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테이킹 우드스탁>을 다 읽고 나서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를 읽으려다가 예판 때 구입하고 읽지 않고 있던 노무현의 <운명이다>를 집어 들었다. 읽는 동안 그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후려쳤다. 나는 왜 그 동안 찌라시신문의 몇 줄짜리 문구에 놀아났을까? 그를, 그의 진정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를 비난하고 욕하고 감정적으로 대했을까? 단 한번이라도 그가 재임하던 시절,그의 말에 귀 기울였던 적이 있던가.  

그의 자살에 나도 동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의 단순한 연대기적 정치 편력기가 아니다. 이 책은 정치인 노무현이 쓰려졌다가 다시 일어나곤 했던, 그의 끈기와 불굴의 독불장군 같은 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젊은 시절,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의 민주화과정에서 그는 뚝심과 자존심만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그 뚝심이 튀임 후에도 그래도 남아 있었다면 그는 절대로 자살할 사람이 아니었다. 뚝심과 자존심은 그의 퇴임 후 급격히 사라졌다. 그의 굳건한 뚝심을 무너뜨린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었다. 찌라시와 한나라당의 농간에 넘어간 수 많은 사람들의 비난의 화살을 그는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그리고 나 또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한 사람이었다.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비난할 때에는 적어도 비난하는 근거가 정확해야 한다. 군중의 심리에 휘말려 그렇다 카더라란 식을 그대로 받아들여 마치 그 비난이 정당한 것처럼 포장한, 마녀사냥에 휩싸인 내가 너무나 부끄럽다.

언론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책임의식 부족이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상관 없다. 그러나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고 공정한 토론의 장을 여는 책임을 팽개쳐서는 안 된다. 정부의 언론 정책을 비판할 때는 최소한 사실에 관한 정부의 주장은 함께 보도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에 대해서까지 정부의 주장을 봉쇄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말했더니, 그 말은 아예 소개도 해 주지 않았다.(p279)

 

노대통령님, 맛있게 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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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5-24 12:00   좋아요 0 | URL
인용하신 문구를 읽어보니 답답하네요..
얼마전에 읽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도 떠오르고 말이죠..

기억의집 2010-05-24 12:08   좋아요 0 | URL
카다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도 이런 내용이군요. 한 사람이 무너질 때는 떠도는 풍문과 알 수 없는 정보의 불확실성이 대 다수더라구요. 저는 요전에 읽은 휴먼스테인도 그랬어요. 책 좀 읽었다는 저도 너무 감정적으로 대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막상 이 책을 읽어보니 그의 정책이 다 왜 그런지 설명되어 있는데.... 전 왜 이런 정보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을까요. 휴~~

다락방 2010-05-24 14:30   좋아요 0 | URL
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도 언론이 한 사람을 코너로 몰아넣는 내용이죠. 카타리나에 대한 주변인들의 인터뷰도 모두 왜곡되고요. 아, 답답해요.

기억의집 2010-05-24 18:07   좋아요 0 | URL
근래의 예로 좃선일본의 촛불 인터뷰가 있잖아요.
참,,,, 허망한 게 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찌라시가 대단한 신문일 줄 알았다는 거에요. 염병할 일이죠. 동아일보만 해도 박정희독재정권과 싸운 신문이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하는 꼬락서니 보면 독재정권과 싸운 신문이 아니고 권력유착형 신문이라는 사실. 참, 왜 저는 속고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흑흑.

blanca 2010-05-24 13:4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답니다. 지금 이렇게 아프게 알아가고 있지요. 카타리나 블룸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기억의집 2010-05-24 18:0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카다리나 블룸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는. 말일에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해야겠어요. 블랑카님, 저녁 뭐해서 드세요?지금 울 딸은 복숭아티 한잔 마시겠다고 씽크대를 완전 뒤집어 놨네요. 휴!!!

꽃핑키 2010-05-24 15:16   좋아요 0 | URL
무엇이든..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되니;; 참.. ㅠ

기억의집 2010-05-24 18:1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젊은 날의 뚝심으로 좀 만 더 버티셨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아까 잠깐 약수터와 마트 갔다오다보니 꽃이 지고나서야 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다는 현수막을 봤는데..의미심장하더라구요.

blanca 2010-05-24 18:33   좋아요 0 | URL
ㅋㅋㅋ 기억의 집님, 저 또 들어왔어요. 제 딸은 흑 화장실에서 지금 이 비오는데 물장난중입니다.-..- 저는 완전 최루탄 맞은 수준으로 감기가 와서 눈물 콧물 다 줄줄 흘리며 어제 먹다 남은 두부조림 먹을 예정이에요 ㅋㅋㅋ 카나리나 블룸 저도 다음 번에 주문해야겠어요.

기억의집 2010-05-25 10:53   좋아요 0 | URL
저는 생태탕해서 먹었어요. 친정모가 산에가서 미나리를 한가득 캐서 주길래 에잇, 생태탕이나 해서 먹자, 그래서 낮에 생태 사 와서 미나리 한가득 넣고 끓여 먹었어요. 가까이 살면 갖다 주었을 텐데...그러면 감기도 좀 낫고. 코나 뚫렸으면 좋겠어요. 숨 쉬는 거 힘들면 다 귀찮잖아요. 아, 블랑카님 병원에서 나잘스프레이 처방해 달라고 하세요. 저는 그 거 뿌리면 좀 괜찮던데,

akardo 2010-05-25 00:4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분을 재임 당시 많이 욕했었는데 퇴임하시고 돌아가시고 나서야 죄송스러워지더군요. 설마 이렇게 돌아가실 줄은 상상도 못했었죠.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선 가장 괜찮은 분이셨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뒤에 있는 책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전대통령님께 죄송스러울 정도로요; 전 르귄의 <빼앗긴 자들> 상당히 좋아했었거든요. 지금은 르귄여사에 대한 마음이 좀 식었지만 한때 꽤 좋아했었죠.

기억의집 2010-05-25 10:5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애아빠가 노사모여서 아주 그가 싫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찌라시에 혹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게 더 미안하더라구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욕했다는 것이.

<빼앗긴 자들> 저는 이주일 걸렸나봐요. 왜 그렇게 진도가 안 나가던지.저거 읽고 <어둠의 왼손>이 절판이어서 구하기 힘들 때 원서로 읽을까, 했는데 빼앗긴 자들 번역서 읽고나서 내 능력 밖이구나 싶어 원서 쳐다 보지도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