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어렸을적에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버지 윌슨 지음, 나선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빨강머리앤이 어렸을 적에....

내가 유년기를 보내던 시절에 자주 티비 화면에서 만화로 접했던 그 빨강머리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앤의 어린 시절을 구석구석 들춰볼 수 있어 나에겐 재미났지만 앤에게 닥친 시련은 언제쯤 끝이날까하는 우려또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했다.

앤이 태어나는 배경과 그의 부모님의 온화한 성품 그리고 교사였던 부모처럼 앤도 커서 선생님이 되려는 꿈을 가지는 상상력을 소유한 그야말로 지치지 않는 오뚝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토록 동경하던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가게 된 앤은 커스버트 남매에게 사랑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앤이 부모님과 태어나서 보낸 3개월은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나고 강하고 지치지 않는 말라깽이 앤으로 다시 태어난다. 모두들 빨강머리에 못생기고 주근깨투성이인 앤을 싫어하지만 토머스 부인의 첫딸, 일라이저는 사랑으로 보살핀다. 토머스 부인이 줄줄이 낳은 아이들의 기저귀를 빨고, 개고 청소를 하면서도 일라이저가 로저하고 결혼하면서 데려가길 원하지만 희망은 사라진다. 언제나 희망을 다시 품는 앤. 술주정뱅이인 토마스씨가 사고로 죽으면서 해먼드씨 집으로 가는 앤은 다시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지쳐간다. 그리고 또 태어나는 쌍둥이. 그 쌍둥이의 이름을 앤이 지으면서 사랑을 쏟아내지만 여덟 아이들을 두고 심장마비로 죽게 되는 해더슨씨. 앤은 아무도 데려가지 않고 고아원으로 간다. 고아원에서 만난 애드너와 친구가 되려하지만 모욕적인 말을 하는 애드너와 사이는 멀어지고 그토록 원했던 프린스애드워드 섬으로 데려갈 열한살의 아이를 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열심히 일하게 되는데...

항상 주절주절 말하는 귀여운 앤의 모습이 예전에 보던 만화의 기억과 겹쳐 또다른 재미를 만난다. 빨강머리 앤의 노래도 얼핏설핏 기억도 나고. 앤이 힘들때마다 상상속에서 즐거움을 구하려는 노력이 어린 아이같지 않은 모습도 본다. 항상 불행을 행복과 희망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앤의 모습을 자주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친구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달걀장수 아저씨한테서 배운 단어들, 핸더슨 선생님의 친절, 노처녀로 살아 온 해거티 양의 진심어린 대화로 그걸 느끼게 해준다.

500여쪽의 페이지는 좀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한번 손에 잡으면 금방 읽혀지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앤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이 참 많아진 것 같다. 부모슬하에 따뜻한 밥 먹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감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더 좋을 책이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빨강머리앤의 작가, 몽고메리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