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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해주고 있는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에 대해서 전문가의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로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AI가 공장의 인력을 대체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그 쓰임과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노동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가 언급될 때마다 나는 앞으로의 수십 년 후 미래를 그려 보곤 한다. 똑같은 제품일지라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면 가격이 저렴하고 메이드 인 이태리라면 비싸듯, 향후 미래에서는 메이드 인 AI인 경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사람이 만든 것이라면 수공예적 인센티브가 붙어 비싸게 구매할 것이라는 예측을 해본다. 사람들의 일자리를 AI가 점령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지 않을까?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비교적 무거운 주제임에도 술술 잘 읽히는 책인데다 언급되는 에피소드들이 매우 흥미진진해서 책 속으로 몰입하기 좋은 책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기술이 우리를 일자리에서 몰아냈고 말이 자동차와 트랙터에서 밀려나듯, 인간은 로봇과 컴퓨터에 밀려나게 될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로봇과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경기에 따라 인간은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현실만 봐도 그렇다. 코로나19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계의 일상이 정지되고 경기는 얼어붙어 실업자가 속출하지 않는가!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의 위협이 지금 이 시대와 미래에 어떤 문제를 일으미고 그것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뤄주고 있다. 가장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던 농업과 제조업의 가파른 감소 추세와 인간보다 더욱 성능이 뛰어난 시스템과 기계로 밀려나게 된 현실은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책에서는 낯익은 이름이 등장한다. AI와 이세돌의 바둑 격돌이야기 말이다. 인간이라면 절대로 두지 않을 수를 둔 알파고는 인간이 따르는 규칙을 새로 써서 승리를 얻어냈다. 바흐처럼 정교한 음악을 작곡하는 기계가 있는가 하면 영화를 감독하고 정치 연설의 초안을 작성해주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이같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업무를 기계가 잠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듯이 일은 줄어들 것이다. 그 정도는 누구나 예측가능한 미래다. 그런데 그 시점이 궁금하다. 저자인 대니얼 서스킨드 역시 그 시기를 확실하게 말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노동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소득 불평등, 핵심은 분배의 문제라는 것도 함께 다뤄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그렇다면 어떻게 노동의 종말을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애하고 있다. 무엇을 가르치고 가르치지 말아야 하는 지, 어떻게 가르치며 언제 가르쳐야 할 지, 정부가 해야할 역할과 기능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또한 기술 대기업의 문제에 대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사례를 들어주고 있다.
마르크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말한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일이 새로운 아편'이라고 말하는 시대다. 일이 곧 나의 성공을 나타내 주며 나의 존재와 소득을 반영하는 것이 되었다. 아편과도 같은 일이 없어진 그날, 우리는 강제로 주어진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우리 사회가 일이 줄어든 세상에서 여가 정책을 훨씬 더 정교하고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생각해 볼 것을 미래 세대의 몫이라 한다. 저자가 긴 페이지에 걸쳐 유급노동이 줄어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노동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가치 없다고 깎아내렸던 활동을 공동체의 보이는 손으로 떠받쳐 가치 있고 중요한 활동이 될 미래를 예측한다. 정부에게 많은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 예측하는 그의 결론을 보며, 그동안 삶의 목적으로 삼았던 원천이 줄어들고 틈이 생겨난 이들에게 꼭 필요한 여가 정책과 조건적 기본 소득을 통해 근본적인 목표를 다시 검토하며 살아가야 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