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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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후덜덜하다.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매일 싼다니, 내 것 싸기도 버거운 도시락을...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라면 모두 제목 뒤에 숨겨진 잔혹한 이야기를 상상하며 책장을 넘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유즈키 아사코는 '앗코짱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다. 이 책에서도 등장하는 앗코짱은 새로운 여성 캐릭터로 일본에서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드라마까지 제작되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장편소설인줄 알고 읽었는데, 이 책에는 4개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두 편만이 앗코짱과 미치코의 이야기이다. 앗코짱은 어느 회사에나 있는 진상 상사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원리 원칙을 고수하고 언제나 정해진 것들을 루틴하게 처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기관리도 꽤 잘하는 그런 여성이 떠오른다. 게다가 앗코짱은 돈을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오는 미치코에게 조금은 무례한 제의를 한다. 미치코가 앗코짱의 도시락을 싸오게 하는 대신, 미치코에게 사례비로 점심값을 주는 것이다. 그것도 앗코짱이 정한 식당에서만 먹어야 한다는 것! 처음엔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하며 화가 나려 했는데 나중엔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 '네'만 할 줄 알았던 미치코, 모든 일에 자신이 없었던 미치코를 돕고 싶었던 앗코짱은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내색하지 않고 미치코를 변화시켜 나간다. 그런 면에서 누군가가 나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동화같지만 또 현실 속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캐릭터들이 이 책의 특징이다.

마지막 단편 소설인 '여유 넘치는 비어 가든'의 주인공 레미 역시 독특하다. 그녀 또한 우리 사회 어느 회사에서나 보암직한 일 잘 못하고 눈치없는 사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구박하고 무시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나머지들에게 멋지게 한 방 날렸다. 그 한 방이 참 근사했다. 그 누구도 우습게 보거나 얕보면 안된다는 것,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책에서는 다양한 에피소드 안에서 주인공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며 사회의 큰 구성원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인생 별거 없다는 걸 책 속 주인공을 보며 느낀다.


[책속 한줄]

"타인의 요구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노라고 거절하기 전에 무언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한 잔의 따뜻한 음료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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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코드 - 인류 문명의 숨겨진 기원을 가리키는 단서 기자 대피라미드 탐사 보고서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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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사에서 해명되지 않은 난제들을 탐구하는 맹성렬 교수의 [피라미드 코드]는 인류 최대의 미스터리인 피라미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릴 적부터 피라미드만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린 나이에 봐도 너무나 대단한 존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맹성렬 교수 역시 인문사회 학자들이 피라미드를 과소평가한다는 것을 지적하며 대피라미드에 축적된 많은 지식에 대해 들려준다. 

책의 전반부는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 항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할애되고 나머지 절반이 대피라마드에 대한 이야기로 나뉜다. 많은 책들을 참고해서 썼기에 후주 부분의 양도 상당하다.  맹교수는 이집트 여행에서 대피라마드에 꼿혀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이집트 문명을 정리하게 된 것이 이 책이 나오게 된 시초가 되었다. 저자는 피라미드를 건축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그 시기의 여러 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어떻게 그 오래 전에 지금과 같은 장비도 없이 거대한 건축물을 완성해낼 수 있었을까? 과연 그들의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그 기술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지구 크기에 대한 지식이 분명히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외계인이 와서 만들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맹교수는 지구 크기에 관한 잊힌 문명의 지식이 고대 이집트로 전해져 대피라미드에 암호화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자신있게 언급한다. 가장 오래된 고대 건축물인 기자 대피라미드는 후대의 건축술을 능가한다. 피라미드의 건축은 엄청난 행정력과 경제력, 교육,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피라미드의 정밀도 수준은 오늘날에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피라마드가 왕의 시신을 안치하는 용도로 사용된줄 알았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대피라미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왕의 묘지로 쓸 계획으로 건설한 것이 아니다. 천문대보다 정밀한 방위 정렬을 적용해 건설한 이유는 종교적으로 중요한 상징을 띠는 별들을 정렬하기 위함이었다"

또 하나 미스터리 중 하나는 특별한 도구 없이 피라미드를 만든 그들의 초인적 능력으로 이해되었는데, 책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기자 대피라미드에 구현한 초정밀도는 망원렌즈와 니켈 합금강을 사용하는 현대의 천문용 경위 및 방위각 측정 장치와 맞먹는 수준의 장치를 그때 이미 사용했음을 시사하는게 아닐까? 또한 대피라마드 내부 구조물의 위치를 설계도대로 정확히 배치하기 위해 삼각함수표나 로그표를 참고한 복잡한 계산도 해내지 않았을까"

나폴레옹은 원정에서 기자 대피라미드를 방문해 세상을 통치할 철학적 영감을 얻었다. 이집트 원정 중 홀로 대피라미드의 '왕의 방'에 있었다는 일화가 있는데 그가 거기서 자신의 운명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영화처럼 신비롭기만 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또 근거가 없다고 하니 무엇이 진실일까?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피라미드라 하면 늘 어렵고 난해해 이해가 불가능한 존재라 여겼다. 그런데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부분의 미스터리들이 언제쯤 팩트로 전해지게 될까?


책 속 고대 이집트의 유물과 같은 도판 86점은 그림과 같이 감상해볼 수 있다. 천문학적으로, 측지학적으로, 건추공학적으로 이해를 쉽게 하진 못했지만 대피라미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단연 엄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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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인문학 -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
개빈 에번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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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중요하다. 개인의 취향과 문화적 트렌드에 따라 그 시대에 떠오르는 색이 다르다. 그렇다면 색과 인간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색이 궁금했다. 그래서 읽게 된 책 [컬러 인문학]은 색깔 속에 숨겨진 문화적 상징뿐만 아니라 왜 나라와 시대마다 한 가지 색깔이 다른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색만큼 고정관념을 강하게 내포한 것도 없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문화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색으로 대동단결했던 적이 있다.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붉은 악마다. 우리 모두의 뇌리에 빨강이 그토록 예뻐보였던 적이 없었다. 색은 그만큼 강하게 인간과 상호작용한다.

 

컬러를 다루는 책이기에 이 책은 색상으로 쳅터가 구분된다. 빨강, 주황, 가색,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분홍, 흰색, 검정, 금색이 등장한다. 우리의 색채 인식 능력은 문화적 차이에 영향을 받으며 지금까지 색깔을 사용해온 방식에도 영향을 받는다. 색과 언어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각각의 문화를 지배한다.

흔히 미술시간에 이론으로 배우는 명도, 색상, 채도, 색온도는 색의 특징을 말해주는 용어다. 명도는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이고, 색온도는 문화적 연상 작용과 관련이 있다. 책에서는 색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는데, 각 시대별, 나라별 그 색이 가지는 특징을 비교해 설명해주고 있어 색을 통해 그 나라와 문화를 이해하게 도와준다. 빨강이 축하의 색으로 여기는 중국이 있는가 하면 로마는 보호의능력으로 여겼다. 그러나 몇몇 다른 문화권에서는 빨강은 사악한 색이기도 하다. 이렇듯 같은 색일지라도 받아들이는 문화에 따라 개념과 느낌이 달라진다.

 색에 대한 느낌과 매력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를 겪는다. 네덜란드에서 주황은 기분 좋은 축하의 색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인들은 전통적으로 주황색 옷을 입고 국경일에 왕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한다. 불교 승려들이 입는 법복에 주황색이 있다.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그들의 주황은 크게 느껴진다. 각각의 색상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누구보다 색에 대해 잘알게 되는 기분이 든다. 겁쟁이의 색인 노랑은 위선과 기만, 죄악의 색으로 이단자, 암살범, 위조범을 묘사하는데 사용되었다. 이처럼 색은 사람을 규정짓는 역할도 한다. 

색을 이야기하는 책이기에 책에는 많은 예술작품이 나온다. 색으로 느끼며 감상하니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책의 판형이 커서 감상하기 더 좋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아도 언제나 색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의식하지 않던 의식하던 색이 주는 여러 이미지에 갇혀 살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조금은 색이 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가진 색 개념을 초월해 색을 바라보고 싶다. 컬러 인문학에 빠져 색과의 여행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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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 넘치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법
나카무로 마키코.쓰가와 유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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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주변엔 넘치는 데이터로 이론을 만들고 규정하며 팩트로까지 여겨지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건강검진을 받으면 오래 살 수 있다, 남성 의사가 여성 의사보다 뛰어나다, 어린이집을 늘리면 여성 취업률이 올라간다, 텔레비젼을 많이 보면 아이들 머리가 나빠진다, 공부 잘하는 친구와 사귀면 성적이 오른다, 명문대를 졸업하면 연봉이 높다 등 열거된 항목들을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진실 혹은 근거는 없지만 신빙성있게 여겨왔던 내용들이다.

위에서 열거했던 통설들은 데이터 사이의 관계성으로 따져보면 모두 틀린 말들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근거로 판단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우선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로 따져보라고 한다.  인과관계란 두 사실 중 한쪽이 원인이 돼 다른 한쪽이 결과로 생겨난 경우이고,  한편에 이끌려 다른 한쪽도 변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주의해야할 것은 우연의 일치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들 간의 상관관계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며 이것을 인과관계로 여기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비교집단의 표본을 만드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다. 대체로 비슷한 것 조차도  비교 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
누군가의 성공스토리에서 우리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고  반사실은 알 수 없듯이, 데이터 사이의 관계성은 숨겨진 진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미국의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은 "얄팍한 사람은 운을 믿는다. 강한 사람은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라고 말했다. 너무 멋진 말이지 않는가! 그가 강조한 말처럼 인과추론은 데이터가 범람하는 시대의 필수 교양이며 엄한 돈이 낭비되지 않게 해주고 현대인들의 삶을 피곤치 않게 한다. 

그러나 막상 삶 속에서 어떤 통설이 다가왔을때 이것의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파악해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예로 '초콜릿 소비량이 증가하면 노벨상 수상자도 늘어난다'는 말을 들었을때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사주게 된다. 참 손쉽게 공부 잘하는 방법이 아닌가? 그러나 면밀하게 따져보면 이것은  상관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험결과 기억력이 좋아지는 정도의 효과는 입증이 되었으니 특별히 시험보는 날 아침에 초콜릿을 먹이겠다는 마음은 들게된다.

'건강검짐을 받은 사람은 오래 산다' 역시  선택 편향이 생기면 비교가 불가능하기에 랜덤 분류로 비교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복수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전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메터 분석의 연구 결과,  건강검진과 장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 밝혀졌다.

인과관계를 검증하지 않고 언뜻 효과 있어 보이는 정책을 무턱대고 실시한다면 국민들에게 큰 위험부담을 안기게 된다는 것은 꼭 명심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말의 뜻은 오차나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를 말한다.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연봉이 높은가에 대한 것'은  결국 통계적 유의미성을 따져볼때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고 어느 학교가 최고의 대학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최고의 대학인가라는 명제로 전환되어야 맞는 것이 된다.


이 책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믿고 있었던 수많은 것들의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통계적 유의미함, 유리한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는 위험성, 제3의 변수에 대해 깊이 알게된 시간이었다. 이제 데이터를 보면 좀더 심도깊은 사유를 하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읽는 센스를 가지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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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
마이클 샌델.폴 담브로시오 지음, 김선욱.강명신.김시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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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과 오랜만에 마주한다. 2010년 대한민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켜 많은 이들의 손에 <정의란 무엇인가>가 들려 있었다. 책을 좋아하던 아니던 간에 사람들은 그의 정의론에 열광했고 빠져들었다. 그는 여러 면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였고 지금까지 명강의를 이어오며 세계적인 철학계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정의란 무엇인가가 가장 센세이션했다. 대중들은 존 롤스의 정의론을 세세하게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로 그의 명성이 드높아졌다고 판단한다.

이 책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는 중국 철학자 9명과 폴 담브로시오가  마이클 샌델의 이론과 주장을 동양 철학의 시각으로 분석한 평론들로 1장부터 10장까지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 11장은 마이클 샌델의 글로 중국 철학에서 배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마이클 샌델이 전부 쓴 책인줄 알았다. 왜냐하면 예전에 중국의 젊은이들이 마이클 샌델을 광적으로 신봉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에 마이클 샌델이 중국 독자를 위해 그가 주장하는 정의와 중국의 유가 사상 속 충돌과 유사성, 차이와 대조에 대해 풀어낸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은 싱가포르, 상하이, 홍콩, 베이징, 미국, 하와이에서 활동하는 중국 철학교수들의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과 중국 철학의 유가 사상을 심층 비교 분석해 놓은 책이다. 총 11명의 서로 다른 이들의 글이 엮여져 있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정의를 말하는 샌델을 9명의 중국 철학자들은 유가적 입장에서 놓친 점은 무엇이고 뜻을 같이하는 점은 무엇인지 자세히 비교해 놓고 있다. 그래서 쉽지 않다. 일단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에 대해 디테일하게 이해가 선행되어야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수 있다.

 

서양철학은 개인주의적이며 자율과 자유,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반면,  중국철학은 공동체주의적이며 가족과 조화, 효를 강조한다. 이러한 중국의 유가사상은 현대에 와서 많이 변화되었다. 내가 겪은 중국은 그랬다. 서양에서 느껴지는 개인적인 성향이 극도로 강했고 그 안에서 굉장히 자유로왔다. 공동의 선이 존재한다기 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늘 앞섰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서 마이클 샌델이 주장한 정의론이 각광을 받았다는 것은 중국인 개개인의 커다란 변화와 중국 전통 사상의 현재적 활용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즉 중국은 새로와지고 있다는 뜻이다. 샌델의 인기는 자기 삶을 바꾸고자 하는 개개인의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그들이 중요시여기지 않았던 일상의 도덕적 물음과 공공철학의 부재는 그들에겐 일종의 충격이었을 것이다.

 

위의 글을 읽어보면 왜 중국인들이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에 집중하고 열광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전망하건대 중국에서의 마이클 샌델의 인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들의 니즈와 샌델의 철학적 포인트가 잘 맞아 떨어진다. 게다가 샌델은 굉장히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합의에 이르기를 중요시 여기는 것보다는 그 과정에서 사유하고 깨닫는 것에 집중하며  만족하기에 앞으로 그와 의견을 달리 하는 철학자들간의 건전한 교류는 지속될 것이다.

책도 두껍고 11명이나 쓴 이야기를 모은 이야기라 산만하게 흘러가는 경향이 짙었다. 읽는 속도도 현저하게 처졌지만 여전히 건재한 샌델만은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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