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알라딘 머그컵 받을려고 주문한 책자들 사이에 끼워온 북스피어의 찌라시 신문을 흝어보는데, 찌라시신문 맨 아랫단광고에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을 판 사나이>가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수년전부터 이 단편의 명성을 알고 있었기에 읽어보고 싶었지만 구할 수 없었던 단편이고, 영어책은 판매중이지만 영어독해가 sf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실력이 아닌지라..... 읽기를 포기하고 있었던 책이었다. 출간된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몇몇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불새라는 일인 출판사에서 출간해서, 책의 교정이나 번역이 완벽한 상태는 아닌 듯 하다. 불만스런 독자의 그르렁거리는 리뷰에 눈에 확 들어온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다. 명성을 듣고 몇년을 기다린 단편인데.. 약간의 번역상 오류나 오탈쯤은 쿨하게 넘길 수 있다. 출간해 준 것만해도 감지덕지 하다.  

 

내가 꾸준히 관심갖고 읽은 sf 작가들은 로버트 하인라인, 레이 브래드버리, 아서 클라크와 어슐러 르귄등 몇몇 작가들이다. 나에게 sf소설의 매력은 현실에 대한 체제 전복이다. 그게 사회구조든, 권력이든, 과학 기술이든, 이야기자체의 전복이든 간에, 작가 자신들이 살았던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소설적 배경이 아닌 그들이 만들어낸 혹은 꿈꾸는 사회구조에 대한 그들의 진보적인 탐구와 결합된 판타지 사회인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미래사회를 만들고 그 속에서 갈등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에 그들은 여전사를 만들어 내고, 인종차별이 당연한 시대에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말하고 새로운 사고를 가진 권력지형을 기득권의 권력으로 대체하고 고도의 테크놀로지를 향유한다. 50,60년대에 쓰여진 그들의 sf소설들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그들이 만들어 낸 미래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현실화 되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사회적 구조나 체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한 권의 sf소설만으로, 혹은 한 작가의 판타지가 미래에 어느 정도 진보라는 이름으로 실현된 21세기의 현실. 우리는 과거의  sf 소설가 판타지 속을 현실화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 나는 도서관에 가면 공상과학및 공상과학 소설이 꽂힌 서가로 곧바로 달려가곤 했다. 나는 로버트 하이라인의이 지은 공상과학소설 <로켓 추진선 갈flf레오> 에 푹 빠졌다. 10대 소년들이 사막에서 로켓을 만든 다음 달을 향해 출발하는 내용이었다......

 

기술과 모험이 혼합된 공상과학 소설은 사춘기 소년들에게 자연스런 매력을 가진다. 레이크 사이드의 초기 시절, 주말 아침이면 나는 침대에 누워 에이스 더블에 출간한 장르소설들을 탐독했다. 그리고 곧 더 세련된 작가들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아서 클라고와 아이작 아시모프 그리고 뛰어난 문장가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던 잭 밴스가 그들이었다. 나는 특히 하인라인의 수준 높은 공상과학 소설을 좋아했다. ...

 

집을 떠난 지 25년 후 나는 책한권을 찾기 위해 옛날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전부 사라진 게 아닌가! 엄마는 다 팔았버렸다고 말했다..... 엄마를 용서하기가 어려웠지만 오래된 사진 한장이 분위기를 살렸다. 사진을 확대해 옛날에 소장했던 책들의 책등에 쓰인 제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책들을 추적해 거의 한권도 빠짐없이 다시 갖췄다. 공상과학소설은 제2의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고 가장 엉뚱한 아이디어의 실현가능성 및 그 방안에 골몰하게 했다.....

 

하지만 다른 개념들, 예컨대 화상회의나 통신위성은 미래의 모습에 대한 시사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경우든 그 페이퍼백 도서들은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p326~326

 

 

애플의 스티븐 위즈니악같은 인물이었던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폴 앨런은 50,60년대의 sf소설이 어떻게 현재의 테크놀로지로 구현했는지 짦게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기술뿐만 아니라 권력의 이동이나 사회적 기득권의  변화도 어느 정도는 예언했다고 할 수 있다. 

 

며칠 전에 레이 브래드버리의 <일러스트레이트드맨>의 역지사지를 읽다가 우연히 이 작품 출간 연도를 살펴본 적이 있다. 1951년. 하인라인의 <달을 판 사나이>도 51년 출간되었기에 신기한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는데, 단편 역지사지 속에 담겨진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짦은 글로 표현해 낸 레이 브래드버리의 시대적 통찰력에 놀라웠다. 역사적 진보란, 한사람의 성찰과 그의 성찰에 동조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천천히 사회적 변화를 이루어 내는 것. 그게 진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인라인은 마초시대였던 그 시대에도 여성과 남성을 거의 동일시 했으니 뭐 말할 것도 없고.

 

여하튼, 로버트 하인라인의 작품은 과학자들 이론과학자든 실험과학자들이건 간에 많은 영향을 끼친 듯하다. 종종 과학책을 읽다보면 그의 작품 속 글귀가 인용된 것을 많이 볼 수 있고, 반면에 미국 스릴러 작가들의 책을 읽다보면 하인라인과 같은 동시대 작가인 레이 브래드버리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감을 볼 수 있다. 특히나 50,60년대의 소년시대를 보낸 작가들, 그들의 존경심과 경외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의 브래드버리에 대한 열광은 자신들의 소년적 감성과 닮은 브래드버리의 시적인 감수성때문일까. 그시대를 공유하지 않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레이 브래드버리 작품에 베이스로 깔린 허무감 위로 세워진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감과 환상이 그들에게 미지의 들뜬 기분을 순진한 소년들에게 선사한 것때문이 아닐까.  반면에 하인라인의 작품은 남성적이고 너무 진보적이어서 인문적 감수성에는 레이 브래드버리보단 덜 한 것 같다. 그들 문화에 살아본 적도 체험한 적도 없어 이런 나의 추측이 틀린수 있지만, 하인라인과 브래드버리의 소설들을 읽어본 나로선  그들의 뚜렷한 작품적 경향으로 봐선 어느 정도 편이 갈린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들뿐만 아니라 sf소설가들이 새로운 지평의 시대를 여는 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고 우리는 그들의 반쯤 열린 판타지속에 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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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무척이나 맛깔나게 썼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강의를 직접 듣는 것처럼 가볍고 친근한 투로 진행을 했다. 영화 <중력>을 보고 중력이란 무엇인지? 중력이 우리 혹은 사물에게 어떤 작용을 하고 중력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그리고 지금 중력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 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은 유용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몇 개의 오류가 눈에 띈다. 예전에 읽었던 월터 르윈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을 읽지 않았더라면 작가의 실수나 혹은 편집의 실수를 모르고 지나칠 뻔 했는데 르윈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과 비슷한 진행을 해서 오류가 확연하게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실험의 결과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1971년 아폴로 1호의 스코트 선장은 달의 표면에서 같은 실험을 행했다. 공기 저항이 없는 달표면에서 쇠망치와 새의 깃털을 동시에 떨어뜨렸더니 정말로 똑같은 속력으로 낙하하였다. p33

 

 

데이빗 스코트 선장이 탄 아폴로우주선은 1호가 아니고 15호였다. 이건 편집자의 오탈자 같은데, 아폴로 1호는 발사전 지상에서 화재가 나 그 안에 있던 우주인 3명 모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던 비운을 겪었던 우주선이었다. 나사가 제공한 영상에서도 알다시피 무거운 물체나 가벼운 물체를 동시에 떨어뜨렸을 때 공기의 저항이 없는 상태에서는 똑같이 떨어진다. 영상 보면 알겠지만 무게가 다른 두 물체가 동시에 땅에 떨어지는 순간 진짜 신기함.

 

학교에서 `질량과 무게는 다르다`고 배웠을 것이다. 질량은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고 무게는 중력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배웠다......... 이에 대한 정밀한 실험이 행해져서 질량과 무게가 10조분의 1의 정밀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질량`과 `무게`는 현실적으로는 같으며 구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p36

 

음 ....... 이 대목은 혹 월터 르윈의 이 책을 가지고 있다면 무게와 질량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한 66~75p를 읽어봤으면 한다. 작가 오구리 히로시의 딱 떨어지는 단언처럼 무게와 질량을 구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르윈 교수의 말을 잠시 빌려 요약하면 무게는 중력의 가하는 힘에 따라 변할 수있다. 예를 들어 질량 55kg인 사람이 집에서 몸무게를 잴 때 55kg이라고 저울이 눈금을 가리켰다고 치자, 그럼 이 사람의 질량과 무게는 55kg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가속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몸무게를 재면 뉴턴의 제 3법칙에 의해 66kg이 된다는 것이다(르윈 교수의 69~75페이지의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뉴턴 방정식, 중력의 가하는 힘과 질량을 길게 설명한 것을 두 줄로 줄인 것이다).

 

어떤 물체의 질량은 우주의 어디에서나 똑같다. 우리 몸의 질량은 달에서나 소행성의 표면에서나 우주 공간 어디에서나 똑.같.다. 변하는 것은 무게다. 무게는 중력이 작용한 결과이다. 다시 말해 무게는 힘인데 여기서 말하는 힘의 원천은 중력이므로 지구에서의 경우 무게는 질량에 중력가속도를 곱한 것, 곧 F=mg이다.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p66>

 

르윈 교수는 우리의 몸무게를 말할 때 일상적으로 질량 단위보다 무게 단위가 익숙한 것뿐이라 말하고 있다. 너의 몸무게가 얼마야?라고 말하지 질량이 얼마야?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 오구라 히로시의 글이 사실 너무 간략해서(그는 총 분량 270p안에서 뉴턴이론 맥스월이론 아인슈타인 이론 그리고 초끈이론까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오해하는부분이 있을 수가 있겠지만, 혹 이 두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은 참고 했으면 한다.

 

갈릴레오가 죽은 해에 태어난 뉴턴이 갈릴레오가 시작한 역학을 완성해 낸 것 처럼, 맥스월이 죽은 해애 태어난 아인슈타이는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의 의를 끝까지 밝혀냈다. 61p

 

이 대목은 진짜 어이가 없었는데, 과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필수적인 구글 검색을 제껴두고 누군가 착각한 실수를 되풀이 하다니...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이건 구글 검색만 잠깐 해도 사실을 알 수 있었을텐데. 뉴턴은 1643년 1월4에 태어났고 갈릴레오는 1642년 1월 8일에 죽었다. 갈릴레오가 죽은 해에 뉴턴이 태어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갈릴레오가 죽은 해에 뉴턴이 태어났다는 것으로 아는 블로거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 단지 나는 르윈 교수가 쓴 책에 갈릴레오가 죽은 다음해에 태어난 뉴턴이란 대목을 기억해서 저 대목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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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4-01-02 00:53   좋아요 0 | URL
저도 갈릴레이가 죽은 해에 뉴턴이 태어났다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아니었군요...! =.=
정보 전달하는 글에서 오탈자는 참 찜찜하네요. 기억의집님처럼 오류를 간파해내지 못하면 잘못된 내용을 외우고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데 걱정됩니다^^;

기억의집 2014-01-03 22:33   좋아요 0 | URL
네~ 갈릴레오가 죽은 다음해에 뉴턴이 태어났는데..작가가 착각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제 추측에는 일본 유명작가가 실수로 갈릴레오가 죽은 해에 뉴턴이 태어났다고 착각한 글이 정설로 일본이나 우리나라에 뿌리 내린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모모님 코는 어떠신지요? 저의 아들은 한동안 숨 못 쉬어 온갖 짜증을 저한테 다 쏟아냈는데...흑흑.

2014-01-03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4-01-03 23:22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간략하게 적었지요. 제가 전체적인 글을 인용문으로 적기엔 글이 길 것 같아 짤랐거든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작가 히로시는 무게가 다른 두 물체를 동시 낙하했을 경우 중력은 같은 힘을 발휘해서 똑같이 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위의 데이비드 스콧 선장이 실험했듯이 공기 저항이 없는 달에서 망치와 깃털이 똑같이 떨어진 것처럼요. 작가는 수박과 사과를 예로 들었는데, (여기에서는 책내용 인용입니다) 지구가 당기는 중력은 수박쪽이 더 강하다. 즉 움직이기 어려운 물체가 끌어당기는 힘이 더 강하다. 질량이 큰 물체에는 움직이기 어려운 성질과 중력이 강하게 끌어당기는 성질, 양면이 있다. 그래서 사과와 수박이 동시에 떨어지는 것은 이 두가지 성질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상쇄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중력은 질량이 큰 물체에 강하게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중력이 물체의 운동에 미치는 속도는 질량과 관계가 없어지는것이다.
학교에서 질량과 무게는 다르다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왜 그 둘이 딱 상쇄되어 동시에 떨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정밀한 실험이 행해져서 질량과 무게가 10조분의 의 정밀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질량과 무게는 현실적으로 같으며 구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썼습니다.

이 대목, 질량과 무게가 같다는 말에 혹 최신 이론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몇달전에 르윈교수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중에서 뉴턴의 운동하는 물체를 여러번 읽어 무게와 질량의 차이를 이해했거든요. 르윈교수는 무게는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이다 라고요. 질량은 사실 물체 본연의 측정값이고 무게는 중력이 가한 측정값이다라고요.

르윈은,

어떤 질량에 대해 지구가 미치는 중력은 지구의 어디에서든 대략 일정하다. 따라서 비록 질량과 무게를 혼동하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그의 몸무게는 70kg이다. 또는 그녀의 몸무게는 110Ib 다 등으로 말 할수 있다. 나는 힘이나 무게의 단위로 이 책에서 kg이나 lb대신 정식의 물리 단위를 쓸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일상적인 용법에 따르기로 했다. 정식 단위는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심지어 물리학자들도 자신의 몸무게를 말할 때 나는 686N(뉴턴)이다"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단위를 통일 시켰습니다. 라고요.

무게는 지구의 중력이 일정하지 않을 때의 측정값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의 중력 환경이 일정할텐데 중력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 할 수 있겠죠. 두 작가 모두 우리가 중력을 없앨 수 있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그건 너무 길어 여기서 생략할께요. 특수한 상황일 경우 중력의 크기가 달라지므로 물체의 측량 또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작가 히로시의 말대로 질량와 무게는 같다라는데 동의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도 물리를 전공하지 않았고 과학에 흥미가 있어 꾸준히 읽는 사람인지라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사람입니다.^^ 문제 제기 해 주시면 저 또한 한번 더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어 좋죠~

물론 저도 전공자가 아니라서 잘 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고요. 잘 못 이해한 것이면 님 덕분에 오류를 고쳐 나갈 수 있어 좋습니다~ 님 덕분에 다시 질량과 무게에 대해 공부 좀 해 봐야겠네요^^
 

과학저술가들 중에서 재미면에서 내가 가장 손꼽는 작가가 사이먼 싱이나 닐 슈빈이었는데 어후, <사라진 스푼>의 작가 샘킨도 만만치 않다. 과학적 지식의 나열이었다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소재들을 이 작가는 역사적 연대와 사건을 적절히 배열해서 하품할 틈을 주지 않는 글솜씨를 가지고 있다

 

가만보면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설명할 때 역사적 지식과 결합하면 글이 더 흥미로워진다. 내 경우는, 같은 시기에 읽다 포기한, 레베카 골드스타인이 괴델에 대해 설명한 <불완전성>은 괴델의 역사성은 어디로 가고 작가적 사유가 결합돼 몇 페이지만 읽고 나면 침 질질 흘려가며 잠을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독서적 성향은 확실히 작가적 사유의 첨언보다 역사와 결합해 설명한 지식의 나열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이먼 싱은 <페르만의 마지막 정리>조차 괴델의 일화을 재밌게 소개하던데, 레베가 골드스타인은 <과학은 문화다>에서 핑거와 인터뷰한 글을 읽고 말빨이 세서 읽어볼 만 하겠다 싶어 구매했더니 아무래도 끝까지 읽는 것은 무리다 싶다. 같은 것을 다루더라도 작가마다 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내가 섭취한 지식을 토해낼 땐 축구공처럼 여러 다양한 육각형을 담아 하나의 원으로 만들어 던지는 게 독자의 이해를 돕는 쉬운 방식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샘킨의 여러 분야를 섭렵한 지식을 한솥에 보글보글 끓여 내는 솜씨는 탁월하다. 이 작가의 전문적인 과학적 지식도 부럽지만 이 전문지식들을 어떻게 결합해야 재밌게 읽을지를 아는 글솜씨가 더 부럽다.

 

마케팅빨~ 이 소설이 한국소설을 이끌 단 하나의 추리소설이라면 우리 나라 문학계 정말 심각한 거 아닌가. 솔직히 아이디어나 전개되는 스토리는 나무랄데는 없다. 그런데 아 놔~ 엘리스와 신가야의 대화, 이게 진정 열심히 글 쓴 작가의 문체라 할 수 있을려나.

 

지인과도 잠깐 문자도 나눴지만 주인공 남녀의 로맨스 대화가 오글거려 도저히 후하게 이 작품을 평하지 못하겠다. 국제화 시대에 독자인 우리도 미드보고 외국 소설 읽어. 그래서 미국스타일이 어떤지 한국땅에 살아도 대충 뻔히 감이 잡히는데, 배경은 이국인데 둘의 대화는 한국식이야. 연애도 한국식이고. 문화가 다른 배경의 남녀가 어떻게 뼛속까지 강남스타일로 대화를 하냐고. 작가는 무슨 배짱으로 엘리스가 가야를 부를 때도 가야씨~ 이러면서 글을 써. 배짱도 완전 똥배짱이지. 작가의 대화체 문체..이건만 어떻하면 진짜 좋을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기준엔 좋은 작품이 되었을 뻔한 구렁이 작품.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낸 출판사 좋아해서 여기서 내는 작품들 대부분 구입해서 읽고 이 작품도 재빨리 구입해 읽었는데, 결말만 빼면 괜찮은 작품.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이 작가가 미스터리에 겁내지 않고 잘 다룬다는 생각이 들었고 읽는 과정이 코지(cozy)한 느낌을 풍기는 작품이었는데,,, 결말에 범인이 누군지 알고부터는 맥이 빠진 작품이다. 은근 잔인하다.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난무하는 시각적 잔인이 아니고 작가가 은근 독자에게 심리적 잔인함을 선사한다. 독자인 내가 굳이 그들(범인과 ....)의 미래를 상상할 필요는 없는데, 쓰잘데 없이 그들에게 닥힌 현실과 미래가 크로스되면서 날다가 꺽이는 날개가 연상되었다.

 

읽는 동안 읽는 맛이 달달해 기분 좋았다가 결말에 가서 사약먹은 것처럼 킬당한 책.

 

이책은 나는 왜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내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읽었던 책이다.

 

나는 왜 피가 낭자한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할까? 내 안에 살인에 대한 호기심 혹은 쾌락같은 유전인자가 들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희대의 무자비한 연쇄살인자나 용인 고등학생 살인범과 무엇이 다를까? 하고 나 자신에게 여러번 물음을 던지면서 읽은 책이었는데, 결론은 나는 누군가 살해 당했다는 잔인한 죽음의 쾌락보다는 누가 살인을 하고 범인은 누군가? 혹은범인은 왜 그 혹은 그녀를 죽였는가?를 추리하고 트레일하는 과정을, 사건해결을 푸는 과정을 선호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신체적 매력이 없는 베르호벤이지만  그 사건의 트레일 과정을, 비록 작품마다 완벽한 결론은 아니지만 좋아하게 된 것도 그 과정을 충실하게 밟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지인하고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내가 편집자였다면 좀 더 페이지를 뺏다면 사건의 긴박감이나 긴장감이 더 할 수도 있었던 작품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나 언제나 항상 말했듯이 내 경우에는 이 작가가 선택하는 단어나 문장이 세련되서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 지루함을 눌렀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미야베 미유키의 <진상>을 지난 번 와우북페스티벌의 북스피어 부스에서 사 들고와 읽고 있는 참인데 참으로 진도가 잘 안 나간다. 게다가 똑같은 두께의 하권을  보고 있자니....두려움만....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 소설을 다 읽은 마당에 기록이나 세워 보자고 열심히 책을 펼치고 있지만, 역시 이날 <그림자 밟기>도 사와 금방 읽어 치웠는데, <진상>은  읽다가 스마트폰으로 턴하니 하루에 열페이지 읽으면 많이 읽은 듯하다.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제7일> 읽기 시작했는데,,,,,, 첨장부터 죽어서도 계급사회라니..읽을 맛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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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4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완전성 - 쿠르트 괴델의 증명과 역설
레베카 골드스타인 지음, 고중숙 옮김 / 승산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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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가 따로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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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6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27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13-08-3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델!
괴델의 증명이라는 책(오래전) 읽고도 도통 몰랐는데 이책도 수면제 군요.
번역도 이상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기억의집 2013-09-26 19:47   좋아요 0 | URL
스캇님~ 우와 이게 며칠 만이에요. 거의 한달이 다 되가네요. 제가 딴짓을 하다보니 서재는 먼지가 싸일 정도로 방치네요.

고중숙씨 번역 잘 하세요. 제가 이 분 번역책 제법 읽었는데 번역은 잘 하세요. 과학책만 열정적으로 번역하시고....쉬지 않고 번역책이 나오는 분이시더군요^^

제가 괴델책 두권 있는데 아 진짜 저는 딸려요. 예전에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괴델에 관한 일화를 재밌게 소개해서...하긴 사이먼 싱은 글을 읽을 사람을 혹가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괴델에 관한 책을 구입했는데 도저히 뭐 저는 이해불가. 싱이 소개한 만큼 재밌지 않더라구요. 저는 골드스타인의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저는 저자의 사유와 맞닿는 책은 맞지 않는구나 싶더라구요. 이 때 마지막 스푼이랑 비슷한 시기에 읽었는데 마지막 스푼은 지식위주의 글이예요. 샘킨이 박식하고 글도 아주 재밌게 쓰는데 왠만한 분야는 거의 꿰뚫고 있더라구요. 딱 저는 싱이나 킨스타일의 글이 나한테 맞는구나 싶더군요~

기억의집 2013-09-26 19:48   좋아요 0 | URL
제가 다음 미즈넷 보느냐고 정신 없는데 이젠 거기 끊어야할 것 같아요. 오늘부로 진짜 끊어볼려고요~ 이제 스캇님 서재도 많이 방문할 겁니다~

2013-10-0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3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슈나이더-

1988년 방아쇠는 연일 계속되는 찌는 듯한 더위였습니다. 그 때 지구 온난화의 문제가 과학자 100여명의 좌뇌에서 일반 대중의 우뇌로 전달되었습니다. 그러자 거짓말쟁이들, 홍보 담당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세계기후연맹을 결성하고는 논쟁의 국면을 뒤집으려고 1년에 수천만 달러씩을 쏟아부었습니다. 한 10년동안 이들의 말은 어느 정도 먹혀 들었죠.

 

그런데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새로운 방아쇠로 등장했습니다. 자연이 이론을 도와준 거죠. 최고 기온 기록은 계속 경신되고 있고 허리케인은 태아의 온도 상승에 비례하여 더욱 강해지는데, 이는 15~20젼 저에 이론이 예측한 것과 정확히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모든 것이 홍보 싸움입니다.

 

데이비드-

마이클 크라이튼이 한 일은 범죄행위예요. 왜냐하면 순수한 픽션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선전했으니깐요. 지구온난화에 대해 읽은 거라고는 그 책 밖에 없는 미국인들도 있죠.

 

 

1. 부시정부와 미언론들이 교토의정서에 서명하면 미국이 파면할 것처럼 떠들어대더니, 미국에 이번에 들이닥힌 토네이도같은 자연재해는 미국인 스스로 화를 자초한,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미국의 부시는 재임기간 내내 수천만달러를 들여 지구 온난화는 일부 과학자들이 꾸며낸 이야기라고 홍보하더니, 날이 갈수록 자연재해가 미국땅에서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면, 그것도 엄청난 규모로, 어떤 식으로 말바꾸기를 할지 기대 만빵.

 

2, 여기 저기 읽어보면, 마이클 클라이든이 과학자들에게 똘아이작가 취급 받던데, 뭐 때문에 그러는 건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검색자료에는 없고 구글에서 찾아보려니 귀찮고.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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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6-03 21:06   좋아요 0 | URL
미국의 자업자득이 하나둘일까 싶어요...
그만큼 우리의 자업자득도 마찬가지이고.

2050년에는 빙하가 모두 녹을거라면서요? 그러면 지구와 우리는 어찌 되는건지 궁긍하더군요.

기억의집 2013-06-07 17:39   좋아요 0 | URL
답글이 너무 늦었죠. 모바일로 봤는데 저는 모바일로는 덧글 잘 안 써지게 되더라구요. 글자판이 작아서....

미국, 뭐 들쑤실 게 한두가지여야말이죠. 근데 미국은 자신들의 자본주의가 자신들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까요~

오늘도 날씨 더운 거 보세요. 이상기후야~ 6월에 이러면 한여름엔 어떻게 살아야할지~

2013-06-03 2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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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17: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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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6-03 22:25   좋아요 0 | URL
<지구 온난화 마이클 크라이튼>만 검색하면 한글로도 많은 정보가 나옵니다.크라이튼이 만년에 쓴 <공포의 제국>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것이죠.번역본도 있습니다.특히 책 뒷면에 부록으로 크라이튼이 지구온난화 논쟁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정리했습니다.

기억의집 2013-06-07 17:42   좋아요 0 | URL
노이님~ 찾아봤어요. 그래서 크라이튼이 미국 방송에 많이 초대된 것이군요. 미국 방송에 나가 말 한게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슈화 되서.... 과학 에세이 읽어보면, 크라이튼의 방송 어쩌고 저째하면서 우습게 표현해 놓더라구요. 고맙습니다. 노이님 모르시는 게 없으신 것 같아요~

2013-06-25 0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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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1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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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0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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