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거실 한켠에는 늘 언제나 이렇게 그림책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제 나 이외에 식구들 중 그 누구도 더 이상 들춰보지 않는 그림책 책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철 지나 때 되면 그 때 그 때 분위기나 계절에 맞는 그림책을 진열해 놓는다.

지금 진열된 책들도 이월말 무렵에는 봄기운이 완연한 봄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나

혹은 꽃그림책으로 바뀔테니

이 겨울그림책 진열도 끝물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많이 읽어주고 같이 책장을 넘겼던 그림책인데

매번 정성드려 주제에 맞게 진열해놔도, 나이를 먹으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그림책을 읽지 않는다.

끝물이 다 되가도 두 아이 모두 관심도 없고 그림책 진열장쪽으론 눈길도 안 돌리더니,

 

 

 

 

어제 아침 큰아이가 학교갈 준비를 하다가 거실을 서성이더니 그림책 한권을 꺼내 들춰보며, 이 책 어릴 때 많이 읽었는데 도토리 모으던 내용이던가? 하고 고개를 꺄웃거리더니 의자에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세상에 요 몇년간 그림책의 그림책도 들여다 보지 않는 아이라 감격에 겨워, 그 순간을 놓칠까 싶어 사진 한장 찰깍 찍었다. 찍는 순간 찍지 말라고 그림책을 휙 들어올리긴 했지만, 다시 읽는 자세로 돌아와 책을 읽다가 도토리가 나는 나무가 어떤어떤 나무지? 엄마? 하고 물었다. 여러 종류의 나무에서 도토리가 나서 갑자기 생각 안 나네! 했더니, 뭐라뭐라 중얼거린다.

 

개정판이 나오면서 제목이 바뀌긴 했지만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는 아이들에게 내가 읽으주면서 따스함의 카르텔을 형성했던 그림책이다. 지금도 들춰보면 아이에게 책 읽어줄 때의 따스함이 풍겨 그 때 그 기분으로 회귀하는 그림책인데 16살인 큰아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의 그 따스한 분위기를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큰아이를 키우면서 별탈 없이(비록 공부는 못 하지만, 그리고 나 자신이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강한 부담감을 주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커 주는 것이 어릴 때 읽어 준 그림책의 따스한 정서를 엄마인 나와 함께 공유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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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2-11 20:42   좋아요 0 | URL
기억님, 아름답습니다, 저 모습^^
세상에나 그림책을 분양해주지 않고 고스란히 갖고 계시는데다 철마다 재배치하신다니 넘 정서적이고 낭만적입니다. 전 아이들 크고 아이책은 다 어디로 갔는지 거의 싹쓸이 재분양하고 없어요.
웬체 버리는 걸 좋아하니.... 둘 걸 그랬어요. 그럼 저도 저런 모습 찍을 수 있었을 텐데~~~

기억의집 2014-02-12 10:39   좋아요 0 | URL
팜므님... 제가 가지고 있는 그림책을 다른 분들께 드리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그랬는데도 꽤 많은 그림책을 소유하고 있어요. 아이들하고 공유했던 시간, 감성이 그대로 추억이 되어 그림책들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더라구요. 나중에 이사 가면 그 때 진짜 어떡해 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버리는 거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집이 휑해요. 거실 사진 보셨겠지만 집에 가구나 물건이 없어요. 책도 읽고 나면 거진 다 팔았으니깐요. 그래서 저는 흔히 hoader를 이해 못 하겠더라구요. 어떻게 이고 지고 사는지. 저의 엄마도 그만 버리라고 뭘 그렇게 버리냐고 핀잔 주세요~

꿈꾸는섬 2014-02-12 10:56   좋아요 0 | URL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그림책을 과연 잘 간직하며 살게 될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도 가끔 저렇게 그림책 꺼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기억의집 2014-02-12 19:19   좋아요 0 | URL
섬님 혹 아이들에게 스맛트폰 사 주셨나요?
만약 아니라면 절대 사주지 마세요. 저의 애들은 제가 어릴때 책을 읽어줘서 제법 책을 읽곤 했는데..스마트폰 가진 이후 절대 책 안 읽어요. 책 읽으라고 원하는 책 사주었는데도 안 읽더라구요.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던 메이플 스토리가 예전에는 질리도록 읽던 애들이 딱 한번 읽고 방치하더군요.....책보다 재미난 세상이 스마트폰안에 있으니 그 세계에서 책으로 안 옮겨오네요...

전 아직도 그림책 제가 보려고 살 때도 있어요. 지금 달을 빨아버린 우리 엄마 살까 고민중이에요!

하양물감 2014-02-13 08:37   좋아요 0 | URL
저 책꽂이.... 저도 꼭 저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기억의집 2014-02-14 08:05   좋아요 0 | URL
네! 저렇게 진열하면 흘긋 보긴 해요. 꺼내 보지 않지만. 요즘은 저렇게 진열한 게 부질 없구나 싶었는데 아들냄이 꺼내 읽더만요~ 저 책꽂이 2004년인가 5년에 산거라 있는지 모르겠어요~ 한솔인 방학 했나요?

하양물감 2014-02-15 16:21   좋아요 0 | URL
다음주 월요일에 수료식하고 방학입니다.
겨우 1학년을 마치네요^^

2014-02-15 13:29   좋아요 0 | URL
아, 겨울 그림책 진열, 너무 아름다워용~ 사진 올려 주셔서 감사!! 내가 많이 좋아하는 '눈의 음악'도 보이네요.흐흐

기억의집 2014-02-21 08:11   좋아요 1 | URL
음악 좋지 않나요? 전 겨울이 오면 저 눈의 음악 시디 트는데...시디기가 망가져서 올핸 못 들었어요. 겨울 분위기 나고 포근해요! 이 겨울에 그런 느낌 나서 언제나 듣는 시디인데...

꽃핑키 2014-04-26 22:14   좋아요 0 | URL
호옷!! 그림책 책장 너무 멋져요 기억님!! 그나저나 저렇게 큰 아드님이 있으시군요!! 예전에 얼핏 뵈었던 사진은 기억님 너므 젊으셔서 ㅋㅋ 초등학생 학부형이시겠거니 했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봄 책장도 궁금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