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에서, 아직까지는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 희망했던 나는 이세돌이 불계패했다는 뉴스에 한동간 충격을 받아 얼얼했는데, 어제 저녁에 밥 먹고 딩굴거리다가 문득, 구굴의 슈미트 회장이나 딥마인드의 하사비스가 이세돌의 대국경기를 보러 올 정도면 어느 정도 이세돌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물론 우리는 인공지능 아니더라도 우리곁을 지켜주는 컴퓨터가 우리 인간의 지능보다 더 강하고 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세돌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은 인공지능은 사고의 확장이 제한되어 있다는 서브가 깔려 있었고, 남편폰이 아이폰이라 간혹 시리에게 말 걸어보면 동문서답형의 같잖은 대답만 나와, 딥러닝라는 말만 요란한, 기계에 학습 주입이라고 해 봤자 빅데이터 수집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안이하게 생각했는데, 우리가 강바닥에 22조 쳐 박아 부을 동안, 그리고 교통편의를 위한답시고 양재지하도로 건설을 계획(이게 지금 조단위의 예산이 들어갈 거라 함)하는 동안,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의 인공지능 경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우리의 현재 과학기술 현실은 딥러닝 커녕 러닝(learning)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당장 인공지능의 일자리 뺏길 걱정보다는 우리도 딥러닝의 러닝이라도 시도해야, 다른 나라의 인공지능 식민지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어제 딥마인드의 하사비스가 이세돌에게 이기자마자 우리는 달에 도착한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릴 때 우린 러닝은 커녕 양재지하도로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