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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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에 본 책 중 가장 표지가 러블리하면서 아름다운 책을 만났다. 책은 표지만큼이나 제목도 감각적으로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이 책은 인생의 굴곡을 지닌 루스 호건의 암투병기간 중 쓴 소설이다. 묘비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 역시 이 소설의 소재처럼 보물을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가 전하는 사랑과 상실, 우정의 힘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이 책은 액자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삽입되어 서로 다른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읽는 내내 이들의 관련성이 어디에서 시작될지 궁금했다. 책의 말미에나 가서야 각각의 주인공들의 인연이 밝혀지고 잃었던 퍼즐조각을 찾아 맞춰 커다란 그림을 완성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앤서니는 너무나 사랑한 약혼녀를 잃는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날 공교롭게도 그녀가 선물한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연유로 그는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주어와 꼬리표에 주운 날짜, 시간, 장소, 특징 등을 메모해 자신의 서재에 보관하기 시작한다. 자신처럼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슬퍼할 사람들에게 물건을 되찾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 세상의 눈에는 조그맣고 가치 없는 물건으로 보이겠지만 앤서니에게는 비견할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p 40)


앤서니에겐 비서와 가사도우미 역할을 하는 로라가 있다. 앤서니의 죽음 이후 그는 그가 못다한 일을 로라에게 맡기게 되고 로라는 앤서니에 대한 존경과 신의로 그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야기의 두번째 축인 유니스와 바머의 관계 역시 독특하다. 직장 상사와 직원의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로 사랑을 하게 되고 죽음을 지켜주는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앤서니를 실망시킬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그녀의 자기 회의라는 비옥한 밭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는 해도 이제는 용기도 자라나고 있었다.(p 267)

 

 


유니스는 바머의 화장한 재가루를 비스킷통에 담았고 우연한 사건으로 잃어버린다. 그것은 로라와 션사인, 프레디의 노력으로 유니스의 품에 돌아갔다. 유니스에게 그것은 이세상이었고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그것의 가치가 있고 없고를 떠나 매우 절망적이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소중한 것이라면 그 감정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것을 주운 사람에게는 특별한 의미도 가치도 없겠지만, 잃은 자에겐 상실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소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작고 사소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거리의 잃어버린 것들을 수집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다양한 사연과 상상력으로 포장되어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변화가 생겼다. 어느새 길거리 주변을 스캔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누군가 무엇을 흘리거나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린게 잊지는 않을까 두리번거리게 된다. 기막힌 사연을 품은 물건들이 내 주변에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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