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오늘 알라딘 서재 흝어보다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부인의 도움으로 이루어졌고 이혼 후엔 그렇다할 업적이 없었다는 붉은 돼지님의 댓글을 읽고, 인터넷에 이런 떠도는 가십을 알고 있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글쓰는 사람이 확인작업도 거치지 않고 버젓이 자신의 책에다 근거 없는 글을 올려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폄하하는 글을 쓴 작가에게 순간 화가 났다. 아내 밀레바에게 기대 쓴 상대성 이론 이후후 30년을 그 명성으로 살았다니, 그럼 아인슈타인이 물리학계의 원히트원더였단 말이야!
대충 책소개보니, 밀레바를 앞세워 남자한테 무참히 짓밟힌 여성의 위치를 말하려는 의도인것 같은데, 번지수를 잘 못 짚어도 한참 잘 못 짚었다. 올해 일반 상대성이론 100주년 기념으로 우리 나라에 나온 상대성이론책들을 쭈욱~ 읽고 있는 내가 자신있게 말하건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본인 혼자서 만들었으며 부인의 과학적 업적을 가로채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밀레바야 말로 아인슈타인과 이혼 후 과학적 성과가 있어야하는데, 그녀는 단지 아인슈타인의 첫부인으로만 거론될 뿐이다. 단, 특수상대성이론의 논문을 끝내고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증명을 밀레바에게 부탁하고 침대에 들어가 며칠간 잠잤다는 큰아들의 에드소드성 글은 읽은 적은 있다.
2015년, 올해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나온지 100주년 되는 해이다. 1905년 기적의 해에 발표한 특수 상대성 이론 이후, 특수 상대성이론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이 일반 상대성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에서 이론이 특별나서가 아니라 등속직속 운동을 하는 특별한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라는 의미로 특수라고 붙인 것이다.
등가속운동중인 A, B 그리고 그들을 관찰하는 C가 있다고 치자. 뉴톤의 시대에선 등가속 중인 A,B가 똑같은 속도로 나아가고 관찰자 C도 그들이 똑같은 속도로 이동(가속 운동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 절대적인 시공간에서 벗어나 시공간을 통합한 것이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1. 자연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2.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똑같다(혹은 그 어떤 것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라는 절대적인 전제를 밑바탕으로, 같은 시공간에서도 A,B가 같은 속도로 움직여도 C는 그들이 다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관점을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A,B의 관점도 서로 다르다라고 보는 것이다. 이 말은 A와 B가 이동하는 시공간의 시간이 천천히 혹은 빨리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물체(A,B)는 운동방향으로 길이가 줄어들고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상대성이론을 다룬 책에서 이 관점은 빛과 연결되서 더 자세히 설명하는데, 그 유명한 방정식 E=MC2이다. 에너지와 질량의 상관관계. 질량은 빛을 매개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태양에너지와 핵에너지의 원천을 설명한 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이 자리에서 특수상대성 이론을 길게 설명한다는 건 번거로운 일이고, 특수상대성이론이 왜 중요한지 현대 과학의 기술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보면,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개발한 주요 동기는 그보다 몇 십 년 앞서 발견된 전자기의 등식에서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이들 등식은 빛의 속도를 상수로 포함하고 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지 그 기준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성이론과 함께 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대성은 빛의 속도를 측정하는 기준틀은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등식을 이용하여 우리는 라디오를 작동시키고, 현대의 사실상 모든 전기 장치들을 작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티비를 켤 때마다 휴대전화를 집어들때마다, 컴퓨터를 이용할 때마다 전자기 등식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등식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함축하고 있으므로, 당신은 또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확인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의 등속직속운동이 중력이 없는 상태라면, 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을 본격적으로 다룬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뉴톤의 중력이 물체간 서로 끌어당기는 것(만유인력의 법칙)이라면, 아인슈타인의 중력은 물체의 질량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태양을 농구공으로 예를 들어보자. 농구공의 질량은 여타 다른 공보다 무겁다. 그래서 허공에 천을 날아다니는 양탄자처럼 두고 그 위에 농구공을 두면 천은 농구공의 질량때문에 농구공과 함께 밑으로 처질 것이다. 이 때 모양대로 처진 공간이 중력장이고 농구공 주변을 휘었다라고 표현(곡률이라 표현한다)한다.
이제 우리 태양계를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으로 보면, 태양의 질량만큼 내려앉은 곡률안에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이다(혹은 운동한다는 것이다). 달과 지구도 마찬가지. 지구의 질량만큼 우주에 곡률공간이 만들어져 상태에서 달의 질량과 균형을 이루며 우리 지구 주변을 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읽으면 물체의 질량이 중요하게 다뤼진다. 정말 간단하게 설명한 것이다.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빛, 질량, 수성의 궤도 측정등 다뤼지는 내용이 적지 않아 여기서 적을 수 없지만,
아인슈타인이 천재라고 불리우는 것은, 그의 상대성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만든 장방정식에서 슈바르트실츠는 블랙홀의 존재를 암시하는 슈바르트실츠반지름을 유도해냈고, 프리드만과 로메트로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식을 유추해냈으며, 우리가 매일 밤 쳐다보는 저 너머 우주에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등을 예견했다는 것이다(물론 그 장방정식에서 블랙혹, 우주 팽창등 계산해 낸 수학자들도 대단하지만).
일반상대성 이론이 현재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예로 들면, 그의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 이론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딘가 가기 위해 차를 운전하면서 도로표지판 정도에 만족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시간팽창을 몰랐다면, 인공위성을 띄어 놓고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표면에서의 시간은 깊은 우주 공간에서 측정한 시간보다 10억분의 1정도 느리게 흐른다. 이 효과는 지표면에서 멀어질수록 작아지는데, 예를 들어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로 올라가면 느려지는 비율이 1조분의 1로 줄어든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경험은 지표면에서 축적되었으므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전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자동차나 스마트폰의 위성항법장치GPS에도 시간팽창효과가 고려되어 있다. GPS의 정확도는 위성에 탑재된 시계의 정확도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중력에 의한 시간 팽창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GPS의 시계는 하루에 100만분의 45초씩 빨라지고, 이에 따른 위치의 오차는 10km나 된다. 다시 말해서 시계를 며칠만 보정하지 않아도 뉴욕과 플로리다 주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GPS에 탑재된 시계는 매일 한번씩 보정해 주어야 한다.
데이브 골드버그가 쓴 <백미러 속 우주>에는 아인슈타인에 대한 설명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 있다. 단 한사람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등가원리는 향후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P278).
단 한사람, 바로 그가 아인슈타인이다. 16살에 빛의 속도로 빛을 타고 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력은 상대성이론을 이끌었고, 이백년간 과학을 지배했던 뉴톤의 세계의 끝에서 또 다른 시작을 창조해냈던 것이다.
실제 그의 상대성이론을 해제한 책들을 읽으면, 얼마나 많은 과학저술가들이 그의 업적에 매료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알기 전에는 그저 관습적으로 위대하다고 하니깐 위대한 줄 알았지, 무슨 이유로 그를 위대한 과학자라고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의 이론을 접하고, 그의 과학적 사유를 따라가면서, 그의 천재성을 알게 진정 알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그의 상대성이론이 그의 첫번째 부인 밀레바의 작품이라는, 항간의 떠도는 말들은 아인슈타인을 질투해서 만든 말이라고 전하고 싶다.
과거나 현대나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앞다퉈 존경하는 인물로 뉴톤이냐, 아인슈타인냐를 꼽는 마당에, 우리 나라에선 아인슈타인을 부인의 아이디어를 훔쳐 죽을 때까지 그 명성으로 살았던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건, 우리 나라 과학의 위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오죽하면 이 해를 과학사가들이 기적의 해라고 할까), 다섯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난 자네에게 네 편의 논문을 약속하네.. 그 중 첫번째 논문은 얼마 안 있어 사본을 얻을 것 같기에 자네에게 곧 보내 줄 수 있을 거야. 그 논문은 복사와 빛의 에너지 속성들을 다루고 있는데, 자네도 보게 되겠지만 굉장히 혁명적이네... 두 번째 논문은 중성물질이 용해된 묽은 용액의 확산과 점성으로부터의 원자의 실제 크기를 측정하는 법에 관한 거이야. 세번째는 열의 분자(운동)이론의 가정을 바탕으로, 액체 속에 부유하는 1/1000mm 크기의 물체들이 곧바로 관찰가능한 무작위 운동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그 운동이 열운동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고 있어. 사실 그 동안 생리학자들은 부유하는 작은 무생물 물체들의 (설명되지 않은)운동을 관찰해 왔는데, 그 운동을 브라운 분자 운동"이라고 부르고 있어. 네번째 논문은 지금 이 시점에서는 대략적인 초안에 불과해. 그 논문은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을 다루고 있는데, 공간과 시간의 이론에 수정을 가하는 것이지.
1905년 3월에서 9월 말 사이 완성된 다섯편의 논문들은 모두 선도적으로 독일 물리학연감에 발표되었다. 이 가운데 세편, 즉 빛의 입자적 본성에 관한 3월 논문, 브라운 운동에 관한 5월 논문, 특수상대성 이론에 관한 6월 논문은 일반적으로 시대를 가름하는 논문들로 여겨지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인 4월 논문은 별 주목 받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아인슈타인의 논문들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의 하나이자, 5월 논문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유명한 방정식 e=mc2이 처음 등장하는 9월 논문은 6월 논문의 예기치 못한 결과로 나온 것이었다. 이 다섯편의 논문은 물리학의 각 영역에서 근본적인 문젯거리를 건드리고 있다.
기적의 해의 다섯논문을 거쳐, 그는 1915년 일반상대성 이론이 발표되었고, 그 이후 그는 양자역학에 매달리는데(양자역학을 그가 부인했던 것이 그의 명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라는 명제에 치명타를 가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에는 얽힘이란 이상한 현상이 목격되는데, 한 입자가 동시에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그 어떤 것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는 명제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그의 1935년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논문(흔히 EPR논문으로 통하는)은 후에 존벨에 의해 새롭게 발전 되었다.
상대성 이론 이후 30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명성에 기대 살았다는 과학사적 사실은 어디서 찾았는지 정말이지 궁금하다. 만약 그의 이론이 부인의 이론을 훔친 것이라면, 그가 어떻게 날고 기는 다른 천재과학자들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특히나 양자역학 이론가들을!!!
덧: 오늘날 과학사가들은 공정한 눈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못 받았던 변광성으로 별의 거리를 추적한 리비트나, 이중나선을 촬영한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나 대칭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뇌터의 수학의 에미 뇌터등 과학사가들은 남성과학자들틈에서 여성 과학자란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한, 그러나 결정적인 역활을 한 여성과학자들에게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밀레바에 대한 평가는 그 어디에서도 상대성 이론에 결정적인 역활을 했다는 글은 보지 못했다. 현재 우리 나라 상대성이론을 다룬 책들중 나는 단 한권도 밀레바의 역활을 강조한 책을 읽지 못했다. 정식으로 출판된 책중에서 밀레바의 업적을 다룬 책이 있다면 나에게 알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