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메리칸'의 주인공 조지크루니의 매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소설을 읽어 볼 생각은 하지않았을 것이다. 스릴러 영화와 갱스터 영화를 즐겨보긴 하지만 굳이 소설로 찾아읽는 열혈팬은 아니기에 표지의 조지클루니 모습에 그가 출연한 영화의 원작임을 알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암살용 총기제작 기술자인 주인공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탈리아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산간마을에 머물며 나비그림을 그리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시뇨르 파르팔라' , '미스터 버터플라이'라 부르며 그가 나비를 그리는 화가로 알고있다. 친절하고 순박한 마을사람들은 그를 친구로 대해주고 그는 이곳의 평범한 일상과 말이 통하는 유일한 마을 신부님이 점점 좋아진다. 그는 마지막 작업을 끝으로 은퇴해 평화롭고 한적한 이마을에서 남은 여생을 이웃 사람들과 그가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자와 보내고 싶어진다. 한가로이 이탈리아의 햇볕을 즐기며 조용히 사는 것도 좋으리란 그의 희망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그는 이 정체를 알수 없는 남자를 '그림자거주자'라 부른다. 그의 생명과 꿈꿔왔던 소망을 무참히 짓밟고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그림자거주자'와의 한판 대결은 피할수 없게 되었다. 그가 죽던지, 그림자거주자가 사라지던지.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총기제작자로 한치의 실수도 용납치 않는 치밀함과 냉철하고 계산된 그의 딱딱한 태도 뒤에 실은 섬세하고 서정적이고 지적인 모습이 감춰져 있다. 그나름의 삶의 철학을 갖고 있으며, 도덕과 규범을 자신만의 잣대로 명확히 정리하고 있다. 자신을 죽음을 인도하는 장인이며, 죽음의 예술가라 칭하며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틀어 놓고 작업한다. 숨막히는 긴장감과 소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중화시키려는 그만의 기발하고도 낭만적인 방법이다. 깨끗하고 신속, 정확하게 상대방을 죽이는 행위, 암살이야말로 역사를 바꾸는 길임을 피력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와 선을 비웃으며 역사의 거짓과 삶과 죽음, 인류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히고 있다. 명분이야 어찌됐든 암살 전문가용 총기를 제작하는 그의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불법으로 받은 돈을 가난한 애인에게 주는 것도 결코 나안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건 나쁜남자를 좋아하는 심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림자거주자'와 쫒고 쫒기는 팽팽한 긴장감과 전편에 흐르는 서정적이고 아름답기까지한 의식의 흐름과 장면의 묘사는 단연 이 소설이 지닌 매력이라 하겠다. 비록 문학성이 다소 떨어질 지라도 충분히 재밌고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우아한 스릴러'란 평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