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눈이 오면 집 안에서 온 몸이 근질거려 가만 있지를 못했던 기억이 난다. 개구쟁이들이 모여서 눈뭉치를 던지고 맞아서 우는 아이, 눈사람을 만들면서 울타리 가지를 꺾어오는 아이, 여럿이 모이면 즐거웠던 겨울날의 그 추억처럼 눈사람의 책 속에는 모두들 웃고 있다. 손이 시려워 호호 불어가면서도 추운줄도 모르고 놀았던 내 옛 추억의 모습 같기만하다. 흙벽으로 칠해진 초가집과 고드름, 여름에 잘 익었을 호박이 보이고 가지런히 포개진 장작더미도 보인다. 형제가 사는 집은 겨우내 따뜻했을 것 같다. 아기와 엄마가 방안에서 마주보고 있는 배경이 주홍빛으로 물들어서인지 바깥 분위기와는 다른 따뜻함이 묻어난다. 책을 덮으면 겉표지에 꼬마 아이가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장독대에 올려놓고 즐거워 하는 모습이 이쁘기만하다. 눈사람의 글에 인형을 만드는 아내와 인형의 배경을 만드는 남편의 화목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두 형제의 눈사람이 추울까봐 아우가 목도리를 벗어주는 대목에서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감기 걸릴까봐 걱정하는 건 작가의 마음이리라. 인형을 만들면서 하얀 눈처럼 깨끗해지기를 바랫다는 이승은님의 인형 사랑도 같이 녹아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