 여유로움을 갖게 한다. 사는 게 힘겹고 골치 아플 때는 이따금 이목구비를 닫고 세상을 관망함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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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그 두 번째 이야기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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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었던 아름드리 나무의 무성하던 푸른 잎이 어느덧 누렇게 변하고 찬바람에 맥없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가하며 나이듦에 뚠금없이 눈물이 핑돈다. 어찌 나이드는 것을 슬퍼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나 혼자 뿐이겠는가. 잘 살다 후회없이 떠날 수만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누구에게나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살기란 그리쉽지만은 않은 일 일게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에 이은 저자의 두 번째 이야기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은 이 세상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열두 명의 마지막 모습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그들의 사연은 어찌보면 그리 특별하지도 눈물겹지도 않다. 그저 매일의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서 떠나보내는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평범한 그들에게 무엇이 있기에 편안한 영혼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까.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단 한 번도 고통을 호소하지 않고 오히려 고통의 반대편에 서 있는 듯, 마치 이 세상 모든 번뇌를 초월한 듯 아주 편안해 보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상태가 안좋은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표정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오늘도 괜찮습니다.”라고 답하는 불굴의 인내력과 정신력을 보이던 환자,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간직하고  어느 귀부인보다 더 우아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하던 사람, 고통의 순간에도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입술을 간직한 사람, 젊은 날 교만했으나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던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 묵묵히 남을 돌보며 기뻐하던 사람이나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공인으로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던 사람, 자살미수로 두번째 삶을 살게되 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 행복하던 남자. 평생 아픈 사람을 돌보다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하고 육신은 허물만 남았음에도 여전히 간호사로 쌓은 지혜를 전하고자 한 아름다운 노간호사의 모습에서 끝내 꾹꾹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한 번 나온 눈물이 자꾸만 멈추질 않는다.

“이거 보세요. 여기 또 혈관이 보이네요.”
A는 변함없이 미소를 짓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내가 찌른 그 곳이 적소가 아님을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선배로서 가르침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분명 후자일 것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미안해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은 환자한테 너무 미안해해도 안 돼요. 아, 여기 괜찮을 것 같은데!”
(p. 158)

인생의 힘든 여정을 모두 감내하고 꿋꿋이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살며 잊을 수 없는 소소한 추억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 그들이 남긴 웃음과 커다라 감동을 가슴에 소중히 담으며 그들의 죽음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들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행복해 보였다.  남은 시간 동안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했고, 행복하고자 했으며 죽음과 맞닥뜨린 생의 끝에서 더 용감했던 그들은 마지막 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있음에 감사했고 생에 기뻐할 줄 알았다. 나 또한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세상에 태어날 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떠날 때는 순서가 따로이 없다는 말처럼 어느 순간 우리에게 죽음이 닥치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승의 삶에 미련이 많은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다고 회피하고 남의 일인양 등한시하며 죽음과 되도록 멀찍이 떨어져 살고자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이 책의 마지막 열두 번째 감동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라며 우리 자신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 놓았다. 생의 남은 시간 동안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선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죽음을 넘어 세상에 감동을 남기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몫이며 그것이 열두 번째 주인공이 되기위한 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누군가의 기억속에 사랑과 존경의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세상 떠나는 날, 최선을 다해 살았노라고,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후회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주저없이 말하고 싶다. 그헣게 살고자 노력하련다.

 
‘뭔가를 누군가에게 전하자. 뭔가를 세상에 남기자.’
사람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에게 새기기 위해 살아간다.
이런 생각의 조각들이 모여 미래의 결실을 맺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간절히 필요한 마음가짐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남기는 일이 아닐까?
(pp. 23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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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여인숙 - 어느 섬 여행자의 표류기
이용한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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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서해안 가까이에 살고 있던 괸계로 여름휴가지는 무조건 인근 섬이였다. 그렇다고 바닷가에 살았던 것은 아니기에 버스타고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놓치지 않기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잠에서 덜깬 눈을 비벼가며 며칠 전부터 식구수 대로 바리바리 싸놓은 짐보따리를 하나씩 둘러메고 당최 줄어들 것같지 않은 줄의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졸며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극성을 떤 덕분에 왠만한 섬들은 모두 가보았다. 최근에 가본 섬은 어릴적 기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내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엇다. 배를 대기조차 어려워 작은 낚시배에 옮겨타고 경운기로 한참을 털털거리며 비포장 도로를 달린 끝에 만난 청정 해역은 천상낙원과 다름 없엇거늘. 길에서 새벽잠 설치며 고생한 보상이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기에 우리가족은 다신 섬에가지 말자고 다짐해 놓고선 중독처럼 다음헤에도 어김없이 섬을 향해 영어가 회귀하듯 꾸역꾸역 짐을 싼다.

 

14년간이나 국내외 오지를 떠돌던 이용한 시인이 섬에 매료되 매번 섬을 찾았던 감동을 고스란히 담은 그의 여행 에세이 <물고기 여인숙>을 읽으며 그의 마음을 알수 있음은 나 또한 몸은 여기 육지에 메여 있어도 섬이 그립기 때문이다. 

 

오래 섬을 떠돈 자에게 바다 냄새는 환각과 같다. 때때로 끈적끈적하고 뭉개진 듯해서 만져질 것만 같은 이 냄새에 취해 나는 무던히도 배를 탔다. 생각해보면 바다 냄새는 단순히 바다에서 나는 것만이 아니었다. 갑판에 칠이 벗겨진 오래된 페인트 냄새며, 섬사람들의 살냄새와 차도선 바닥의 착 달라붙은 생선 비린내 따위가 적당히 버무려진 야릇한 냄새가 바로 바다 냄새였다. 그리고 이 냄새는 종종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골방까지 따라 들어와 불쑥불쑥 나의 후각을 자극하곤 했다. 어떤 날은 신발장에 고이 넣어둔 신발에서 그 냄새가 났고, 카메라 가방 속의 렌즈 후드에서도 그 냄새가 났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또 나는 섬으로 가기 위해 짐을 꾸리곤 했다.
(/ p.23)

청산도, 증도, 우도, 울릉도, 독도 등 우리에게 이미 알려진 섬들과  도초도니 낙월도, 추자도, 횡간도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거나 일반인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포함한 엄연히 우리나라에 적을 둔 서른네 개의 섬들을 담고 있다. 마음은 그곳으로 가고 싶지만 푸른 바다를 담은 사진만으로도 가슴속이 다 시원해져 온다. 


저자는 여느 관광객들과는 달리 섬의 숨겨진 속살을 들춰내 보이며 숨은 비경을 소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뭍에서는 볼수 없는 섬만의 고유한 문화와 섬사람들의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와 그곳 사람들의 살가운 정이 전해져 온다. 

 

저자는 특히 섬에서는 며칠씩 남자들이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일단 초분에 조상을 모셨다가, 상주가 돌아온 후에 정식으로 다시 장례를 치르는 초분이라는 섬 고유의 매장 풍습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출어를 나갔던 자식이 돌아와 부모의 주검을 볼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초분에 모신 주검은 3년 정도 두었다가 뼈만 가려 추려서 다시 이장을 했으나, 선산이 없거나 이장 비용이 마련되지 못한 경우에는 몇 십 년씩 초분을 유지하기도 했단다. 초분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애정으로 시작한 섬 여행이였다고 털어 놓는다. 자꾸만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소중한 우리나라 섬문화를 기록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섬을 여행하면 할수록 기록에 대한 목적의식이나 강박감은 느리게만 가는 섬사람들의 시간을 닮아 그곳 시계를 따라 느리게 바뀌게 되었다. 섬만이 가진 느림의 미학과 때묻지 않은 풍광이 섬을 찿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금일도에서 처음 만난 잘피밭, 그게 금일도 사람을 먹여 살린단다. '진저리'라고도 불리는 잘피는 밀물에는 잠겨 있다가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며  펄 속에 뿌리를 내려 바닷속 모래의 침식과 씻겨나감을 막고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정화해 바다의 부영양화와 적조현상을 막아준단다. 금일도 주민들은 이 잘피밭에서 청각을 채취해 살아가니 잘피가 갯벌을 보살피고, 질 좋은 청각을 키워내니 분명 사람들은 질피 덕을 톡톡히 보는거다. 

민퉁선 지역의 볼음도도 아직 못가본 곳중 하나다. 배를 마음대로 부릴 수 없는 주민들이 갯벌에서 갯것을 채취해 생계를 연명한다. 볼음도 갯벌은 전 세계 1,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의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소금섬이라 불리는 증도에서 염전을 일구는 사람들의 모스을 볼 수 있고, 새우잡이가 한창인 임자도 전장포구와 아직도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곳 하태도, 우도, 추자도 등을 소개하며 힘든 물질로 해녀들의 수는 감소하고 지금의 그녀들이 아마도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안타가운 마음에 울적해진다. 사람들의 손을 타고 자연이 훼손되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곳에선 여전히 자연에 의탁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삶이 있다


 

노란 유채게 흐드러지게 핀 청산도와 상조도 도리산전망대, 거문도 드대길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며 바람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아름다운 여서도 돌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직접 그가 찍은 사진들은 그곳에 가고픈 마음의 불을 당기기에 충분하다, 굳이 푸르스트의 말이 아니여도 어린시절 추억이 비릿한 바다내음과 함께 떠올라 가슴이 아릿해져 온다. 지금은 함께 할 수 없지만 소중한 추억을 내게주신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나 섬의 풍경 한 귀퉁이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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