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친정언니의 시누이 시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장례식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시누이 시아버님이 자신의 몸을 의과대학에 기증해서 삼오제를 치루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 연세라면 화장하지 말고 땅에 묻히고 싶어 묘비 세워달라, 이거 해달라, 요구 사항도 많을텐데, 그게 가능해? 라고 물으니, 원래 그 분이 그런 분이시란다. 그 나이에 비하면 정치적으로나 생활면에서 상당히 진보적이시고,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셨던.

 

그 때까지 사실 젊은 나도 내 시신을 의학발전의 기여를 위해 기증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심지어 장기 기증조차도. 그런데 팔십 가까이 되신 어르신이 자신의 신체를 의과대학에 기증하셨다니, 놀랍기 그지 없었다.

 

우리 나라의 장례문화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저 분의 저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것이다. 우리 나라 장례문화는 엄청 보수적이다(애아빠 친척분이 지난 여름에 돌아가실 때, 전통방법으로 장례를 치를 정도였으니깐). 특히나 저 연세정도라면, 풍수지리 따져가며 후손의 앞길이 잘 되니 마니 하면서 매년 제사밥 꼬박 챙겨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아는 세대이기에, 그 어르신의 선택은 대담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그 말 듣고 나도 죽으면 시신 기증을 해 볼까,도 생각해 봤다. 나야 어차피 매장을 반대하고 화장쪽을 선호하고, 매장을 하더라도 봉분이 눈이 쌓이고 비바람에 깍이는, 세월의 풍파에 저절로 봉분이 사라져야 하고 뼈 또한 썩어, 자연의 원래 형태로 돌아가야한다는 주의여서, 시신 기증에 대해 그렇게 어렵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시신기증에 대한 맘이 싸악 사라졌다. 아니 솔직히 내 벗은 몸을 보고 히히덕 거릴 웃음과 내안의 장기들이 학생들에 손에 너덜너덜해진다고 생각하면, 죽은 몸이라도 끔찍하고 비참해지는 것이다. 이 책에는 시신을 해부하는 동안 학생들의해 내장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 때의 그 격렬한 거부감이란....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는 것이 아닌 시신 전체를 기증하는 분들이야말로 정말 용기 있는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자신의 몸을 기증할 때 자신이 몸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다루어질지 어느 정도 강의나 교육을 받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 행하는지 알면서도 기증을 결정하다니,,, 나를 어느 정도 버려야 그런 용기가 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같은 경우, 시신을 해부하도록 기증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의대생들이 해부를 위해 시신을 사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런 댓가 없이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는 분들은 사회에 기여가 무엇인지, 실천하는 삶이 무엇인지 몸바쳐 보여 주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시누이의 시부는 일년 후에 의과대학에서 시체를 가져가라고 전화 왔다고 한다. 너덜너덜해질 데로 해졌을텐데, 그 모습을 본 가족의 충격은 어떠했을까. 알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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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4-25 13:13   좋아요 0 | URL
아, 의과대학에서 해부를 해본뒤에 그 시체를 다시 가져가라고 하는군요! 전 일단 시체를 기증한 순간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순간 끝나는게 더 잔인한건지 너덜너덜해진 시체를 가져가라고 하는게 더 잔인한건지, 그건 판단이 잘 안되네요.

기억의집 2012-04-25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뒤져보지 않고 언니말에 의존해서 써서.
그 때 언니가, 일년 후에 시누이 시부 시체 가라고 전화 왔다고 하더라,라고 저한테 말했거든요. 게다가 해부했으면 어느 정도 장례비용 좀 내 놓지 일체 안 내 놓더라고 분개해서 말해서. 더 기억에 남아요.

그 땐 사실 인체해부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가보다했는데, 이 책 읽고 그 전화가 과연 정당한 전화인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책에선 해부하고 나선 시체를 돌려주지 않더라구요. 안 돌려 주는 게 맞는 거 같구요. 해부한 시체보고 얼마나 경악했을까 싶어요. 휴~ 저는 만약에 시체기증 하라고 하면, 가져간 곳에서 다 처리해 달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후자쪽이 더 잔인한 거 같아요.

2012-04-25 14:55   좋아요 0 | URL
휴~ 진짜 시신 돌려주는 건 좀.. 차라리 정중히 화장을 해서 뼛가루 형태를 돌려 주는 건 어떨까요? 여튼 진짜 특이한 책도 읽으시는군요! 기억님.ㅎㅎ

기억의집 2012-04-25 15:01   좋아요 0 | URL
와우 완전 찌찌뿡, 나 방금 한사람님 덧글에서 섬님 보고 반가워 섬님방 갔다와지요~ 와우 그동안 잠수타고....근황이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렇죠. 좀 특이하죠. 큭큭.
재밌긴 해요.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히더만요. 다만 시체기증은 장담 못 하겠더라구요. 아직도 유교사상이 뿌리 박혀 있나봐요. 내 몸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많은 줄 미쳐 몰랐어요.

어쩜,가족분들이 해부 다 끝나고 돌려달라고 한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방금 들었어요. 건너건너 아는 분들이라 정확한 상황은 모르고 언니를 통해서 들어서~ 왠간해서 그 상태로 돌려주었다간 멱살 잡히지 않겠어요.^^

희망으로 2012-04-25 19:55   좋아요 0 | URL
저도 장기기증 할까 라는 고민을 해본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장기기증 서약하고 자신의 건강 관리를 더 하게된다네요. 운동도 열심히 하구요.
그런데 나중에 내 몸의 어떤부분이 건강해서 기증가능한 부분이 있기는 할까 싶기도 하구요. 전 안 할 핑계먼저 만들어 두잖아요.
장기기증의 경우 적출 후 봉합해서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신체의 전부를 기증하는 경우 달라질거구요. 분골로 받는 것도 가능하구요. 너덜너덜 한 채로 받게되면 남은 가족에게 넘 끔찍할 것 같아요. 그점때문에 기피한다고들하죠...어차피 죽으면 썩을 몸인데 하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역시 용기가 없고 비겁한 거죠...

기억의집 2012-04-26 12:53   좋아요 0 | URL
진짜요. 희망님!
전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죽으면 화장 해줘,라고 말은 해도 내 시신의 일부를 어딘가에 기증을 해서 새 삶을 얻도록 해 준다는 생각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읽고 더 용기가 안 나요. 그 때 언니의 시누 시부가 시신 기증을 이야기할 때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뭐...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고 생각할수록 그 분이 대단한 분이구나 싶어요. 그 연세에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군자란 2012-04-26 09:25   좋아요 0 | URL
살아가면서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요즘 기억, 의식,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궁극적으로 죽음이라는 부분을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자기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신 분도 어쩌면 그 분의 용기있는 결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주위에도 돌아가신분이 유언으로 주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부의금도 받지 않고 장례비용을 자식에게 남겨주신 분도 보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마지막이 어떤 모습으로 가느냐가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기억의집 2012-04-26 12:57   좋아요 0 | URL
지난 번에 기억을 찾아서인가 100자평 읽었어요. 군자란님은 뇌쪽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더라구요. 어휴, 저는 뇌나 신경쪽은 이해가 거의 안 가더라구요.

저는 정치적 진보말고 생활 진보 하고 싶어요. 사실 저는 제사나명절 장례식 이런 예식 안 하고 살고 싶어요. 저의 집은 아이들 돌잔치, 환갑, 칠순도 그냥 조용히 넘어가거든요. 나중에 애들 크면 많은 부분 없앨 거에요. 전 아들도 있지만, 며느리보고 꼭 시댁쪽으로 맞춰 살란 말 하고 싶지도 않고요. 명절도 꼭 시댁 먼저 오라고 안 할거에요. 놀러가면 놀러가라고 할겁니다. 너무 우리 나란 시댁문화에 맞춰 살아야 하더라구요.

icaru 2012-04-26 10:58   좋아요 0 | URL
내 몸에 이렇게 애정이 많은 줄은 몰랐다는 말씀에,, 끄덕끄덕
이 리뷰 읽으면서 전에 없던 내 몸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는 거예요.ㅎㅎ
썩어 없어질 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야겠고 잘 죽어야겠다고~ 한술더떠ㅎ 내 죽은 사후에 일을 어떻게 진행시킬지 미리 주관하고 정해두고 싶은 맘도 없잖아 생기니,,, 웬 오버래요~^^;;

기억의집 2012-04-26 13:00   좋아요 0 | URL
썩어 없질 몸이라 저는 화장이 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매장은 정말 후손들한테도 자연한테도 미안한 일더라구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시신을 거두는 모습이 용기 있죠. 저 나이에 정말 쉽지 않으실텐데. 그 시부의 아내분은 얼마나 반대했을까요. 결국 고인의 뜻을 따라야할 때... 그 아내분의 묵인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화장해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서리~

마녀고양이 2012-04-26 11:48   좋아요 0 | URL
저는 엉뚱하게도,
장기 기증하고 생각하면 하두 골병든 곳이 많아서
이 몸을 기증하면 쓸 곳도 없는거 아냐, 이런 생각부터 하고 있답니다... ㅠㅠ.

저 오늘 책 한권 골랐거든요, '죽음과 삶'에 관련된...
사고 싶긴 한데, 최근 읽지도 못 하고 집에 쌓인 책과 엄청난 과제를 생각하면...
책 구매.. 아니~아니~ 아니되오~~~ !

오늘 헤르메스님 서재에서 <아니~아니~아니되오!>라는 문구를 보고 나서
내내 써먹고 싶어요, 헤헤. 허경환 볼 때마다 정~말 잘생겼구나 싶은... 음, 이런,
이렇게 진지한 페이퍼에 단 댓글이.... 아휴휴. 죄송해염~

기억의집 2012-04-26 13:32   좋아요 0 | URL
헤르메스님 글 올리셨나보군요, 꾸준히 올라오시는 것 같아요. 저도 즐찾해서 잘 보고 있어요.

어휴, 무슨..진지한 페이퍼인가요~ 어제 해부학자 리뷰 쓰면서 리뷰에는 안 썼지만, 쓰면 길어질 것 같아서 페이퍼로 돌렸어요, 꼭 써야할 것 같아서.. 그 때 시신기증이 엄청 뇌리에 남았나봐요. 그게 몇년 전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는 거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