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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음모 1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물에 따라 그 가치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질 수 있는게 종이말고 또 있을까..
종이가 가지는 무에서 유로의 창조능력은 이 종이라는 단어가 음모라는 전혀 다른 세계의 단어와 제법 멋진 조합으로 다가오게 한다. 아마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종이의 음모라고 생각할법한 사건들을 너무도 쉽게 그리고 자주 접하게 된다..
얼마전 한창 이목을 끌었던 박수근 화백 그림의 위조논란처럼.. 종이에 담긴 그 내용물은 그 진실을 가늠하기 힘들다.. 그것이 그 자체로 어떠한 가치를 가진다기 보다.. 사람들의 암묵적인 동의에 의해 가치가 매겨진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 동의가 깨어지는 순간 고귀했던 종이(가량 위조 지폐나, 위조 그림같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한낱 종이에 불과해진다.
주식, 채권 등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단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역시도 주식, 채권 등이 가지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개념의 이해라기 보다 가치의 이해이며, 우리사회 구성원(전체라기 보단 힘있는 일부)의 동의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가 개입되지 못한채 가치에 동의해야 하고.. 그러므로 그 가치가 올바를 것이다는 명제는 확률이 된다.. 확률은 반드시 그러할 것이라는 당위가 아니라 불확정성으로 기반으로 한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1700년대 영국만큼이나 여전히 혼란의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긴장감은.. 어쩌면 사건 자체보다는..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너무도 닮아있다는 데서 오는 듯 하다..
또 그런 혼란이 여전히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에..
스릴러라는 장르 소설로만 본다면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무언가가 혼란스러운 시대배경과 맞물리면서 상쇄된다. 배경 자체가 주는 묘한 혼란이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는 사건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닐까.. 또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