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556페이지의 두꺼운 책을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읽으면서 눈물이 났고 안타까웠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미르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어릴적 겨울 방학에 연날리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창호지에 밥풀을 붙여가며 대를 붙이던 일과 균형을 잡는다고 대를 휘어가다가 부르트린 일까지...그때의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던게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지 어른이 되어서 비로소 느껴진다. 추억은 그만큼 소중한 거라고.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탁 막혀왔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는 살기위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겠구나. 인종의 갈등을 겪으면서 말없이 체념하며 살아가고 있겠구나를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가 생각났다. 작년 여름 여러명의 인질을 가지고 우리의 속을 태웠던 바로 그 나라구나...
아미르가 태어날 때 엄마는 산통으로 죽고 하산 역시 태어난지 닷새만에 엄마가 도망을 가 버린다. 아미르는 파쉬툰이고 하산은 하자라인으로 서로 친구처럼 지낸다. 아미르는 도련님, 하산은 종인 신분으로. 아미르가 책을 좋아해서 하산에게 읽어주고 직접 쓴 소설을 보여줄때, 하산의 한마디로 질투심을 느끼는 아미르다. 아버지 바바는 아미르와 하산을 똑 같이 좋아하고 정신적 지주가 된 라힘 칸 역시 그런 아이들을 사랑한다...
겨울 방학에 연날리기 대회에 1등을 하게 되어 아버지와 가까워진 아미르. 하지만 2등의 연을 잡으려고 하산이 정신이상주의자 아세프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그걸 숨어서 본 아미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둘의 사이는 조금씩 금이간다. 열세번째 생일날 아미르는 하산에게 도둑의 누명을 씌우고 그 일로 알리와 하산은 집을 떠난다. 비오는 날 바바의 눈물과 양심의 죄책감을 뒤로하고 용기내어 밝히지 못하는 아미르. 그러면서 한켠에 과거의 죄책감은 남아있게 된다.
바바와 아미르는 소련군의 침공으로 미국으로 건너간다. 거기에서 아버지는 암으로 죽고 라힘 칸으로 부터 전화를 받는다. 라힘 칸으로 부터 하산이 이복동생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아들만이 아프가니스탄 고아원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만난 아세프로 부터 하산의 아들 소랍을 데려오면서 입양의 문제에 부딪히고 다시 고아원에서 지낼 수 있다는 말에 소랍이 자살을 시도한다. 미국으로 들어온 소랍이 실어증으로 살아간다.
어린시절 하산과 함께 연날리기를 생각하며 연을 날리고 소랍을 위해서 하산이 했던 것처럼 "너를 위해서 천 번 이라도 그렇게 해주마"고 약속을 한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 이라도 그렇게 할께요." 하던 하산을 떠올리면서....
방대한 장편의 내용을 짧은 글로 요약하려니까 서두가 없다. 하지만 이 것 만은 말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추억도 생각났고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도 생각났다. 그리고 아미르의 과거가 연으로 날아가는 모습도 떠올려졌다. 가슴을 누르던 덩어리진 그 분노가 연을 날리면서 하산의 아들 소랍한테 사랑으로 전해지는 것 또한 보았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죄책감에 시달릴 수는 있다. 어릴 적 친구의 어려움을 눈감아 버린 아미르의 차가워진 마음은 누구나가 그 상황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그 시기에 겪는 성장통이라고 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난 작가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의사로 활동하면서 쓴 첫 장편소설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NGO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우리의 손이 뻗쳐야 할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소설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천 번 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하산의 충성스런 친구의 말이 뇌리에서 맴돌고 있다.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이 넘치게 부럽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