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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빠 - 사랑과 상실, 그 투명한 슬픔의 기록
패티 댄 지음, 이선미 옮김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세상에 태어나서 죽지 않는 사람이 잇을까? 그건 없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내가 예닐곱살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땐 외갓집이 한 삼십여 분을 걸어 산을 넘어야 하는데 나는 혼자서 그 길을 넘었다. 나에게 외갓집이란 아니 외할머니란 존재는 내가 갔을때 솥에서 쪄내온 고구마나 바지 주머니 속에 든 사탕을 꺼내 주시던 일이 전부다. 그리고 그때 내가 돈이란 걸 모르고 지냈던 그 기억속에 외할머니는 과자 사먹으라고 주던 꼬깃꼬깃한 돈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 나는 별로 울었던 기억은 없다. 그저 내가 알고 잇는 할머니가 이제는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뿐...
그리고 일년 전,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내 가까이 잇는 사람들 중에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분이시다. 살아계실 때 잘 못해드린 거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은 신랑이 더했고, 나는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슬픔의 눈물을 짜내진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사랑의 크기만큼 슬픔은 정해지는게 아닌지 그 때의 생각은 그랬다. 아버님이 지나간 흔적들이 몇달동안 어머님한테서 묻어났고, 짧은 두달동안 미리 이별 연습을 하지 않은 결과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정리되어 갔다... 1년이 지난 지금에야.
안녕, 아빠는 죽음을 앞둔 아빠를 지켜 보면서 이별을 준비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의 얘기다. 패티와 네살된 아들이 자연스럽게 아빠의 손을 놓아드리는 일은 15개월 전부터 시작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죽었다고 말하면 네 살난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심리적 불안을 겪을 아들을 위해 아동심리치료 전문가와 상담으로 아빠의 죽음을 알리는 일이 패티가 할 수 잇는 일이었다.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수업을 하는 중에도 패티는 남편이 떠난 후의 생활을 생각하게 된다...그리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하나씩 이별의 연습으로 들어간다.
이별 연습을 할 시간이 주어진 삶은 그나마 행복하리라. 어느날 갑자기 형체도 없이 죽음이 닥치면 그 얼마나 황당하고 오래오래 힘들겠는가...그리 생각하면 사형선고를 받고도 몇년을 사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한다. 가능하다면 살아잇을때의 행복한 추억을 많이많이 만들고 열심히 살다갈 기회를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겨내는 슬픔은 없다. 다만 서서히 삶에 스며들어 추억이 되게 하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이별들이 문득 생각나서 꺼내어 볼 추억이 많다면 그 보다 더 큰 위안은 없으리라. 살아가는 동안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더 소중해 보인다... 언제까지나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