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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없는 파리 - 프랑스 파리 뒷골목 이야기
신이현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에펠탑 없는 파리.
파리...가보고 싶은 나라. 아직은 기회가 되지 않아서 지구 어느 곳에 붙어 있는지만 아는 나라. 그리고 프랑스의 수도이자 파리하면 떠오르는 것들. 에펠탑, 루브르, 포도주...낭만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로 잘 알고 있는 파리의 뒷골목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도시'라는 뜻의 벨빌. 벨빌을 걷는 세사람 중에 두명은 외국인이고, 온갖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 땅따먹기식으로 중국 가게들이 벨빌 언덕을 점령해 나가고 있단다. 전철역 신문 가판대 앞에 서서 3분이면 지구를 한 바퀴 돈 것처럼 온갖 종류의 세상 사람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보게 된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혼돈의 도가니와 같다. ...p34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중시여기는 귀족들은 베란다에 널린 빨래를 보고 얼굴을 찌푸린다고. 거기엔 화분이나 은은한 스탠드 불빛이 있어야 하는 자리라나. 그러고 보면 우리가 그렇게 세련되고 예술적으로 본 미관은 모두 보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예술품 같다는 생각을 한다. 껌한통 사기 위해 슈퍼에 갈때도 분홍 원피스에 분홍 구두를 신고 우아한 대바구니를 들고 간다...값비싼 포도주의 미묘한 향과 맛을 평가할 수 있는 이는 인생의 심오함을 터득한 것처럼 존경을 받는다...p53 멋에 살고 멋에 죽는 폼생폼사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 파리 뒷골목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파리 뒷골목을 누비며 작가가 본 것들은 100여년이 지난 건축물들도 있고 건축가의 이름이 새겨진 건축도 볼 수 잇다. 오스만, 기마르, 르 코르뷔지에 같은 유명한 건축가들의 건축에 대한 열정과 사랑도 같이 느껴진다. 기마르의 신혼집으로 지은 집은 '미친 작은 성'이라고 불렀는데 바깥에 보이는 흐물거리는 푸딩 같은 모양과는 다르게 안으로 들어가면 신부를 위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흠씬 쏟아넣었을 기마르의 애틋함이 보인다.
작가가 본 뒷골목은 우리네 시골 풍경 같기도 하고, 자유와 낭만을 찾아서 목숨을 건 불법 이민자들의 아픔 같기도 하다. '황금 물방울'이란 이름의 구트도르엔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 있다. 파리 한쪽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동네가 있다는 사실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불법으로 건너와 일을 해서 번돈으로 닭튀김을 사먹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외모에 신경을 쓴다고 할때는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온 그들만의 낭만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파리의 에펠탑을 빼고 바라본 도시의 풍경은 우리가 몰랏던 부분을 살짝 건드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은 표현들. 자유로운 발걸음이 우리로 하여금 뒷골목의 사연에 귀기울여 듣게 하는지도 모른다. 멋드러지고 우아한 자태의 예술의 뒤편에는 세월과 역사가 거쳐간 흔적이 남아있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속에서 또다른 문화를 가꾸고 있다는 걸 보게된다.
파리를 보고 싶으면 에펠탑과 루브르와 노트르담을, 파리를 알고 싶다면 으슥한 뒷골목으로 접어들어 거기서 길을 잃으면 된다는 아주 유쾌한 표현이 오래오래 여운으로 남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