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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 여섯 개의 도로가 말하는 길의 사회학
테드 코노버 지음, 박혜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이 책을 통해 길이 인간의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접하게 된다. 길을 따라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을 떠나기도 하고, 때론 승리와 영광의 길이기도 하고, 때론 좌절을 맛보기도 하며 생존과 자신의 이윤을 위한 숫한 싸움의 승패를 함께 한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섯개의 서로 다른 도로를 통해 길의 힘과 도로가 말하는 길의 사회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각각의 길과 도로는 이동하고 연결을 맺으려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부자들이 모여사는 맨하탄의 모퉁이에서 시작된 욕망의 길은 부자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치품이 될 마호가니 가구의 재료를 따라 마호가니 화물의 여정을 추적해가다 페루 정글의 불법 벌채 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마호가니는 물량이 한정된 관계로 공급량은 줄고 있는 반면 수효는 늘어 귀해졌다. 다른 희소 천연자원들처럼, 마호가니 역시 길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의 숲에서 벌목 되어져 도로를 통해 고급 저택이 즐비한 도시로 운반되어 진다. 자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먼 거리'라는 요소가 원주민들을 보호했지만 지금은 환경과 개발이라는 갈등 하에 직면한 원주민들의 생생한 삶을 통해 번영과 욕망의 두 얼굴을 가진 도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른 길은 수백 년 동안 잔스카르 사람들이 히말라야 산맥의 꽁꽁 언 40마일의 수면 위 길 차다르를 통과하여 고립된 마을을 벗어나 바깥세상을 접하는 길이다. 전통적인 얼음길을 잔스카르 사람들은 자유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안고 건넌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긴 이별을 한다. 설사 다시는 자녀의 얼굴을 보지 못할 지라도 이 길을 통해 지금 떠나는 십대들은 당장의 성공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걸 배울거라 여긴다. 그들에겐 단지 변화가 일어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할 뿐이다. 때로는 한 두 세대가 걸릴지라도.
저자는 동아프리카에서 화물차 운전자들과 함께 이동하며 몇 주 동안 아내도 없이 긴 여행을 해야 하는 운전자들이 대개는 도로변 여관 같은 곳에서 투숙하며, 음식과 술을 파는 여자들과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질병에 무방비 상태인 이들 여성과 뇌물과 비리로 얼룩진 정치와 그 곳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증오의 길, 웨스트뱅크에서는 이스라엘 군 검문소가 있는 고속도로를 팔레스타인들과 함께 통과하며 검문소에서 일상적으로 당하는 모욕과 반감을 피부로 느껴보고, 반대로 팔레스타인들의 테러를 막기위한 자구책으로 검색을 강화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고뇌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중국의 고속도로를 따라 자동차를 둘러싼 중국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꾸준히 증가 추세인 자동차와 환경오염 문제를 살펴보며 저자는 미국의 과거를 떠올려 본다.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라고스와 나이지리아의 고속도로위를 달리며 그곳을 지나 다니는 화물차들이 도로위에 떨어드린 물품들로 생활하는 구역아이들과 부정부패가 만연한 혼돈의 도시를 살펴보며 길이 갖는 양면을 들여다 본다. 발전과 번영으로 치닫는 진보의 길 한 쪽 끝에서 만난 또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막힘 없이 뚫린 도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을 이끌지만 한편으론 세상을 구속하고 자연을 훼손시키는 장벽이자 또다른 침범자일 뿐, 길은 사람들의 삶마저 변형시킨다. 더이상 변화를 피해 갈 수 없지만 발전의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역사와 함께 진화해 온 길에 어떤 변화와 만남이 우리를 기다릴지 알수없지만, 모두가 고루 길의 혜택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