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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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 유행을 타는지 최근 강남 압구정을 배경으로한 선택받은 자들의 향락문화 즉, 오렌지문화라 일컷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심심잖게 활자화 되고 있다. 이젠 공공연히 드러내 말할 때도 되었다고 여겨지는 건지, 사람들의 생각이 너그러워지고 웬만한 자극에는 반응도 하지 않을만큼 무뎌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생활고에 못이겨 실연의 아픔으로, 때론 정신적 우울증으로 자실하는 일들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고 유명 연애인이나 거물급 정치인들이 아닌바에야 활자화되지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도 못한다. 

 

'압구정 소년들'은 소설의 제목과도 같이 대한민국 부의 상징인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서연희라는 유명 여배우의 자살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자살 소식을 듣고 압구정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속속 그녀의 빈소를 찾는다. 오랜만에 모인 이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압구정 소년들’이란 이름으로 결성된 스쿨밴드는 네 명의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주축으로 결성되었으며 음악은 그들에게 출세를 담보로한 무한경쟁과 강남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유일한 출구이기도 하다. 일명 90년대 강남 키드들의 고민과 갈등, 독특한 교육환경과 그들 나름의 사춘기를 보내며 어른으로 성장는 과정을 영화의 한장면처럼 빠른 전개 방식으로 풀어낸다. 

 

모자란 것이 없는 완벽한 박대웅, 그는 그룹의 리더로 학창시절부터 공부는 물론이고 훤칠한 인물로 인근 학교에서 모르는 학생이 없는 킹카다. 반면 하이틴 모델로 시작해 가수로 데뷰하여 영화배우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 서연희는 퀸카로 박대웅과는 가까운 사이다. 강남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 강남 키드가 된 현우주는 우연한 기회로 이들 그룹에 합류한다. 남몰래 서연희를 짝사랑하던 그에게 박대웅은 넘을 수 없는 큰산과도 같다. 늘 자신보다 한발 앞선 곳에 있는 그를 부러움반 질투반으로 체념하던 현우는 가슴에 품은 그녀를 잊기로 한다.

 

그들의 성장과 사랑, 밴드활동이 과거의 잃어버린 꿈과 젊음에 대한 회상이라면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CEO가 된 박대웅과 유명 여배우로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던중 박대웅과 결혼한 후 은퇴를 선언한 서연희, 그녀의 뜻하지않은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고자하는 기자의 평범한 삶을 선택한 현우주가 소설의 후반부를 이끌어가며 현재의 모습을 다룬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서연희가 무슨 연유로 갑자기 자살하게 되었으며 그것도 고소공포증이 있던 그녀가 한강다리위에서 투신자살하게 되었는지, 현우주는 그녀의 죽음에 의혹을 갖고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가 서연희를 둘러싼 의문은 하나씩 실체를 드러내고, 박대웅, 서연히의 숨겨진 과거와 비밀을 추적하던 중 의문의 인물을 알게 된다. 그남자를 따라 캐나다까지 날아간 숨막히는 추적이 시작되고. 마침내 진실과 맞딱뜨리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교묘히 교차시키며 빠른 전개와 스릴은 읽는 재미를 한층 고조시킨다. 다소 진부한 연애계의 스토리와 특정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점이 이이야의 흠이라면,  고교와 대학시절에 밴드 활동을 했고, 현직 라디오 PD기도한 작가의 화려한 약력에 걸맞게 락이나 히팝 등장를 불문한 작가의 풍부한 음악적 지식은 장점이자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준다. 그의 해박한 지식이 드러나는 음반 설명과 음악애 관한 남다른 사랑이 돋보인다.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연예계의 이면과 거대한 엔터태인먼트 기업의 부조리와 접대문화는 한국연예사업의 어두운 모습과 성공과 출세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쇼는 계속되어야 해.
가슴이 찢어지고 분장이 지워져도 내 미소는 남아 있을 거야.
나는 주인공이 될 거야. 나는 찬사를 받을 거야.
쇼는 계속되어야 해.”

퀸의 노랫말 가사처럼 인생은 쇼가 아닐까.  

작가 역시 같은 연예계에 몸담고 있기에 이런유의 작품을 쓰기가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생각에 걸맞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특이한 이 책의 표제그림은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가 도시 위를 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샤갈의 작품'도시 위에서' 란다. 샤갈은 신혼부부의 달콤한 단꿈을 표현했지만 서연희와의 이루지 못한 주인공의 짝사랑과 질투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지세던 밤이 오버랩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슬픔이 침잠된 서늘한 박대웅의 목소리가 귀가에 맴돌아 가슴 저릿해져온다.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 들리니? 소리가 너무 크면 들리지 않아. 슬픔도 마찬가지야. 슬픔이 너무 크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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