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송은정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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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여유있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도시에서의 삶은 신기하게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없이 흘러가고 무엇에 쫓기는지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조차 누리지 못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기에 어쩜 우리는 모두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년 전 독일여행에서  독일인들의 여유로운 아침 풍경을 보며 2주의 여행 후 서울로 돌아가면 '나도 꼭 여유있게 살리라' 다짐을 했었다. 절대로 아둥바둥 살지 말고 아침을 누리고 여유있게, 느긋하게 살아보자고 결심했지만 막상 한국에 오니 그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여유는 커녕 일주일 이상 평소보다 분주하게 살았던 기억이 난다.
꿈꾸는 삶을 현실로 만들지 못하는 현대인이기에 더욱 더 여행에 집착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여기 우리가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일을 해낸 이가 있었다. '천국은 아니지만 살만한'의 저자 송은정은 쳇바퀴 굴러가듯 매일 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박차고 자신이 부여잡고 있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이었던 북아일랜드의 캠프힐로 떠난다.

 

 

 

캠프힐은 장애인 공동체로 평소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시골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함께 자급자족하며 느리게 천천히 사는 곳이었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모두 인종이나 국적, 언어와 문화,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 철저하게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사는 법을 배우며 공동체 생활을 한다. 그들은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독특하다. 하우스패런츠, 코워커, 빌리저 등으로 독특한 공동체의 문화 역시 독특했다.

 

 

 

 

 

저자는 비교와 경쟁이 제거된 환경속에서 훼손된 독립성을 회복해갔고, 시골생활이 주는 느긋함을 누리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유기농 음식을 섭취하며 조금씩 도시에서의 삶의 껍질을 벗겨낼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너무나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것부터 언어적인 문제까지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 의견을 능숙하게 말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본의 아니게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모습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서툴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일년 동안 몬그래지 하우스에서 살면서 그녀는 여러 일들을 경험했다. 그녀가 돌봐야 할 빌리저들과의 이야기, 동료인 코워커들과의 관계, 하우스패런츠들과의 인연 등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 역시 캠프힐의 길가를 거니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한몫 한 것은 책 속 등장하는 아름다운 북아일랜드 캠프힐의 정겨운 사진들이다. 책 속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한없이 편안해진다.

 

 

 

약속했던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다시 서울로 복귀해야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캠프힐에서의 삶을 되돌아보며 다시 시작하는 삶의 계획을 세운다. 파라다이스는 아니었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었던 그곳에서의 시간을 발판삼아 스스로 일구는 멋진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

 이 책은 '잠시 쉬어가는 법'을 이야기해준다. 자신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 비교와 경쟁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사는 법 등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일여행에서 느꼈던 그 여유로움을 다시한번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들이 꼭 지켰던 오후 30분간의 티타임은 정말 실천해보고 싶다.

"All the difference are here"

캠프힐을 만들었던 대니가 했던 이 말 속에서 다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는 다르기에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것이다. 서울로 돌아온 저자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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