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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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으면 나도 그림애호가가 될까? 시립 미술관이 지척인데도 가 볼 생각도 해보지 않는 내가 미술애호가가 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열리면서 이 책을 본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때만 해도 가끔은 덤으로 다녔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니 내가 그림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없어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마다 화가의 표현 방법은 무궁무진 했을 터인데 보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아니던가. 집안에 그림 한점 걸어 볼 생각을 안해본 내가 그림애호가의 그림감상을 들으면서 조금은 그림이 눈으로 들어 온다면 농담으로 들릴까.

전문적인 미술가의 길을 걸은 사람도 아닌 지은이가 그림을 사고, 감상을 하면서 ’개미애호가’라 자칭하는 데에 관심을 가진다. 그것도 집안에 걸어 놓을 그림 한점을 구하기 위해서 사기 시작한 그림. 삼십여년전 미국으로 건너 간 그의 한국사랑도 눈여겨 봐진다.

큐레이트가 권하는 작품을 사서 손해보지 않고 감상하고 필요할 때는 팔아서 요긴하게 쓰기까지 하는 그의 그림 사랑법에는 십년이라는 시간이 안목을 돋구는데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그림을 보는 눈이 부족한 나에게도 쉽게 설명하는 그림의 세계에 빠져들면 어느새 나도 그림애호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중섭의 스승으로 알려진 임용련 화백의 귀한 그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도 그림이 그를 잡은 탓이라고 한다. 내것이 되려면 그림이 사람을 알아본다고..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 애호가가 그림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림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애호가가 그림을 사랑하면 그림도 애호가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말을 건넨다.  p49

그림을 자꾸 접하면서 생겨난 안목은 어느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그리고 그림을 보면서 생겨나는 귀한 언어들.. 지은이는 작품 설명과 나름 생각을 말하면서 시적인 언어들을 많이 붙인다. 좋은 그림은 말을 걸기도 하고 유혹을 하기도 한다는 말에도 느끼고 보이는 대로 보고 느껴지는 대로 느끼는 것이 그림이고 조각이다.라는 말 속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뒤집어보고 옆으로 봐도 난해한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을 보는 것도 타고난 능력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지은이는 향수가 밀려올 때, 뭐라도 곁에두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이민생활이 덜 삭막하지 않을까 싶어서란다. 

집을 떠나면 집이 그리운 것처럼 먼 이국의 땅에서 몇십년을 보낸 지은이는 오죽했을까. 덕분에 그림 문외한이었던 내게도 그림에 대한 이해를 생기게 했으니 그림모으는 개미애호가는 반쯤 성공한거라고 본다.

집안을 둘러보니 싫증나게 걸었던 글귀의 액자 하나가 뎅그러니 자리를 차지한다. 조그만 액자속에 든 그림 한점이라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초보자를 위한 그림을 보는 눈을 가르쳐 준 지은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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