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이 책에 끌렸는지 모르겠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를 시작으로 엄마 찾기는 시작이 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도 덩달아 엄마 찾기에 빠져든다. 왜 다들 엄마를 생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나는 친정 엄마를 생각해냈다. 사십여년을 시집 살이를 하셨다. 그것도 고부간의 갈등이 깊었었지. 딸이라고는 하나인 내가 가끔 할머니편을 들었을때 우리 엄마는 얼마나 섭섭해하셨을까.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엄마더러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하셨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도 엄마는 엄마니까. 항상 그 자리에 계시는 줄로만 알았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서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나도 딸아이에게 조금씩 그저 있는 존재..잊어지는 존재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서울로 오신 부모님은 서울역에서 엄마의 손을 놓치게 된다. 당연히 따라오겠지하고 탔던 지하철에서 허전함을 느낀 아버지는 문이 닫히는 걸 알고 엄마가 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게 되고 엄마찾기에 들어간다. 큰아들 형철과 큰 딸 '너'는 엄마의 존재를 되짚게 된다. 서울로 보내놓고 반찬이며 양념을 팔이빠지게 들고 이고 오셨던 어머니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아들이 처음으로 직장을 가졌을때, 처음으로 집을 샀을때 기뻐했을 엄마를 떠올린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들...전단지 속 사진을 보고 걸려온 전화에는 엄마의 인상착의가 맞았지만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는데에 주목된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딸에게 혹여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심려해서 타지 말라고 걱정하던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찾기가 어려워지고 그토록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던 엄마의 목소리는 오간데가 없다. 시골집에 쓸쓸히 남겨진 아버지는 아내의 빈자리를 실감한다. 지난날 엄마와 했던 시간들, 아내와 했던 시간들은 조각조각 스쳐가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도 열심히 엄마를 찾아나섰는데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엄마의 존재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엄마가 둘째딸을 보면서 새가되어 회상하는 장면만이 유일하다. 어쩌면 길을 가다 마주칠 수도 있었을텐데 왜 아무도 엄마를 모를까 싶기도 하고 찾았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해피앤딩의 마음까지 들어서 눈가가 슬며시 촉촉해진다.

시골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기름값이 아까워서 제대로 틀어 놓지도 못하고 매트에 의지하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지내실 것 같아서 따뜻하게 지내라고 했더니 엄마가 말씀하신다. '우리는 괜찮다. 너그들이나 따뜻하게 몸 건강하게 잘 살아라'하신다. 엄마는 자식들앞에서 항상 낮은산이다. 언제라도 올라갈 수 있도록 낮게 낮게 있는 산이다. 불러도 불러도 계속 부르고 싶은 단어 '엄마'다. 잃어버리기 전에 잊어버리기 전에 나 항상 여기 있다고 말하고 대답하는 그런 모녀가 되고 싶은 생각을 품게하는 그런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