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즐거운 나의 집...

위녕이 아빠의 결혼식장에서 연주한 [즐거운 나의 집]이 생각난다. 학창 시절엔 많이도 불렀던 곡, 지금은 딸아이가 음정 박자 무시하고 열심히 부르는 노래가 되어 버린 노래.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 뿐이리

 

지금은 호적법이 바뀌어서 성이 다른 형제들도 모두 성을 통합할 수 있지만 그전에는 가족이면서 조금은 사이가 벌어진 헤프닝들이 많았으리라...즐거운 나의 집에 나오는 다른 성씨들..엄마부터,위녕,둥빈,제제..다니엘 아저씨의 말처럼 유씨만 끼면 삼국지는 완성이라고...

 

작가의 말솜씨가 유쾌하고 통쾌한 것 만은 틀림없다. 철 없는 엄마의 삶의 철학은 엄마의 피를 조금 더 받은 위녕이 그대로 물려받게 되고 아빠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들이 줄줄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위녕은 조금씩 커가고 있고, 엄마의 집에서 지내는 동안 가족이란 울타리를 알게되고 그리고 엄마의 사랑을 맘 껏 느낀다. 버려진 고양이 두마리를 데려와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코코를 묻던 날 다니엘 아저씨의 슬픔을 알게되고, 어른이 된다는 건 참을성과 자유가 같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된다.

 

세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은 분명 평범한 사람은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혼 할 때마다 한명씩의 아이들...열심히 살았던 엄마의 결과물일지 몰라도 이해가 안 되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가족이란 뭔가를 새삼 다시 정리해 봐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하지만 위녕의 엄마는 철 없는 행동과 말을 하지만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유머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공존했다. 그래서 혼자서 세아이를 키울 수 있었는지도...일하는 엄마가 제일 힘들어 하는 문제,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맘을 제제가 터트린다. 엄마가 느끼는 속상함이 얼마만큼인지 아이는 알까?...

 

위녕의 엄마가 작가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나처럼 평범한 아줌마가 딸아이를 앞에두고 맥주잔을 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분명 공부보다 더 큰 인생의 공부를 엄마는 시키고 잇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다. 언제나 나는 나이고 싶을 뿐이라는 위녕의 말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진다.

 

책을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읽어 봤다. 왜 제목이 즐거의 나의 집인지. 즐거운 나의 엄마집이라고 했으면 더 근사할 수 있었을텐데. 위녕이 어릴때 받았던 상처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아빠에게 미안함을 엄마에겐 고마움을 새엄마에겐 동질감을 느끼면서 가족이란 걸 다시 만든 위녕의 생각들이 만들어 낸 제목이 아니었나를 생각한다.

 

곁에 있어준다고 모두들 안정된 가족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 결손 가정이라고 해서 모두들 불행하지는 않다는 거. 그게 허물을 벗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세상 밖으로의 여행은 아니었는가를 알게 해 준 책이다.

 

누가 뭐래도 내가 결정한 일에 후회 안하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집 나의 가족들에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자유와 고독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닦아 놓은 즐거운 집으로의 초대에 내 가족을 환영하고 싶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사랑하고 그리고 댓가를 치를 준비가 된 자유를 얻은 위녕의 스무살의 행진이 부럽고 나 또한 그런 아이로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