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보면 하얀 눈밭에 빨간 두루마기를 입은 소녀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눈물이 글썽이는 걸 보면 아마도 책 내용이 슬픈가보다고 지레짐작한다. 토지에 나왔던 서희를 닮은 아이의 이름은 선예. 꽃신의 책 속에는 세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두 역사속의 한 장면에서 작가의 시선이 멈춰졌고 우리로 하여금 그 시절의 어딘가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구나를 생각하게 한다. 조선시대에 있었던 조광조 사건과 보부상의 이야기 그리고 정약용의 유배 생활을 볼 수 있는 세편의 이야기 속에는 조선시대의 신분의 벽이 얼마나 높았는지 그리고 힘없는 양민들의 목소리는 어땠는지를 보여준다. 때론 신분에 상관없이 평등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꽃신은 조광조 사건에 연루되어 아버지와 오빠들이 잡혀가고 어머니는 그들을 위해 떠나게 된다. 절에서 만난 달이를 통해 아가씨도 아닌 동무 선예로 돌아가 서로의 꽃신을 바꾸게 되는데...달이가 만든 짚신에 민들레 꽃이 인상적이다. 그걸 보고 좋아하는 선예의 환한 얼굴도. "너도 네 신하고 내 신하고 바꾸자고 했지. 자, 받아." "아니에요. 아가씨한테 귀한 거라는데......, 게다가 전 그런 꽃신 신을 일 없어요." "부모님 만나러 올 때 신으면 되지. 나도 네가 준 꽃신 신고 부모님 만나러 갈 거야." 방물고리는 조선 시대의 장돌뱅이, 보부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덕님이는 어머니를 먼길 보내고 성규 형제들에게서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좋아하는 홍석이가 있는 김행수 상단을 따라 방물고리를 이고 간다. 방물고리 속에는 분첩, 거울, 댕기, 참빗, 은장도 등이 들어있다. 요즘처럼 집 밖으로만 나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생활 필수품들이 조선 시대에는 방물고리 장수들을 통해서 구할 수 있었다는 걸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신기해 할까. 다홍치마는 산 속 깊은 곳에서 숨어지내는 큰돌이 가족이 유배되어 온 선비에게 도움을 받는 얘기로 채워진다. 모두들 손가락질 하는 천한 백성이지만 신분의 벽을 허물고 큰돌이에게 글을 가르치고 천연두에 걸린 금순을 살려준다. 그 일로 더 먼 곳 더 힘든 유배 생활을 하게 되는 선비..그 이름이 정약용이었다나. 책을 읽을때 책 속 인물을 찾아서 다시 책꽃이를 뒤질때가 있다. 어느 시대의 사람이었지? 어떤 사람이었지? 어떤 일이 벌어졌지? 하면서 책 속 연결고리를 찾아낼 때가 많다. 그 고리를 잘 짚어낼 수 있는 책이 역사를 다룬책이라면 이 책 또한 조선시대의 역모사건으로 그슬러 올라가게 한다. 어릴때부터 동화 작가가 되기로 한 건 아니었다는 작가는 그 시절 읽었던 많은 감동을 가슴에 품어서 지금 아이들에게 좋은 동화로 만나길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