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11/pimg_760031175970820.jpg)
우리집 거실 한켠에는 늘 언제나 이렇게 그림책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제 나 이외에 식구들 중 그 누구도 더 이상 들춰보지 않는 그림책 책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철 지나 때 되면 그 때 그 때 분위기나 계절에 맞는 그림책을 진열해 놓는다.
지금 진열된 책들도 이월말 무렵에는 봄기운이 완연한 봄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나
혹은 꽃그림책으로 바뀔테니
이 겨울그림책 진열도 끝물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많이 읽어주고 같이 책장을 넘겼던 그림책인데
매번 정성드려 주제에 맞게 진열해놔도, 나이를 먹으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그림책을 읽지 않는다.
끝물이 다 되가도 두 아이 모두 관심도 없고 그림책 진열장쪽으론 눈길도 안 돌리더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11/pimg_760031175970829.jpg)
어제 아침 큰아이가 학교갈 준비를 하다가 거실을 서성이더니 그림책 한권을 꺼내 들춰보며, 이 책 어릴 때 많이 읽었는데 도토리 모으던 내용이던가? 하고 고개를 꺄웃거리더니 의자에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세상에 요 몇년간 그림책의 그림책도 들여다 보지 않는 아이라 감격에 겨워, 그 순간을 놓칠까 싶어 사진 한장 찰깍 찍었다. 찍는 순간 찍지 말라고 그림책을 휙 들어올리긴 했지만, 다시 읽는 자세로 돌아와 책을 읽다가 도토리가 나는 나무가 어떤어떤 나무지? 엄마? 하고 물었다. 여러 종류의 나무에서 도토리가 나서 갑자기 생각 안 나네! 했더니, 뭐라뭐라 중얼거린다.
개정판이 나오면서 제목이 바뀌긴 했지만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는 아이들에게 내가 읽으주면서 따스함의 카르텔을 형성했던 그림책이다. 지금도 들춰보면 아이에게 책 읽어줄 때의 따스함이 풍겨 그 때 그 기분으로 회귀하는 그림책인데 16살인 큰아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의 그 따스한 분위기를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큰아이를 키우면서 별탈 없이(비록 공부는 못 하지만, 그리고 나 자신이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강한 부담감을 주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커 주는 것이 어릴 때 읽어 준 그림책의 따스한 정서를 엄마인 나와 함께 공유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