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친정 아버지가 어릴때 단감나무 가지를 거꾸로 땅에 꽂았는데 외할아버지가 앞마당에 다시 심어서 해마다 우리에게 좋은 간식거리를 주고 있다. 해마다 탐스런 단감은 크기가 큰 주먹만하고 늦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 까치밥을 남기고 따면 제맛이던 감나무의 생명력을 두고 우리는 단감을 먹을때마다 얘기하곤 한다.

 

지금 한창 가을의 꽃, 국화가 만발이다. 국화는 꺽꽂이를 해서 심으면 다시 뿌리를 내린다. 국화 말고도 많은 나무들이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땅을 끌어안고 뿌리를 내린다. 여기에 나오는 똥친 막대기도 그 중의 하나다.

 

똥친막대기는 백양나무에서 자란 잔가지다. 어느날 농사꾼 아저씨가 임신한 소를 잡으려고 꺽어내자 힘겨운 여행의 시작이 된다. 백양나무 곁가지에서 나무 막대기로, 다시 회초리에서 똥친 막대기로 그리고 낚싯대가 되기도 하지만 쏟아지는 비에 떠내려가다가 봇도랑의 개흙 위에 세워진다.

 

외로움을 갉아먹고 자라난 나무의 뿌리는 더욱 땅속 깊이 뻗어 나갑니다. 혼자서 자란 나무의 그늘은 가지와 잎이 많아 더욱 시원하지요. 그런 나무의 밑동은 여러 마리의 소를 붙잡아 맨다 하여도 쓰러지지 않는 힘과 담력을 가집니다. p164

 

생명이 없어 보이는 백양나무의 곁가지는 농사꾼 아저씨네 집에서 재희의 회초리로도 쓰이고 싸리나무 사이에서 홀대도 당한다. 하지만 백양나무는 재희를 기다리고 회초리였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씩 마음이 커져간다....

 

개흙 속에서 다시 새 인생을 맞이하는 백양나무 곁가지는 또다른 새끼 곁가지를 키울테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해도 말없이 영양분을 주고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찾아나서겠지.

 

분수에 넘치는 욕심은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더욱 부대끼고 시달려 지레 죽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허러가 싹둑 잘려나가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상책이었습니다. ..p158

 

똥친 막대기를 통해서 겸손함을 배운다. 그리고 책 속에 들어있는 아름다운 생명의 간질거림을 마주한다. 그냥 지나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생명의 몸부림을 가지고 있는 새끼가지.

 

똥친 막대기라는 단어에 자연히 재래식 화장실을 연상했고, 지금도 시골에 가면 긴 작대기가 재래식 화장실에 세워져 있는 걸 생각하면 괜스레 헛 웃음이 난다. 아마 똥친 막대기의 사촌뻘 되는 그런 곁가지였겠지..아니면 다자란 솔가지였던지...

 

아름다운 언어들이 똥친 막대기의 여행속에서 하나씩 살아난다. 부러지지 않는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기는 마음 넓은 똥친 막대기는 우리들에게 몸 속어딘가에 움터있는 희망의 불씨를 건드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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