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과학 교과서 01 - 사계절 동식물
김정숙 지음, 김중석 그림, 권오길 감수 / 길벗스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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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길가다 마주치는 콘크리트 바닥틈 사이로 난 노란 민들레꽃, 텅 빈 주차장 공간 가에 어느 새 핀 울긋불긋한 봉선화, 집앞 대문을 따라 담벼락에 핀 바생이와 강아지풀등등. 아이들은 그런 천박한 땅에서도 식물이 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보고는 순간적으로 잡아채, 나에게 배시시 웃으며 자신의 포확물들을 보여준다. 그냥 놔두지 왜 그랬어?라는 나의 말은 뒤로 한 채, 또 쪼르르 달려가 강아지풀을 한아름 뜯어 다발을 만들고는 하늘을 향해 휘휘 내저으며 달려가는 장면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적인 한여름의 풍경일 것이다. 

아이들이 재미 삼아 무심코 뜯은 바쟁이나 강아지풀이 자신의 모습을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어른인 우리들은 어디에선가 날아온 씨가 작디 작은 땅에 비집고 들어가 싹을 튀운 것이겠지 하고 어렴풋히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학교 다닐 때 암기한 것 이상의  동식물에 대한 지식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동식물이 사실은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꼭 필요한 전체이자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사는 지구위에서 당당히 독립된 개체로써 군림하는 동식물을 알아야 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을 위해 생존하기 보다는 동식물이 있어야 인간이 생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동식물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 나도 동식물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 이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큰 애의 교과과정에 있는 동식물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연히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46억년이라는 지구의 역사는 진화의 역사였고 동식물의 진화는 어떻게든 지구라는 땅위에서 살아 남으려는 생존의 역사이다. 이 책은 진지하게 동식물의 진화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이 책에 씌여진 동식물의 암수의 특징, 짝짓기, 생활방식은 그들의 생존 투쟁과 본능이 어떻게 이 지구상 특히나 한국땅에 맞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다룬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책의 구성은 식물과 동물을 사계절로 구분하여,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각각의 단원별로 설명된 동식물은 아이들이 일목요연하게 머릿 속에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봄에 나오는 동식물, 여름에 나오는 동식물, 가을에 나오는 동식물과 서서히 추운 겨울을 채비하는 동식물의 행동양식과 같은 계절에 따른 릴레이 식의 구분방식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어서, 아이들이 이 책에 접근하기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계절에 나타나는 동식물에 대한 설명 또한 딱딱하고 지루하게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동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유도한 후 설명하기 때문에 동식물에 대한 개념과 체계를 어느 정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잡아 주고 있다. 또한 한 권의 책이 아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작가와 출판사는 색인부분을 만들어, 그때 그 때 아이들이 필요한 동식물에 대한 상식을 단편적으로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는 제일 좋은 방법은 첫페이지부터 끝까지 읽은 후에, 필요한 항목은 색인을 보고 참조하는 것이다. 수채화 기법을 사용하여 한 눈에 볼 수 있는 동식물의 그림과 색인은 이 책의 장점이며 아이들에게 색인 찾는 방법을 알려 줄 수 있어 어느모로 보아 아이들에게 쓸모있는 책이 되리라. 책 한권이 읽기가 부담스럽다면(우리아이처럼!) 궁금했던 항목을 색인에서 페이지 수를 찾아 찾아보는 것도 책을 쉽게 접하는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일본출판사에서 낸 식물일지나 관찰 도감을 그대로 갖고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우리의 집필진들이 우리의 땅에 나는 동식물에 대해 써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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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활짝 웃는 얼굴 모습(아이들의 표정이 풍부한 것은 아닌데, 라인 하나만으로 활짝 웃는 모습을 표현해낸 것을 보고 있노라면 대단하단 생각이!) 너머, 짙은 녹색의 색조로 베이스가 깔린 배경은 적막하고 불안감을 조성한다. 선뜻 다가갈 수 없는 그림. 어스름한 분위기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아이들과 여우들의 소란스러움은  숨 막힐 듯한 고요함 속으로 다 빨려들어 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다. 장면 장면마다 아이들의 발랄함과 여우의 장난스러움이 어둡고 정적인 배경과 어울린다기보다는 묘한 뒤틀림으로 섬뜩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다른 작품에서는 여타의 일본 그림책 작가들과 다를 바 없는 앙징받고 애틋한 분위기의 작가로 인식되지만, 그녀의 다른 작품을 보면,  사카이 코마코는 가시가 있는 듯.(부정적으로 말한 것이 아님. 개인적으로 나 또한 글을 쓸 때면 본래의 나와는 다른 가시와 가면을 가지고 있으니깐.)

 

그림책은 아니지만 온다리쿠의 <굽이치는 강가에서>의표지나 속지의 일러스트에서 보여준, 사춘기 소녀들의 일상의 불안과 공포를 코마코는 아이 여우의 리에의 소원의 배경과 비슷하게 처리했다. 한 눈에도 사카이 코마코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적막하고 어스름한 배경, 소녀들의 얼굴에서 나타난 둥근 라인, 깔끔한 면처리보다는 덧칠하고 문지른 듯한 드로잉 기법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일러스트는  소녀들에게 뭔가 심상치 않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주는 길잡이로서, 이 작품의 아우라를 한껏 살리고 있다. 오래 전에 읽어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코마코의 작품의 내용보다 코마코의 일러스트에서 풍기는 적막감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사카이 코마코가 자기 스탈로 밀어부친 <벨벳틴 래빗>  마저리 윌리엄스의 클래식 <Velvetteen rabbit>은 여러 작가들이 판으로 나왔는데, 사카이 코마코도 자기 스~탈로,  적막한 어두운 배경, 인물의 둥근 라인 등등  다른 벨벳틴 라벳과 비교하면 재미있을 듯. 

 

 

 

 

다른 밝은 느낌의 유아그림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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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 고스 - 리스트 컷 사건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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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난 이사람 이름 발음하기 힘들더라!)는 횟칼처럼 날이 선 섬뜩한 이야기가 극적 재미를 주고 jump in the box처럼 사람을 깜짝 놀래키는 반전의 트릭에는 혀를 내둘을 만 하지만 읽을 수록 등장인물의 성격화 즉 캐릭터의 묘사는 그렇게 능수능란한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Z 이 양반의 이야기의 힘은 엔터데이먼트면에서 강렬하고 괴기스럽고 중독성이 강하고 흡입력 있고,  그러면 미스터리 작품의 충분한 필수조건은 다 갖추었는데 무슨 딴지냐 싶지만,  두 남녀 고등학생 고스족의  born to kill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은, 왜 인간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보다는 쾌락에 맞춰져 있고, 그 쾌락을 추구하는 원인 예를 들어 가난한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학대와 폭행등 범죄 심리학의 기본적인 틀과는 너무나 상이해서 두 주인공을 이해하는데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본능적으로 crime을 좋아한다는 설정은 이야기 트릭을 위한 단순한 장치이며, 두 주인공의 범죄적 성격이 이렇다라고 규정한 채, 이 작품을 쓴 것은  캐릭터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무시하는, 캐릭터 묘사에 작가가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능은 뛰어나 단숨에 읽어내려는 재미는 있지만, 검정색 한 가지 색으로 등장인물들을 칠해버린 것은 이 작가가 좀 더 신경써서 커버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등장인물의 묘사 터치가 스펙트럼처럼 화려한 것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실험성을 바라는 것은 더욱더 아니고, 단지 트릭만큼 인물묘사가 리얼하고 정당성 있는 설득력만 있었다면, 작가에게 붙어다니는 천재작가 운운은 허풍스럽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 몇년 대부분 일본소설만 줄창 읽다가 요 몇 달 다시 영어권 작가로 리턴. 뭐 좀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탁월한 성격 묘사가 거대한 장(field)처럼 이야기 속에서 형성된,콘래드,울프, 스타인벡,포크너같은 대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Z의 캐릭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약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Z 이 사람, 재미와 함께 어느 정도 성숙한 캐릭터의 묘사,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런 면에서 볼때 그가 가야할 길은 아직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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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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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머릿말에 의하면 " 근대화 과정에서 조성되어졌던 항만, 공장, 창고, 수운, 철도, 운송, 군사, 농업, 교통시설 등 기능이 저하되고 황폐화됨에 따라 이들에게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노력들, 즉 퇴락하여 가는 산업시설을 대상으로"  지방 도시들이 어떻게 현 시대에 맞게 적극적으로 그 산업유산을 껴안고 재발전시켜 원주민들의 삶의 근거로 삼고 있는지 생생하게 사진과 곁들어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수고는  단순히 일본의  산업유산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우리 나라  또한 산업의 성쇠에 따라 버려진 산업유산에 대한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도시발전과 연계하여 어떤 식으로 가치 있게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산업유산을 건물, 마을 ,항구, 길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일본 지방도시의 산업유산을 고찰하고 있는데, 초판이 2006년 6월에 나왔고, 이년 후인 현재 증보판으로 책의 크기를  키우고 내용도 몇 개 더 추가해서 4월에 재출간되었다. 워낙 초판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터라, 이 작가의 후속작에도 관심이 많아 틈틈히 검색하던 중에  재증보판이 출간 되었다는 것을 알았는데, 솔.직.히 재증보판 나왔다는 것 알고 이만저만 열 받은 게 아니었다. 아니 왜 하필이면 재증보판이야, 낼려면 따로 찍어 낼 것이지. 내가 뭐 돈을 다발로 쌓아놓고 사는 줄 아나. 같은 책을 두 권이나 사게.... 안 사려고 했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워낙 인상적인 책이어서 걍, 질러버리고 말았다.

받아 들고 천천히 훑어볼 결과, 그 전 책에 씌여진 내용과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다.  몇 장의 사진과 추가 내용이 다를 뿐. 단지 증보판의 장점은 사진의 시각효과를 찾을 수 있는데, 같은 장면이라도 큼직한 증보판의 사진이 휠씬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사진이 담고 있는, 일본 특유의 적막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인들의 옛것에 대한 보존과 집착이 남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일본 지배시대때 우리문화 말살 한 것을 생각하면!) , 한때 성행했던 산업이 쇠락해지면서 지방산업의 구심점을 잃고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자, 폐허로 남아있던 산업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리모델링하여 관광객을 유치한 것은 우리의 지방도시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첫번째 이야기. 건물 

샷포로에 있는 맥주공장도 아름답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장은 1890년 설탕공장이 현재는 맥주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여 그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고, 그 중심으로 볼거리 먹을거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딱딱한 건축 또는 도시설계 전문용어가 나오는 글이 아니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비어 가든(초판)


비어가든(증보판)

 
 
방적공장을 호텔로 재활용하고 있는 오까야마현 쿠라사키


일본은 산업 초기에 적벽돌공장을 많이 건설했고 산업이 쇠락하자 필요없어진 건물들은 창고등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볼품 없어진 이 건물들을 철거하는 대신 마찌쯔쿠리연구회를 결성하면서 창고 재활용을 본격화하였는데, 70여개동에 이르는 창고를 시민들 스스로 조사하고 적벽돌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 박물관에는 온갖 벽돌을 다 모아놓았다고 하는데, 심지어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원폭 잔해물인 벽돌들도 있다고 한다. 8월에는 재즈페스티벌도 개최한다고.

이번에 증보판에서 새로 추가된 산업도시 나고야편. 도자기도시로 유명한 곳인데 지금은 토요타자동차의 전신 방직공장을 일부를 남겨두고 토요타자동차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다른 문화유산보다 더 많은 사진과 설명이 깃들어 있지만 생략.
 
두번째이야기. 촌락 

산촌이 주로 소개되었고, 작가가 전통역사마을에서부터 산업유산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특히나 쯔마고 마을은 일본에 대한 첫번째 연구를 싲작하게 해준 마을이었다고 한다. 초판에는 북쪽의 광산마을이 소개되었는데, 증보판에는 남쪽의 광산마을도 추가되었다.



시라카라마을이라는 누에마을. 지금은 누에는 없고 누에집은 있는데 이런 삼각형의 집을 갓쇼쯔리쿠형가옥이라고 부른다고.  1995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누에를 키우지 않고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데(?) 마을 설경 콘테스트를 매년 열어 관광객이 안 오면 못 배길 정도라 한다.

 마을의 눈내린 정경, 오른쪽이 증보판이고 왼쪽이 초판이다


쯔마고 마을은 나가노현 남서부에 위치해있고 에도시대의 나가센도를 따라 형성된 마을이라고.  일본 관련 자료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여관마을이라고 한다. 사진에서조차 일본 특유의 적막감이 흐르는 곳이다. 이 쯔마고 마을에 수록된 사진들은 저 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이 일 정도 쯔마고 마을의 분위기가 실린 사진들이 많이 곁들어졌다.

세번째 이야기. 포구

이 포구 이야기는 네 파트 중에서 가장 재미 없게 읽었는데(사람마다 읽는 취향이 다르므로), 유럽도시를 연상케 하는 곳이었다. 사진들은 다른 이야기 못지 않게 매력있고 작가 자신도 항구라는 리름보다는 포구라는 명칭이 맘에 든다고 애정을 표시했지만, 여기 글은 지루하다고 해야할지... 임팩트는 약했던 곳이다.

  
영화<러브레터>의 도시인 오타루인데, 운하가 상당히 멋진 곳이다. 바로 이 오타루 운하에서 찍은 사진을 증보판 겉표지로 대체되었다.

 
                            눈이 오면 이렇게 하얗게 변하는.....

 증보판에서는 모지항의 사진이 이것으로 대체되었다


이번 증판에서 새로 추가된 시모다와 오노미찌


 

이 오노미찌의 출신 문인으로 유명한 사람이 1930년대 발표한 소설 호로우키를 통해 일본 근대문학사를 풍미했던 여성소설가 하야시 후미코가 있고,도빙이라는 개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네번째 이야기. 가로

역사를 만나러 길을 걷는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파트는 가나자와길을 소개하고 있다. 길 자체가 관광의 중요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랬다는. 하긴 어딘에선가 일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뒷창턱에 다 자신의 컬렉션을 눈요기하라고 놓아두기도 한다고 읽었는데, 아마 우리의 삼청동길 떠올리면 되지 않을려나. 삼청동 길은 자동차가 주고 사람들이 그 좁아터진 길위에서 서로 볶닥거리며 걷는 것을 생각하면 이 한적하고 적막한 길을 유유자적하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걷고 싶은 길이다.


 
골목길을 지나가다 보면 이런 곳도 나온다고. 


증보판에 류우에사 만난 실크로드라는 부분이 추가 되었는데, 작가는 키류우에 오기 전에는 별걸 다 억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으려하네 하고 코웃음 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직물산업의 진정성을 체험하고 누그러졌다고 하는데,  보는 사람은 회색톤의 음울한 빛의 공장건물들 보고 있으면, 산업체험의 진정성을 알 수가 없어 괜시리 우울해진다.
 


작가가 산업유산의 하나로 바라 본 노면전차. 나가사키, 히로시마, 하코다테, 삿포로는 노면전차가 아직 남아 있어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제목 뒤의 노란전차는 하코다테의 노란전차를 의미한다.  하얀 눈길위로 그려진 저 전찻길을 가르며 저 노면 전차를 타면 어떤 기분이 날까.


이것으로 초판본과 증보판의 비교가 끝났다. 대표적인 사진만 올려 이 책에 실린 사진의 묘미를 잘 전달할 수 없지만,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 증보판에는 산업유산 찾아가기도 수록되어 있어, 일본여행 가이드 역활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산업유산이 어떻게  리모델링 되어 오늘 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적 성격이 강한 글이다. 어떻게 보면, 산업유산이라는 보고서적인 고루하고 딱딱한 성격의 기존 성격에서 벗어나, 발로 뛴 한 권의 일본여행 순례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읽는데 부담없고 무엇보다도 일본의 전통유산을 지키려는 그들의 의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책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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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리커버)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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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타샤의 정확한 이름은 나타샤 버기스였다. 탸사의 아버지 스탈링 버기스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의 여주인공인 나탸사를 몹시 좋아해서 자신의 갓난 딸에게 나탸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훗날 버기스라는 성의 발음이 맘에 들지 않아 성을 튜더라는 외가쪽 성으로 바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탸샤 튜더로 1938년부터 <호박달빛>이라는 작품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그 이름은 아마도 영원히 <비밀의 화원>의 삽화가로서 기억될 것이다.

이 책은 타샤의 간략한 생애와 함께 그녀가 평생 그린 삽화그림과 그림책에 대한 것이다. 타샤의 그림 인생이라고 해서 빽빽한 글자를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간략하게 다루는 바람에 그녀의 평범하지 않았던 어린시절과 순탄하지 않았던 결혼 생활의 고통과 충격에 대해서는 튜더 자신과 작가 모두  두리뭉실 넘어가고 있다. 그녀는 어린시절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초상화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림세계를 접하게 된다. 미뤄 짐작컨데, 모에게 버림받은  불행한 어린 시절,  그녀에게 그림 그리기야말로 가장 큰 소일거리이자 위안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불행을 거의 떠올리지 않았고, 놀고 먹는 남편을 위해 자신이 전적으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결혼 생활조차 감내하고 이혼 한 후에도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나 원망에 대한 말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성격이 대담한 것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긴 것인지)

죽는 날까지도 1830년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집한 그녀의 삶과 일상은 소박하고 철저히 자급자족의 노동중심적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그런 삶을 살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출동 !삶의 현장>같은 프로그램에서 며칠 동안만 체험해보라고 한다면 경험 삼아 며칠 살아보겠지만, 세탁기가 다 해준 빨래도 너는 것, 개는 것도 귀찮아하는 나에게 평생 그렇게 살라고 한다면 군소리도 없이 노(NO) 땡스다.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을 절대 선망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그림이  가져다 주는 푸근함, 안락함, 오밀조밀함은 퍽퍽하고 건조한 일상을 따스하고 밝은 기운으로 스며들게 해주는 것은 그녀의 라이프스탈 덕분이리라.

처음 그녀를 접한 것은 <탸사의 정원>이란 작품이었다.  작가의 탸사에 대한 애정과 타샤의 소박한 자연주의 삶이 끌려,  그녀의 그림책을 구입했었는데, 생각보다 색감이 어두워 그렇게 인상적인 그림책 작가는 아니었다.




<일년 열두달>이라는 그녀의 초기그림책은 전체적으로 색채가 칙칙하고 어둡다. 마치 어두운 조명에서 그린 듯한 느낌이 들어 그림 속의 아이들의 활달하고 밝은 분위기가 색감때문에 많이 죽어 버린 작품이라는 인상을 남겨 더 이상 그녀의 그림책은 구입하지 않았는데, 이 <타샤의 그림인생>이라는 작품은  내 속에 잠재해있던  그런 인상을 단 한번에 날려버린 책이었다. 그녀의 초기 작품부터 거슬러 올라가 후기 작품까지 다 보여준 이 책은 그녀의 연대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색이 풍성하고 꽉 차 있는 듯한 화려함과 동시에 그림의 불필요한 요소를 뺄 것은 뺀 대담한 방식으로도 그림이 더 발전되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색이 뭐 대수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림책에서 워낙 색감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서, 나이가 들수록 색에 대한 그녀의 변화 과정은 눈요기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색이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예를 들어 영화와 비교한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 영화감독 팀 버튼은 초기영화(비틀쥬스나 가위손)에서 보여준 풍부하고 라인적인 색은 지금 영화에서는 사라지고 없어지는 진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뭐랄까, 이젠 그의 영화에서 무엇인가가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고 할까나.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런 반면에 타샤 튜더의 후기 그림책에서 더 활발하고 활동적인 색을 보면서, 그녀만의 작은 예술이 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이 책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명의 그림책 작가의 그림이 어떤 식으로 변화의 과정을 거치는지 충분히 감지 할 수 있는 좋은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써 놓고 보니 우습긴 한데, 탸사와 팀 버튼을 비교 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만 며칠 전에 팀 버튼의 영화를 보면서 그의 영화에서 색이 사라졌다는(잃어버린) 느낌은 무척이나 아쉬웠다. 애 키우느냐고 한 십년 영화 제대로 못 봤는데.... 완죤 그의 색이 살아있던 영화보다가 세련되었지만 블루톤의 영상만으로 채워진 것은 못내 아쉬웠다는........(한마디로 그날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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