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살...사춘기의 불만이 조금 누그러질 만한 나이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기가 열일곱살이 아닐까. 나의 열일곱은 산으로 들로 쫓아 다니며 나물을 캐고 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를 떨던 기억이 안개처럼 쌓여있다. 그 나이엔 살아있다는 게 어떤건지 슬픔이 어떤건지 그리고 죽음이 어떤건지 궁금해 질 시기였던 것 같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면 밝고 명랑한 대화보다 시인의 외골수적인 대화가 더 많았던 나의 열일곱. 지금은 너무나 많은 시간들이 지나버려서 돌릴 수는 없지만 아프고 힘든 그 순간을 지나야 어른이 된다는 걸 어른이 된 다음에야 알았다. 열일곱, 한번은 밟고 지나가는 징검다리인 것을... 처음에 세븐틴을 읽어 내려갈땐 니나가 주인공인지 시에나가 주인공인지 분간이 안갔다. 그 무게 중심이 시에나에게 더 많은 비중을 실어서 그런게 아닌가싶다. 열일곱의 사랑을 알아가는 니나가 어설픈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반해 시에나는 시에나를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고민한다. 시에나는 비오 아버지와의 사랑이 비오 아버지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는지 모르지만 이별을 너무나 힘들어 하는 시에나는 상처받는 걸 두려워 한다. 그것이 이별이라면 더구나... 무색무취, 줄곧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이 나의 인생에 개입하는 게 두려웠고, 나 역시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무언가가 너무 좋아지지 않도록, 늘 긴장을 하고 있어요. 좋아하게 되는 순간, 슬퍼지고 외로워지니까요. ....p127 시에나가 슈테른에게 한 말이다. 좋아하는 순간 슬퍼지고 외로워지는 걸 생각해야 하는 시에나의 생각이 줄곧 책 속에서 알알이 박혀있다. 이별을 무서워하는 약한 여자. 시에나는 그런 여자였다. 책 속 곳곳에 흐르는 음악과 천재적인 음악가들의 삶이 한편의 음악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첫장을 열었을때 음악가들의 연도들이 들어있어, 이게 왜 필요한가 싶었는데 책속 곳곳에서 그 음악가들의 삶이 니나와 시에나의 삶처럼 살아있었다. '열일곱은 첫 키스를 하기에 좋은 나이인 것 같아.' p251 열일곱의 자연스러운 시간들이 조금은 두렵고 조심스럽지만 비오와 니나는 아마도 클래식한 삶을 만들며 또다시 무언가가 시작되는 걸 느꼈을 것이다. 클래식한 사랑에 빠지게 될 세븐틴의 나이는 이제 나와는 거리가 너무 멀어졌지만 주인공들의 사랑의 진지함은 머릿속에서 언제나 진지하게 남아 있으리라....니나와 비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연주가 듣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