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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책을
펴자마자 놓을 수 없었던 강렬한 소설을 만났다. 전작으로도 이미 유명한 조완선작가의 소설이라 믿고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밤을 꼴딱 새고
나서야 책을 놓을 수 있었던 이야기, 중간 정도에서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졌음에도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소설 속 이야기로의
몰입이었다.
등장인물은
많았다. 노트에 등장인물을 쓰고 나름의 마인드맵을 그려가며 읽어나갔다. 자칫 이름만 가지고 헷갈리기 쉬우니 메모는 필수다. 이야기는 장기국
변호사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공안부 출신 검찰이었던 그가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화려한 재기를 꿈꿨는데 실종은 너무나 의외의
사건이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최두식 반장은 아버지가 경찰의 몽둥이에 맞아 죽었던 아픔을 가지고
있었고, 오수연 교수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의문사로 죽으면서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홍준혁 검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며 온갖 설움과 고생을 겪었던 불운의 가족사를 지녔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중심축이었던 샛별회의 멤버들은 음모와 권력의 희생양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었다.
정작
범인인 배윤수, 고준규,손지영은 등장하지도 않은채 소설은 끝을 맺는다. 보일듯 보이지 않고 잡힐듯 잡히지 않는 범인과 경찰의 간극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역사 속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연류된 사건들이 떠오른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그들의 죽음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결국 가족만이 힘겨운 싸움을 할 뿐, 세상은 그들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소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역사 속
비극을 건드리고 생각하게 하고 잔향으로 남겨준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느낌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마지막 글이 우리 사회에서 늘 정의롭게 오르내리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가득이다. 나는 어느새 조완석 작가의 다른 책을 고르고 있다. 그의
이야기에 다시한번 빠져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