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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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아는 나이기에 똥깅이를 보면서 잠시 내 어렸을적 기억의 토막들을 들추어 본다. 시골마을 우리집 바로 앞에는 도랑(시냇가)이 있었는데 양쪽 둑을 사이에 두고 넘나들면서 냇물에 빠졌던 기억도 있고,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불어난 물에 딸려 내려오는 게를 발을 쳐서 한동이씩 잡아오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별명이 똥깅이(민물 게)라는 걸 들으면서 나에게도 그런 유년의 추억이 있었지하고 회상해본다.

몇년전 가족이 모두 제주도에 갈 일이 있었다. 큰아이가 졸업을 앞두고 방학을 이용해서 간 가족 여행이었는데 그때가본 제주도의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좋은 대화거리가 된다. 그때 렌트카를 타고서 제주의 역사지들을 돌아볼때 4.3사건이 있었다던 그 지역을 가본 기억이 난다. 제주 사람들은 치를 떨면서 소름끼쳐하는 4.3사건은 많은 제주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조각들이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흘러 그때 그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는 그때를 기억하며 마음이 자라고 키가 자라는 모습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죽을 고비를 여러차례 넘기면서도 살아난 똥깅이는 아마도 짖궂은 개구장이였을거라는 생각도 들고 사춘기를 맞으면서 감수성이 풍부해 문학 소년이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글쟁이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이 그를 만들었으리라.

주인공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 어머니와 아버지의 기억속에는 사랑과 미움이 같이 보여지고 지금은 가고 없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또한 보인다. 그리고 그 그리움 속에는 자연과 함께했던 시간들도 끼어든다. 동네 어귀에 있었다던 먹구슬나무가 그러한데 먹구슬나무가 많은 동식물들을 먹여 살린 이야기와 줄지어가는 개미들을 오줌으로 갈라놓았던 짖궂은 장난들이 시골의 향수를 불러오기에 충분해보인다.

유년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행복한 똥깅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제주의 자연과 바람과 어려웠던 그 시절의 향수까지 가지고 있어서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제목이 주는 호기심을 따라 똥깅이를 만났고, 책 속 커가는 똥깅이의 성장을 보면서 내 안에 잠든 유년의 추억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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