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켜줄게

엄마가 지켜줄게
포셔 아이버슨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08년 11월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글들은 다시 읽고 읽어서 정독을 해가며 읽었던 책이다. 자폐아를 둔 엄마의 심정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얼마전에 읽은 <진호야, 사랑해>의 주인공 진호가 생각났다. 끝없이 자기자극을 주면서 보통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을 하는 자폐아이들. 그들도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고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걸 책을 보면서 다시 느낀다. 

포셔부부는 아이 도브가 자폐 판정을 받으면서 자폐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이제 자폐증을 치료하자(Cure Autism Now 이후로 CAN이라고 함)을 설립하고 많은 과학자와 심리학자, 의사들을 만나게 되고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자폐증 전문가인 프란체스카 하프를 통해서 또다른 자폐아 티토와 그의 엄마 소마를 만나게 된다. 티토는 소마의 노력으로 읽고 쓰는 등 글자판으로 글자를 짚어서 대화가 되는 아이다. 소마와 티토를 통해서 자폐에 대한 연구는 활기를 띠고 그동안 변화가 없었던 도브가 소마를 통해서 변화해가는 걸 보게 된다. 

티토는 아이큐 185의 천재이면서 생각이나 느낌을 시로 표현해서 시집을 내기도 한 독특한 아이다. 다들 과학자들은 자폐아가 아닐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데 티토는 전형적인 자폐아의 행동을 한다. 손을 떨고, 눈을 맞추지도 않고, 자기자극을 주는 아이의 행동들을. 그런 아들을 가르치고 테스트하면서 천재적인 시인으로 만든 소마의 노력은 또다른 자폐아를 가르치면 얼마든지 제2의 티토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티토는 작가가 꿈이란다. 포셔와의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쓴 글이다.

내 안에는 세상의 일원이 되고픈 크나큰 꿈이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죠?
아마도 내 글과 시를 통해
아마도 이렇게 편지를 씀으로써
아마도, 그리고 아마도 
모든 '아마도'는 나름의 꿈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꿈에는 한계가 없잖아요?
그 모든 꿈은 나를 더 큰 하나의 꿈으로 이끌어주죠.
단순히 자폐아의 대표만이 아니라 작가로서 이 세상의 일원이 되는 꿈.

내게 붙은 자폐아 꼬리표를 거부하진 않아요.
어차피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꿈꾸지 못할 이유가 없는, 작가라는 꼬리표도 붙었으면 좋겠어요.   p190.

포셔는 티토의 놀랍고 영리한 증상들을 과학자들에게 보였지만 연구 결과에는 만족치 못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알리고 노력하는  자폐아를 둔 엄마의 마음은 브레이크가 없다. 그리고 티토가 자폐연구에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를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물겹고, 아들 도브가 소마에게서 글자판을 짚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는 모습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그 감동으로 포근해지는 느낌이었다.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끊임없이 바란다면, 온 우주가 그걸 주려고 힘쓴답니다." 소마의 말을 통해서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자폐는 정상적인 치료는 불가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탓일까? 이땅의 자폐아동의 부모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을게다. '엄마가 지켜줄게'는 실제로 도브를 낳아 키우면서 티토를 만나게 된 포셔의 실화라는 데에 깊은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낸다. 

오직 아이의 자폐증을 고치려는 그 같은 마음을 가진 두 모자의 같은 길은 앞으로도 계속되어 질 것이리라.

티토가 쓴 '마음나무'

어쩌면 밤일지도 몰라/ 어쩌면 낮일지도 몰라/ 확실히는 알 수 없어/ 아직 따스한 햇살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나는 마음나무야/ 그 이름을 내게 선사하던/ 그의 목소리가 또렷이 떠올라/ 너에게 이 마음을 주노니/ 오직 너만이 그럴 테고/ 아무도 너와 같지 않을 테니/ 나는 너를 마음나무라고 부르리라./ 나는 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해/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어/ 바라고 기대할 수도 있어/ 고통은 느낄 수 있지만 울지는 못해/ 그래서 고통이 가라앉기만 기다려/ 나는 기다릴 줄밖에 몰라/ 내 근심과 걱정은/ 어딘가 깊숙이 내 안에 갇혀 있어/ 어쩌면 뿌리 속에/ 어쩌면 줄기 속에./ 나한테 마음을 준 그가 다시 오면/ 이번에는 눈을 달라고 부탁해야지/ 정말롤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그러길 바라고 있어./ 어쩌면 올지도/ 어쩌면 안 올지도    <침묵 저편에>에 실린 티토의 시 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