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덴버에 살고 있는 친구의 블로그에서 얻어온 사진.

고등학교 1학년때 만나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26년 인연이다.

이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이제는 미국땅에서 더 오래 산셈)

그 곳에서 결혼도 하고 흔한 말로 자리잡고 잘 살고 있다.

아이가 없어(본인이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다고 해서)

개 두마리를 키우는데,

개산책을 시키며 돌아다니다가 동네 근처 공사장의 철조망에

누군지 모르지만, 철조망에 수 놓은 꽃자수를 보고  신기하고

가슴이 뭉클해져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이다.

친구가 저 사진들을 올렸던 시기가

12월 크리스마스 전후였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트리보다 더 이쁜~

나 또한 저 철조망의 꽃들을 보고 어찌나 훈훈하고 뭉클해지던지.

 

그 친구가 지난 목요일에 한국에 왔다.

 

조선호텔에 묵는다고 해서 오늘 약속 날짜를 잡고 만나고 왔다.

조선호텔 태어나 처음 가는데,

아침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왜  하필 오늘 비가 내린담~ 투덜대며 친구를 만나러 갔다.

사십중반에, 서로 늙은 모습으로 만났지만

(친구는 44살, 나는 70년생이지만 일년 빨리 들어가 69년들하고 학교를 같이 다녔다)

사실 그 친구의 블로그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오랫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조선 호텔 지하에 있는 스파케티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내가 음식값을 계산했는데, 정말 억소리 나왔다.

스파게티 하나에 부가세 포함 27,500원 해산물 뭔가는 33,000원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다. 봉사료까지~ 두 개 주문해 먹고 팔만원 나왔으니~

음식은 맛이 있었지만 솔직히 양이 차지 않아

친구랑 거리로 나와서는 편의점에 들어가 나는 군것질거릴 입에 물었다는)

 

이 친구는 책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거리감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7울 17일날 미국으로 간다고 하는데,

몇번이나 더 만날 수 있는지.

친구와 삼청동을 거닐고 싶다.

월전 미술관도 들리고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싶다.

 

오랜 친구와 만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다.

줄리안 반즈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그리고 그 친구가 블로그에 올린 철조망의 꽃들 사진을 떠 올리며

미래의 걱정이나 불안을 가불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심적으로 힘든 게 없다고 할 수 없다. 나는 내가 낙천적인 사람이라 잘 견딜 수있을 것이라고 위안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받아들이기나 무척이나 힘이 든다. 생각해보니 유월 들어 삼시세끼 제대로 먹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입맛이 거의 나질 않아 허기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하루에 한끼 아니면 커피나 라면으로 떼우니, 며칠 전부터 급격하게 기운이 떨어졌다. 컴 앞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내가 나가서 홍삼을 사 들고 와서 먹고 있다. 요즘은 삼시세끼 꼬박 차려 먹는다. 먹기 싫더라도 기운을 내야겠다 싶어 말이다. 미래의 일어나지도 않을 지도 모르는, 만약이라는 불안은 왜 나를 이렇게 끈덕지게 물고 들어질까.  사람은 왜 미래의 불안을 현재에 걱정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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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2-07-01 13:27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걱정과 불안은 오지도 않은 것에 대한 시간낭비란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미리 사서 걱정하는건 좀 즐었어요. 지금보다 더 단순하고 쿨하게 살고파요. 그래야 철조망 앞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할 여유도 생기겠죠.ㅎㅎ 울 딸 셤보러 온 학교에서 댓글답니다. 청해 한시간만 보면 끝이라 함께 밥 먹기로했어요.

아영엄마 2012-07-04 11:33   좋아요 0 | URL
따님 시험 잘 봤나요~. 아영이도 일어 공부 해서 시험 한 번 보고 싶다는데 괜찮은 교재 있으면 알려주세요~. ^^

기억의집 2012-07-05 13:47   좋아요 0 | URL
청해가 뭘까요? 딸냄 무슨 시험 봤어요?
울 아들 기말 화욜에 끝났어요. 시험 성적은 다 그냥저냥해요. 평균 칠십점대였으면 좋겠어요^^ 워낙 안 해서..그것도 안 나올 것 같아요.

저는 낙천적인 성격이라 근심과 걱정 그리고 불안하지 않는 편인데, 아무래도 남편 수술이 좀 심적으로 힘들긴 해요. 그래도 나중 일이니 나중에 생각하자 하면서도 순간순간 불안감이 휩싸일때가 있어요.

기억의집 2012-07-05 13:48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아영이 일어 공부 만화책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울 아들한테 나중에 일어 선택하라고 했는데, 만화는 좋아해서 접근하기 쉬울 것 같아요.

희망으로 2012-07-05 23:39   좋아요 0 | URL
청해는 듣기 평가라고 보심되요. 울딸은 JLPT 2급 봤어요.

일본어 셤은 JLPT와 JPT 두 가지가 있어요. 어떤 셤을 볼 건지를 먼저 결정하셔야 할 거예요.
독학으로 해서 교재는 많이 사서 본 것 같아요. 시간되면 리스트 한 번 올려볼게요.

마녀고양이 2012-07-01 21:08   좋아요 0 | URL
철조망의 꽃,,, 저두 뭉클.......... ^^
기억의집님이랑 저랑 코드가 비슷한가봐여, ㅇㅇ, 저번에 얼굴보고 느꼈지만요~
(설마, 저만의 착각? ㅋ)

오랜 친구를 만나셔서, 좋으셨겠다, 저는 요즘 시간이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제 주위 친구들 섭섭할 듯... 헤헤.

기억의집 2012-07-05 14:0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어요. 너무 바빠서. 게다가 저는 저녁을 세번 차려요. 그래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어요. 애아빠가 먹은 저녁설거지까지 다 치운 시간이 보통 11시다 보니 여기 들어올 엄두도 안 나요. ㅋㅋ

나중에 맛있는 점심 함께 먹어요.

icaru 2012-07-02 16:07   좋아요 0 | URL
ㅇㅇ 저 대문 사진에~~~ 그런 사연이 있었던 거군요~ 범상치 않았어요,, 한겨울 공사장 현장 철조망에 서서 오랜 시간 예술 작업(자수놓기)을 하였을 그 무명씨가....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올7월에 워싱턴디씨인가로 가족이 2년 동안 미국행을 하게 되었다는 친구 생각이 퍼뜩 났어요. 전화해 봐야겠다 했답니다.

기억의집 2012-07-05 14:10   좋아요 0 | URL
나도 그러면 소원이 없겠어요. 저는 울 애아빠한테 혹 미국에 갈일 없어? 물어본다니깐요. 딱 외국에 이년만 나가 살았으면 좋겠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년~

저 철조망 한켠은 다 꽃자수라고 하더라구요. 공사중인데, 저렇게 철조망에 꽃자수 해 놓으면 공사하는 게 싫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

icaru 2012-07-05 15:31   좋아요 0 | URL
님 페이퍼에다가 이렇게 답글 달고, 바로 전화를 해봤거든요~
서류 준비에, 아이들 학교 초1, 초4 입학 절차에 정신이 없다고 하는데, 저에겐 되게 행복한 비명처럼 들렸어요. 특히 초1 여자 아이는 아토피가 있다고 했는데,, 거기선 좀 다르겠지 싶고..

책읽는나무 2012-07-02 18:32   좋아요 0 | URL
음~ 드뎌 올리셨군요?ㅋㅋ
큰사진으로 보니 더 이쁘네요.
전 친구분이 올리셨단 글에 당연히 서울 어느 동네에서 찍은 것이라 여겼어요.
서울 도심지에도 저리 마음이 따뜻한 분이 계시구나!
삭막하게 살고 있을 것같은 도시인들이 오히려 더 따뜻한 맘을 품고 있구나~
했었는데...서울이 아니라 미국이었군요.
미국사람들도 뜨끈한 사람들 많나봐요.ㅎㅎ

혹시 뜨개 대회 나가기 전이라 연습하신 것은 아니신지??
다들 감동하고 계시온데 고춧가루 뿌리고 있죠?ㅋㅋ
전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고 얘기 한 것뿐이온데...
왜 고춧가루를 뿌리느냐고 말씀하시오면....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고 말 할 수밖에 없사옵니다.ㅡ.ㅡ;;

저녁 차려야 할 시간이로군요.ㅠ
반찬이 없어 김에 소금이라도 좀 뿌리고 먹어야겠어요.

2012-07-03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2-07-05 14:15   좋아요 0 | URL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친구말에 의하면 미국은 공중도덕이 잘 지켜져서 한국보다 낫다고 하던데요. 친구는 한국 사람들은 타인을 너무 존중하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더라구요. 특히 길거리에 침 뱉는 거 경악을 해요^^

대회에 나가려고 한 것일까요!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다양성이 강한 나라라 저런 사람이 있구나 싶었어요. 사실 저것도 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공사 다 끝나면 철조망도 없앨 것이고 그러면 꽃도 사라지겠죠.

저는 오전에 이마트에서 삼계탕 30% 세일 하길래 그거 두개 사들고 왔어요. 하나 더 사야하는데,,,, 하나 갖고 둘이 나눠먹으라고 하려고요. 이따 아들애 오면 국수가 하고...아, 정말 밥하기 귀찮아요.

icaru 2012-07-04 08:56   좋아요 0 | URL
근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은 타이밍이 절묘하시네요~ ㅎㅎ
기억 님의 감상평이 무척 궁금해요!!!ㅋ

기억의집 2012-07-05 14:26   좋아요 0 | URL
이카루님~ 이카루님 리뷰 읽고 빌려 왔는데 일부 읽고 도저히 못 읽겠어요. 이부 조금 들어갔는데, 이걸 읽어 말어 고민하다가 오늘 갔다주었어요. 저는 그런 사유적인 문장이 별로에요.쩝.이카루님하고 생각이 너무 틀리죠. 재밌게 읽으셨다고 하셨는데 제가 이런 글 써서 미안해요==;; 그런데요. 이카루님, 포드 여사가 왜 토니한테 유산을 남겨주었고 에드리안이 왜 자살했나요? 그건 궁금하더라구요.

2012-07-05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12-07-06 11:57   좋아요 0 | URL
아~ 저 사진이 원 그림이군요~. 저 길을 지나가며 이들에게 철조망에 핀 뜨개꽃이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겠어요.
제가 미래의 불안을 가불해서 걱정하고 사는 스타일잖아요. 그럴 필요없다는 거 알면서 참 안고쳐지네요. ^^* 울 남편이 어제 퇴근해 와서는 회사 앞날 불안한 거 미리 걱정하는 거, 그래봤자 달라지는 거 없다며 그만 하겠다고 그러더라구요.

기억의집 2012-07-05 14:26   좋아요 0 | URL
저런 길 다니면 오고가면 함박웃음이 지어질 것 같아요.

맞아요. 미리부터 걱정과 근심을 가불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막상 닥치지도 않았는데 만약 그러면 어떡하지보다 그냥 미래의 걱정은 미래의 걱정으로 남겨두어야지 싶어요.

scott 2012-07-06 14:42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세끼 꼬박 챙겨드셔야해요.
대충 라면,커피 안돼요.
특히 올여름은 이상기후에 무더워서 더위 안타던 사람들도 비실비실데요.

전에 호텔에서 밥먹다가 물좀 달라고 했더니 나중에 영수증에 물값 8천원이라고 찍혀 있어서 깜놀+.+ 비싼 곳 갈때는 생수병 들고 가야할지 모르겠네요. ㅎ
살면서 불행,행복 반반씩 주기적으로 돌고 도는것을 느낄때면 때로는 생의 적당한 이완과 긴장이 삶을 지탱해주는 끈이 아닌가 싶어요.

기억의집 2012-07-06 18:45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요즘은 그러고 있어요. 기운이 하나도 안 나서 열심히 삼시세끼 챙겨 먹고 있어요.

원래 호텔내 음식점 가격이 비싼 줄 알았지만, 상상초월이었어요. 커피 한잔도 만원 더 하겠더라구요. 봉사료까지 합치면. 가격에 비하면 양이 너무 적어 차라리 패밀리 레스토랑이 낫지 싶었어요.

공감해요. 행복한 삶을 살다보면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타지 못하겠죠. 늘어지기만 하고. 더워서 여름을 타긴 하나봐요.

2012-07-12 21:36   좋아요 0 | URL
헤헤 이거 제가 올려달라고 부탁해 놓고 댓글은 완전 늦게 달아요...
고마워요. 기억님. 정말 궁금했어요. 전체 모습은 어땠을까 하고.
이것도 곧 사라질 거라는 점에서 '꽃'이라고 하신 말 맞네요. 하지만 너무 예뻐서 철거하지 말자는 마을 주민들의 집단 행동이 있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아니란 점에서 아, 역시. 그러기도 했어요. 우리나라라면, 왠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일단, 모두들 너무 바쁘잖아요..ㅎ
덕분에 기억님 오랜 친구 얘기도 재미나게 읽었네요. 이런, 다양한 살아가는 얘기 좋아요~.

기억의집 2012-07-12 22:23   좋아요 0 | URL
큭큭 이쁘죠. 저는 이런 발상을 한 분이 누군지 참 궁금해요. 지역 신문이나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맞아요. 우린 너무 바쁘게 살죠. 슬로우 일상은 지루할 것 같고. 흐 섬님은 은근 시골 생활이 잘 맞나 봐요. 투덜대는 것을 못 봐~

흐흐 개인적인 이야기 제가 좀 안 올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