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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잊을게. 나는 그냥 당신 곁을 잠시 지나갔던 사람처럼. 나는 그때 한 번 담배를 사러 갓던 사람이고, 당신은 어쩌다 단 한 번 나에게 담배를 팔았던 사람이라고. 수경아!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p268
남겨진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하는 진수의 가슴 애절함이 굵은 눈물이 되어 흐른다....
경찰관의 직업을 가진 사람의 내일을 알 수 없는 노출된 삶을 보는 듯 이별을 잃다는 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 한다. 범죄가 있는 곳이면 언제나 빛을 내야하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생명의 위협에도 담담히 본분을 다하는 경찰관들의 노고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어느날 우연히 순찰중이던 진수는 담배를 사러가고 첫눈에 반해버린 아내를 보기위해 매일 매일 담배를, 라면을 사러간다. 그리고 서투른 고백으로 결혼을 하게되고 첫아이를 낳으면서 가족의 행복을 서서히 알아간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나고 두 아이의 재롱에 하루하루가 즐겁고...아이의 체온을 아이의 냄새를 더 가까이 맡기 위해서 코를 가까이 댈만큼 좋아하고, 초인종을 누르면 달려나올 아이들을 위해 키를 돌리지 않는 아주아주 가정적인 사람. 동료형사 우성이의 티비 출연으로 아들 지운이가 받은 상처를 아파하던 진수는 가출 여학생들을 성범죄에 이용하는 강동수를 검거하다가 그가 휘두른 칼에 맞아 죽게 된다. 지운이가 부러워했던 우성의 화려한 티비 모습을 이제는 경찰관의 죽음으로 티비나 신문에 나게된 아빠를 지운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심장으로 내장으로 들어오는 칼을 맞으면서 영혼이 분리되고 아직은 믿고 싶지 않은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진수는 3일 동안의 장례식을 떠돌아 다니면서 옛날을 생각하고 만남을 생각하고 아내와 사랑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아이의 웃음과 향내를 떠올린다. 그리고 못내 아쉬운 이별을 한다...
현직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작가의 손끝에서 일과 사랑, 그리고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서 동료의 죽음을 보았을 그 시선으로 진수를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을테고 남겨질 가족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사랑의 선물을 하고 싶었던 가장의 모습을 표현해 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한번은 겪게 될 마지막 이별을 가슴 절절히 끌어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까. 소설이어서 그렇다는 표현이 맞을까. 작가의 풍부한 언어의 마술이어서 그럴까. 이별을 잃다는 내 가까이에 나와 호흡하고 매일을 같이하는 사람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사소한 일상이 가장 커다란 행복이라는 것을, 처진 어깨가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돌아갈 가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