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테이킹 우드스탁>을 다 읽고 나서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를 읽으려다가 예판 때 구입하고 읽지 않고 있던 노무현의 <운명이다>를 집어 들었다. 읽는 동안 그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후려쳤다. 나는 왜 그 동안 찌라시신문의 몇 줄짜리 문구에 놀아났을까? 그를, 그의 진정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를 비난하고 욕하고 감정적으로 대했을까? 단 한번이라도 그가 재임하던 시절,그의 말에 귀 기울였던 적이 있던가.
그의 자살에 나도 동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의 단순한 연대기적 정치 편력기가 아니다. 이 책은 정치인 노무현이 쓰려졌다가 다시 일어나곤 했던, 그의 끈기와 불굴의 독불장군 같은 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젊은 시절,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의 민주화과정에서 그는 뚝심과 자존심만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그 뚝심이 튀임 후에도 그래도 남아 있었다면 그는 절대로 자살할 사람이 아니었다. 뚝심과 자존심은 그의 퇴임 후 급격히 사라졌다. 그의 굳건한 뚝심을 무너뜨린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었다. 찌라시와 한나라당의 농간에 넘어간 수 많은 사람들의 비난의 화살을 그는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그리고 나 또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한 사람이었다.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비난할 때에는 적어도 비난하는 근거가 정확해야 한다. 군중의 심리에 휘말려 그렇다 카더라란 식을 그대로 받아들여 마치 그 비난이 정당한 것처럼 포장한, 마녀사냥에 휩싸인 내가 너무나 부끄럽다.
언론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책임의식 부족이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상관 없다. 그러나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고 공정한 토론의 장을 여는 책임을 팽개쳐서는 안 된다. 정부의 언론 정책을 비판할 때는 최소한 사실에 관한 정부의 주장은 함께 보도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에 대해서까지 정부의 주장을 봉쇄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말했더니, 그 말은 아예 소개도 해 주지 않았다.(p279)
노대통령님, 맛있게 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