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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시골엘 갔다. 흐린 날씨에 비까지 간간히 내렸지만 내 고향이 가까워지는 아스팔트가 왜 그리도 반갑던지. 창문을 열고 논 밭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름냄새, 풀냄새가 얼마나 좋았던지...그리고 도착한 시골집에선 엄마와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셨다. 자주 들러지 못한 미안함과 더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굽은 등이 더 안쓰러워 보이는 아버지를 볼때마다 가슴 한켠이 아렸던 걸 감추고 농사일을 도와 드렸다. 칠십이 넘은 아버지가 천여평의 농사일을 하기엔 힘에 겨워 보인다. 조금이라도 일손을 덜어 드리려고 분주히 움직이고서도 떠나올 땐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었다. 주름진 얼굴에 손을 흔들고 계신 아버지...이젠 아버지의 말없는 사랑만이 내 가슴을 꽉 채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항상 새벽에 일찍 일어나셔서 마당을 쓸고 소 여물을 챙기시고 그리고 아침을 드시는 그런 아버지로 기억된다. 낮잠이란 걸 모르는 우리 아버지는 항상 부지런하셨다. 지금의 남편을 비교해 볼때마다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를 생각하면 잔소리가 하고 싶어진다. 좋은 모습, 닮고 싶은 모습을 많이 보여달라고...
한정수는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고 승진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항상 평범하게 사는 그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 그리고 막내 아들까지...그런 그에게 닥친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다. 친구 남박사는 그런 정수를 보기가 더 힘들고 5개월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같이 고민하게 된다.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는 정수를 아내와 아이들은 외면하지만 정수는 남겨질 가족을 위해 해 줄수 잇는 걸 찾는다. 뒤늦게 병명을 알게된 가족들은 가족여행을 가게된다. 딸 지원이는 아빠에게 모질게 썼던 편지를 후회하며 용서의 편지를 다시 쓰게 되고 뒤늦게 만난 이소령은 정수에게 한가지 추억을 더 만들어 주게 된다. 마지막까지 가족을 위해서 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장기 기증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사람냄새 나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키워달라는 편지와 아내에게 주고 싶었던 진주 목걸이와 반지를 손에 꼭 쥔채 먼 길 떠난 정수.
아버지는 그런 것 같다...남겨질 사람들을 위해서 선뜻 목숨을 놓지도 못하는.
세상에 태어나 한번은 맞이해야 할 죽음이라는 단어를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벼락같은 진동을, 스쳐지나가는 인연쯤으로 보면 좋을까.
책을 보면서 시골에 계신 내 아버지를 생각하게 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버려서 보기만 해도 눈가에 이슬맺히게 하는 우리 아버지. 여름으로 접어든 강한 햇볕이 얼마나 따가울까를 생각하면 마늘, 양파, 고추가 너무 귀히 여겨진다.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