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의 거짓말

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그날 밤의 거짓말...이 책은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상 스트레가 상을 수상했으며 '이렇게 훌륭한 작품과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 이라며 화제가 된 책이다.

 

네명의 사형수, 남작 콜라도 인가푸, 자칭시인 살리베니, 군인 아제실라오 델리 인체르티, 학생 나르시스 루치로라는 국왕 암살 음모에 가담한 죄로 다음날 사형을 당하게 된다. 마지막 밤을 보내는 네 사람이 위안실에 모여든다. 거기에는 산적 치릴로 수도사가 기다리고 잇다.

 

사느냐 죽느냐, 배신이냐, 죽음이냐의 도박을 거는 콘살보 사령관은 네명의 사형수에게 마지막 선택권을 준다. 음모의 배후를 적어내게 하는데... 네명의 사형수와 또다른 사형수 치릴로 수도사는 하룻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의논하고 한사람씩 돌아가며 살아온 이야기를 하게 한다.

 

새벽이 깊어지면서 차례대로 얘기를 꺼내는데 학생 나르시스부터 얘기는 시작이 되고 시인 살리베니까지의 이야기가 끝이난다. 그리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백지에 투표를 한다. 치릴로 수도사의 이야기가 남았는데 치릴로 수도사는 그의 삶을 얘기하기 보다는 하룻밤의 데카메론을 제의한 건 좋지 않은 생각이었다는 걸 말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그의 정체.. 붕대를 풀고 있는 치릴로 수도사는 사실 '총잡이' 콘살보 사령관이었다.

 

콘살보 사령관은 사형전 하룻밤을 네명의 사형수와 같이 지내면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를 관찰했지만 네명의 사형수가 하는 말들 모두가 거짓말이었음을 안다.

 

처음엔 이 스토리가 미스테리한 것만이 아니라 추리 속에 빠져서 누가 입을 열 것인가가 내내 궁금했고 한 사람씩 추억과 사랑과 삶을 얘기할 땐 책장이 쉽게도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사령관의 반전으로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음을 밝혀내자 머릿속이 어지럽다.

 

그날 밤(죽기 전날 밤)의 거짓 말이라는 제목을 이해하려면 결론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삶을 추억하면서 풀어내는 죄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사령관의 질문이며 편지에서 밝히듯 비눗방울? 진짜는 아무것도 없다는 진위불명...

 

누구지..누굴까하면서 호기심에 눈을 치켜뜨고 지켜봤던 곳곳에 내가 모르는 함정들이 숨어있었다는 걸 알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것도 콘살보 사령관의 편지에서 그걸 눈치챌 수 있었고, 네명의 사형수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학적 가치를 두고 이 책과 대견할 만한 책이 없을만큼 극찬했다는 문구에는 그리 큰 공감은 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책의 깊이를 재는 특별한 눈이 있었음을 시인할뿐이다.

 

쉽게 읽히는 책이면서도 어렵게 다가온 책이어서그런지 한동안은 정리가 잘되지 않는 책이다. 하지만 다른 독자들에게 말한다면 그저 읽어보고 얘기하자고만 말할 수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삶을 회고하면서 하룻밤을 멋있게 보낼 그럴만한 일들이 나에게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서 또 죽기전에 한번쯤은 그런 일을 만들어 갈 것을 생각하면서 이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