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의 한달을 읽었다. 여성과학자 책이라면 무조건 구매해 읽는터라, 이 책의 저자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른 체, 구매 첫날부터 읽었다. 처음에는 흥미진진했다. 원제가 The arbornaut, 어학사전에는 단어의 뜻이 나와 있지 않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무타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었다.

2. 이 나이대의(60대)의 한창 활동하던 80년대의 여성 과학자들이 백인남성 위주의 과학계에서 어떤 말들을 듣고 차별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다른 페이퍼에서도 말했지만, 90년대 중후반부터 닥터후 과정을 밟기 시작해 2000년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여성 과학자들의 책(사라 시거나 호프 자런, 제니퍼 다우드나, 리사 랜들등등)에서는 여성 과학자란 이름으로 차별적인 발언을 거의 소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연구비나 돈 문제에 대한 걱정을 하긴 하지만, 백인 남성 과학자들의 성차별적인 언어 폭력이나 교수 임용에 대한 시스템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물론 이건 작은 부분적인 예일 것이다.

하지만 읽은 책들을 통합해 추론하자면, 적어도 2000년대는 그 이 전에 활동한 여성 과학자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고 그 유리한 위치를 만들어 준 것은 아마도 마거릿 로우먼이나 리타 콜웰같은 커다란 차별을 이겨내고 묵묵히 자기 분야의 일을 이룩한 여성 과학자들이 디딤대가 되어준 결과일 것이다.

3. 나는 나무의 푸르름을 사랑하는 사람인지라, 어린 시절 집앞의 느릅나무에 매혹돼 일생을 나무에 바치고 있는 마가릿 로우먼의 나무에 관한 글을 재밌게 읽었다 특히나 나무꼭대기, 우듬지라고 부르는 곳을 탐험하고 우듬지가 지구에 어떤 역활을 하는지, 특히나 키 큰 나무가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소를 저장하는 저장고 역활을 할 뿐 아니라 나뭇잎이 습기를 뿜어내 비를 내리게 하는 역활을 한다는 것을 밝혀 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같은 거지발싸개같은 양심 불량의 책과 비교하자면 누가 더 나무를 그리고 지구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4. 이 책은 우듬지라는 나무 줄기 꼭대기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우듬지 통로라는 개발하는데(호주 나무를 연구하다가 마을사람들과 머리 짜낸 아이디어로), 이 우듬지 통로를 관광화함으로써 숲의 파괴를 막고 관광자원으로 환원함으로써 인근 경제에 활력소가 돼어, 사람들이 가난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무조건적인 보호는 오히려 숲의 가난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일으킨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작가는 우듬지 통로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숲의 관광화에 힘쓰고 있다.

아시아 인근 국가인 말레이시아 숲에 우듬지 통로가 있다고 하니, 꼭 가 보고 싶다. 작가의 탐험이 나무 탐험에만 한정되지 않는 게, 아무래도 현지 사람들의 가난한 삶을 보면서 초록의 융통성을 보여준다.

5.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작가의 90년대 호주 삶일 것이다. 호주의 대학도 시골도 가부장제가 심해서, 작가가 힘겹게 공부하고 결혼도 했지만 결국 13년간의 호주 생활를 접고 미국으로 떠나는 과정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밌게 읽히는데, 왜냐하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이 지향하는 나무 공부에 대해 인정 받었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친정엄마에 대해 조금씩 언급이 되는데, 자식 사랑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6. 이렇게 흥미 진진한 책을 한달이나 걸린 이유는 10,11장이 사실 그 전의 우듬지 연구 과정과 비슷해서 장소만 다를 뿐, 읽는데 새로운 게 없었다. 이 장을 빼고 읽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다시는 그 장은 안 읽을 것 같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읽었다.

7. 다니엘 페낙이 말한 것처럼 독서가 통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책을 집으면 더욱더 10,11장은 안 읽을 것 같아 다른 책 읽기를 포기하고 거의 이십이일을 이 책만 읽은 것으로 독서캘린더에 기록되었다. 이 책 끝내자마자 미야베 미유키의 아기를 부르는 그림, 나는 앨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끝내고 지금 아주 작은 죽음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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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1-30 1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은 이제 정리하신 건가요?
어느새 올해도 한 달 밖에 넘지 않았네요.
잘 마무리해야겠습니다.^^

기억의집 2022-11-30 12:48   좋아요 2 | URL
ㅎㅎㅎ 알바는 목금 계속 나가요! 지금은 할 만 해서 재밌어요!! 스텔라님~’세월 너무 빠르죠. 가는 세월 막을 수도 없고. 나이는 들어가고. 스텔라님도 이제 남은 한달 잘 마무리하세요. 송년이라 12월은 만남의 달이기도 하네요!! 친구들 즐겁게 만나시고 행복하게 마무리 하세요!!

stella.K 2022-11-30 12:50   좋아요 2 | URL
ㅎㅎ 다시 코로나가 번져서 만날 것 같지는 않아요.
할만하고 재밌다니 다행이네요.
나중에 날씨 따땃해지면 함 봐요.^^

기억의집 2022-11-30 12:51   좋아요 2 | URL
네~ 스텔라님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mini74 2022-11-30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중에서 랩걸 하나 읽었어요. 예술 과학 어느 곳 하나 여성에게 만만한 건 없는 듯 합니다.
기억의 집님 건강 조심하세요 ~

기억의집 2022-11-30 17:1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지금도 고군분투하는 분들 많을 거예요.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래봅니다. 미니님도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라로 2022-11-30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랩걸 하나 읽었어요. 이렇게 열심히 읽으시느라 알라딘에 뜸하신 거였어요??^^

기억의집 2022-11-30 17:20   좋아요 3 | URL
ㅎㅎㅎ 저는 랩걸 다른 건 기억 안 나는데.연구비 걱정하는 건 기억나요!! 그냥저냥 무기력해져서… 정치에 너무 몰입해서 제가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더 무력감을 느껴요. 거짓말만 해내는 정부 보면서 정말 화가 나고… 짜증만 나서 뭘 못하겠더라고요!!!

2022-11-30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30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30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30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하수 2022-12-30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랩걸 한권 달랑 읽었어요
좀더 분발하고 싶단 생각을 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치인들만 제 역할 잘하면 우리가 괜한 자괴감 안들것 같아요
내가 잘못 뽑았나..
그밥에 그 나물인가..
더 이상 안되는구나!..
이런거요. 저도 사실은 저런사람을 뭘 보고 검찰총장으로 앉혔던건지 문대통령이 원망스러워요

기억의집 2022-12-31 10:37   좋아요 1 | URL
어쩜 저랑 똑같은 생각을.. 저도 내내 문통이 원망스럽더라고요. 이번에 더 실망스러운 게 문통딸 다혜씨가 윤지지했던 사람들하고 문통 달력 제작 배포해서 진짜 더 실망했어요. 저 정도면 저는 문통이 윤 대통령으로 지지한 거로 봅니다. 검찰 공화국을 정말 몰랐을까요!! 전 사람들 알아도 집값만 오르면 상관 없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봐요. 진짜 슬픈 대한민국 현실이예요!!

저는 애들 졸업하면 조그만 동네 과학책방 하려 해서 부지런히 과학책 읽고 있어요. 책장주인이 과학책에 대해 모르면 안 될 것 같아 더 많이 읽으려고 해요. 나중에 종종 책 이야기 하고 싶으시면 놀러오세요!!

은하수 2022-12-31 13:56   좋아요 0 | URL
이런 초대시면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죠
완죤 대환영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