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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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 신작인 악스(AX)는 우리가 알고 있고 기대하는 킬러의 모습이 아니기에 더욱 끌려들어가 몰입되는 이야기였다. 지독한 공처가이면서 냉혹한 킬러라니 도저히 맞지 않는 조합, 어울리지 않는 컨셉의 주인공이었던 풍뎅이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자였다. 이사카 고타로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몰랐지만 출판사 서평을 보니 책 속 여러 동료 킬러들은 전작에 나온 주인공들이란다. 작가의 위트와 빅피처가 유쾌하다. 풍뎅이는 사건 의뢰를 특이한 공간에서 받았다. 내과 진료를 보는 작은 개인병원의 의사에게 제거할 대상을 소개받는 장면은 꽤나 독특했다. 의사는 철저하게 환자를 상담하는 것처럼 의학용어만을 사용해 사건을 맡겼고 그 모습은 완벽해보였다.

'수술이란 살해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악성은 프로인 경우를 의미한다'(p26)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던 풍뎅이는 일하는 아내와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산다. 킬러이지만 그는 매순간 아내의 눈치를 보고 아내의 반응에 긴장하며 늘 아내가 언짢아하지 않게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 그 모습이 상당히 지나쳐 보여 더욱 킬러라는 직업이 모순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의뢰받는 사건은 전후 사정 가리지 않고 결과로만 보고되니 10대 이후부터 에 일을 시작한 그가 죽이고 다치게 한 사람들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부터인가 에 일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유는 아들과 아내때문이었다. 가족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았던 그는 아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일하게 풍뎅이가 전해줄 수 있는 것은 되도록  공정해라라는 그 말뿐이었다.누군가를 비난할 때도 누군가를 옹호할 때도 공정하자고 생각하라고' (p48)

 

최고의 기술과 고도의 분석력을 가진 풍뎅이는 책의 중간 부분에서 놀랍게도 죽는다. 그의 죽음은 책을 읽는 가운데 충격이었다. 이후 고등학생 아들이 장성해 아버지가 되어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조금식 알아가면서 풍뎅이가 왜 죽게 되었고 가족을 위해 선택한 것이 주는 의미가 감동적이었다. 킬러이지만 공정함을 원했던 모순적인 인간, 끊임없이 업계에서 은퇴를 원했지만 그만두는 것조차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없었던 한 가장의 이야기가 그려진 악스는 그래서 더 독자에게 깊이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풍뎅이가 준비했던 열쇠는 마지막 반전을 독자에게 선물했고 참 통쾌한 결말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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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민주주의 - 새로운 위기,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야스차 뭉크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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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촛불로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썼다. 전세계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십만의 목소리에 귀기울였고 우리의 몸짓에 주목했다. 우리는 정말로 민주주의를 이뤄낸 것이었다. 그동안은 이념적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치는 그저 한 목소리에 반대하는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는 이분법적 구조였다. 민주주의는 그저 공산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밖엔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인 미국 역시 우리의 촛불과도 같은 믿기지 어려운 결과를 얻었다. 트럼프의 당선은 전세계인을 경악케 했고 그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중심인물이 되었다.

세상이 요동치는 듯 했다. 한국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난 [위험한 민주주의]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를 지적하고 맹렬하게 퍼지고 있는 포퓰리즘에 대해 사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포퓰리즘이란 단어가 지속적으로 뉴스에서 등장하며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검색에 따르면 포퓰리즘은 대중의 견해와 바람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 사상 및 활동을 말한다. 다른 말로 대중주의, 인민주의, 민중주의라 일컬어지는데, 이것은 엘리트주의에 상대하는 개념으로 개념자체로는 별로 문제시 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책에서는 포퓰리즘의 여러 양상을 보여주며 특징을 말하고 있는데, 그 핵심특징이 '대중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하겠다는 약속'이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약속한다. 대중이 스스로 결과를 통제할 수 있게 하리라 약속한다. 소수자가 다수의 압제에 지배받지 못하게 하리라 약속한다. 엘리트가 자신들의 부를 지킬 수 있으리라 약속한다. 이런 카멜레온 같은 특징이 자유민주주의를 그 어느 체제보다 안정적이게끔 했다. 

인류역사와 함께 공존했던 여러 체제들은 성격과 특징은 달라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결국은 무너졌다는 것인데, 자유민주주의가 그런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더 예민해지고 열렬하게 지켜온 우리의 신념을 위해 싸우라고 한다. 1세기 상당한 기간동안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지배적인 정치체계였던 자유민주주의는 포퓰리즘 권위주의 지도자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여러 나라의 상황을 언급하고 있지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의 이야기다. 트럼프의 대통령 직 실패, 권좌에서 물러나고 난 이후의 상황 등 예측가능한 모든 이야기를 통해 위기를 직시하게끔 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도록 당부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을 공공정책으로 옮기는 효과적인 제도적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메커니즘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가면 갈수록 비민주적인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을 보면 위태롭기조차 하다.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기에 그 심각성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저자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라고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자유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졌다.  정치가 바로 서야 국민의 삶이 제대로 됨을 우리는 경험치로 안다. 그래서 정치는 너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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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 어느 난민 가족의 여행 철학하는 아이 10
마그리트 루어스 지음, 이상희 옮김, 니자르 알리 바드르 사진, 정우성 해설 / 이마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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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난민의 고통과 아픔에 가 닿을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랍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의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국제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난민들의 이야기인데요. 자국이 안전하지 못해 피난을 떠나는 긴 행렬, 어느 나라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모습들이 우리에겐 너무 먼 이야기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책 [징검다리]는 작가 마그리트 루어스가 페이스북에서 본 하나의 사진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우연히 본 사진 속 풍경은 아기를 안은 어머니와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인 아버지의 모습이었는데요. 실제 사람의 사진이 아닌 돌맹이와 조약돌로 만든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습니다. 마그리트 루어스는 이 사진에 매료되어 그 작품을 만든 니자르 알리 바드르에게 계속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니자르 알리 바드르는 시리아 사람이었고 시리아는 수년 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국을 탈출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둘은 연락이 닿았고 함께 작업한 책이 바로 이 책 [징검다리]입니다. 니자르는 이 책을 통해 시리아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피해 달아나야 하는 사람들의 기막힌 현실을 아름다운 사진 속 돌맹이에 생명을 불어 넣어 표현합니다.

 

 시리아는 처음부터 전쟁이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어린이들은 놀이터에서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아버지는 일터에서 열심히 일을 하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러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웃은 떠나고 전쟁은 시작되고 총알과 폭탄이 집으로 날라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린이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라마네 가족도 뒤늦게 피난길에 오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아이들이 꿈을 품고 더 나은 곳,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갔지요"

폭탄이 떨어지지 않고 시장가다가 죽는 일이 생기지 않는 곳을 찾아 떠납니다.

책 속 사진은 모두 니자르가 작은 돌맹이를 이용해 만든 장면들입니다. 생명이 없는 돌맹이들이 모여 엄마와 아빠, 아기와 할아버지가 됩니다.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됩니다. 마치 움직일 수 있는 생명력까지 느껴지니 니자르의 손끝에서 마술이 펼쳐지는 것만 같습니다.

라마의 가족들은 무사히 정착할 수 있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책 속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지만 현실 속 이야기는 슬픈 결말이 많습니다.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의 보호 등 첨예한 이해관계의 갈등이 있기에 어느 나라도 쉽게 난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난민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며 더 깊이 그러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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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의 진실 - EBS 다큐프라임_교육대기획
EBS 다큐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 제작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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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입시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한숨짓습니다. 대한민국 입시는 수시로 바뀌며 혼란과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수많은 개정에도 어느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만 나오고 있어 그 해답을 찾기 어려운 난제가 되어버렸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으로 만든 <대학입시의 진실>은 그동안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 사이에 떠돌던 이야기와 사건들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놓은 책입니다.

 

다큐프라임 방송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충격을 금치 못했고 '정말 저런 일들이 학교에서 일어난다고?'하며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입시를 경험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 크게 놀라지도 않을 이야기들이었지요. 이 책은 TV프로그램으로 방영된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전의 치밀한 조사와 데이터 분석으로 만들어진 내용이기에 더욱 믿음과 신뢰가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3만 8천 명 조사, 40년 입시제도 분석, 1년 6개월 제작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웰메이드 다큐멘터리였으니까요.

 

총 6부에 걸쳐 방송되었고 시청자들은 공분했습니다. 막연하게 떠돌던 이야기들이 실제로 드러났고, 현실이 되고 팩트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학생부 조작,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몰아주기식 시스템, 만들어지고 관리받는 학생부를 위해 거래되는 뒷돈까지 충격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수천 가지의 입시전형과 학생부전형의 폐단, 정보 격차가 초래하는 학력격차, 엄마들의 대리전쟁, 대한민국 교육특구의 불편한 진실, 부모의 배경이 미치는 영향, 성공한 엄마와 실패한 엄마의 씁쓸한 이야기는 정말로 숨이 턱턱 막혀오게 만듭니다.

 

교육 불평등은 대학 입시 제도를 가로막고 학력격차를 더욱 가중시킵니다. 이와중에 이이들은 병들고 사교육비로 부모들의 노후는 날라가버립니다. 인재는 사라져 가고 만들어지는 영재를 위해 새벽까지 학원가는 불야성을 이루지요. 이러한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요?

 

6장에서 다루는 대학입시의 현주소는 다양한 입시제도의 병폐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문제를 하나하나 말하고 있지만 대안이나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몫인 것이죠. 가장 중요한 정책인 교육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 학교는 우리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곳입니까?'

더이상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교육개정안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교육의 드러난 맨살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모두가 소중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입시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은 분명 어른들의 몫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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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새 클래식그림씨리즈 3
존 제임스 오듀본 지음, 김성호 해설 / 그림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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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그림을 그려봤던 제게 아주 큰 영감과 도움을 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존 제임스 오듀본의 <북미의 새>가 바로 그 책인데요. 미국 조류학의 아버지인 오듀본은 이 책을 만들기 위해 30년 동안 새와 동거동락하며 관찰과 그림그리기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태학을 느껴볼 수 있지요.

 

그가 이렇게 멋진 조류의 그림을 자연환경과 함께 그려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철저한 기록의 습관때문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감이라는 평을 받는 <북미의 새>는 아름다운 그림과 디테일한 표현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동이 물결처럼 밀려오지요.

 

관찰을 30년 했다면 인쇄는 12년이 걸리게 됩니다. 조류학에 큰 업적을 남긴 이 책은 다른 조류도감과 차별점이 있다면 배경묘사까지 함께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그 새가 살고 있는 서식지, 먹고 있는 먹이, 행동모습이 관찰을 토대로 그려져 생태학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죠.

 

어릴 적 부모님이 애완용으로 키우신 앵무새, 구관조, 잉꼬새 덕분에 유년시절의 추억 속에는 여러 새들의 모습과 지저귀는 새소리가 떠오르는데요. 이 책을 보면서 귓속으로 새소리가 들리는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림 하나 하나의 디테일이 강합니다.

 

책은 마치 엽서같이 만들어져 360도 펼칠 수 있는 제본으로 되어 그림을 감상하기 좋습니다.
'기록은 기억의 지속공간을 종이와 연필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연장시킨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관찰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납니다. 애정과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시간들이 그의 삶을 메꾸어갔습니다. 독자는 그의 프로정신이 만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참 행운이네요. 새를 좋아하고 새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분들, 따뜻한 그림을 보며 힐링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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