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얼마나 마음이 설렜을지 짐작이 간다. 어른이 되기전에 어른 흉내가 내고 싶었던 그 시절. 십대의 마지막을 보낸 사람이라면 아마도 머저리 클럽의 아이들같은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리라. 내가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때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지 교복 자율화가 되었다. 우리는 그때 중학교 교복대신 단체로 맞춘 체육복을 일주일 내내 입고 다녔고,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였기에 고무줄 놀이, 땅따먹기, 공기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고등학교가 우리 학교 바로옆에 붙어있었는데, 교복을 단정히 입고 학교를 가는 언니, 오빠들을 볼때마다 어떤 엄숙함마저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옷이 사람을 말해주듯 체육복을 입은 우리들은 철부지 애였고 교복을 입고 다니는 언니 오빠들은 왠지 더 커보였다. 나는 교복을 입은 세대는 아니었지만 시커먼 교복을 입고 다니던 그 시대를 추억으로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은 잠시 잊고 지냈던 내 학창시절의 풍경을 그리게 한다. 하지만 내가 지나온 시절과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책 속 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이고 식모가 있는 집의 아이들이며 아쉬운게 별로 없어보이는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개똥철학자 동순이 시를 좋아하고 시를 즐겨쓰는 모습은 작가를 대변하는 인물인 듯하다. 소림이란 여학생을 무작정 따라가 집을 확인하고 사랑의 열병을 앓고, 다시 승혜를 만나면서 새로운 사랑의 싹이 트는 동순. 샛별 클럽의 등산 전날밤 문수와 동혁이의 전화는 한바탕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서로 좋아하는 혜련이와 말숙에게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하면서 너와 나만의 비밀이라는 것. 학창시절에 단짝인 친구와 비밀스런 얘기를 하면서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그땐 왜그리도 비밀스럽고 가슴두근거렸는지... 책속 주인공의 시를 좋아하는 모습과 개똥철학의 글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커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공부의 부담감과 무게에 비해 다소 가벼워 보이는 여유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풍긴다. 학교를 파하고나서 친구들이 모여서 케이크집에서 빵을 먹는 모습이나 시집을 읽고 젊은 베르테르를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모습이나. 성인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미성년자라는 뜻은 무엇인가. 담배를 하루에 두 갑 넘게 피우며 다방을 무상으로 출입할 수 있다는 졸업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p232 밤중에 호박덩굴이 움썩덜썩 크듯 그리하여 우리가 잠든 새에 호박덩굴이 수수깡 울타리를 타고 넘듯 우리의 성장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이루어져서 우리의 키를 넘고 있을지도 모른다. ...p369 고등학교 3년간의 에피소드들, 머저리클럽의 악동들이 펼치는 귀여운 행동들이 모여서 이 책의 여유와 재미를 만든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 책 표지에 여섯 악동들과 함께 있는 여학생이 승혜일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