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생명 Life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최첨단 생명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5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엣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은 [궁극의 생명]이다. 얼마전 4번째 책인 [우주의 통찰]을 읽으면서 엣지재단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다. 

이 책 역시 엣지(edge.com)에 실린 콘텐츠들 중 17편을 엄선해 실었고, 그렇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유전학자, 이론생물학자, 이론물리학자, 생명공학자 등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최고의 석학들의 지적 향연이 펼쳐지는 현장을 목도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석학 중 한 사람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강연 [진화 가능성]이 가장 먼저 실린 글인데, 이번에 한국에 내한해 강연회를 가진 그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그가 주장하는 우주의 생명체에게도 진화는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매우 흥미로왔다. 그를 수식하는 전투적이며 도발적이라는 말은 그의 글을 익으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나는 우주의 다른 어딘가에서 생명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다윈주의적 생명일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그 생명은 DNA와 비슷한 무언가를 토대로 할 겁니다.(P30)'

울트라 다윈주의자, 다윈의 로트와일러라는 별명을 가진 리처드 도킨스의 우주 속 다윈주의적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이겠다. 그가 만들어내는 이론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일지 궁금증이 일어난다.




이 책은 여러 편의 대담이나 대화도 등장한다. 그 중 크레이그 벤터와 리처드 도킨스의 대화는 이 두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으로 유전자 중심, 유전자의 눈으로 본 생명관이 지금까지 생물학자들의 과학 의제로 자리잡게 되었고, 벤터 역시 인공생명과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새로운 유전자를 찾아내며 한 유전체의 정보를 다른 유전체로 이식하는 일과 같이 대단히 흥미롭고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
둘의 대담은 상대방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벤터의 합성 분자를 만들어 내 자연적인 변이체를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위험해보인다. SF 영화에서 나올법한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전자 중심 관점을 둘러싼 대화]라는 주제로 논쟁을 벌이는데, 그들이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아니 짧은 시간안에 이뤄질 과학적 성과나 연구성과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그럴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두려움까지 감돌 정도이다.

통섭의 불꽃이 튀는 듯한 이 책은 목차만 확인해도 그 화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무에게나 명명하지 않는 석학이라는 호칭을 가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펼쳐내는 이론들은 이론을 넘어 인간에 관한 융합적 연구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엮은 존 브록만은 '지식의 지휘자,'지식의 전도사', '지식의 효소'라는 대단한 수식어를 가진 자로 엣지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현재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편집자 겸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여러 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최첨단 생명과학의 이야기를 모두 다 인정하고 수긍하기는 힘들다. 비록 그들이 최고의 석학이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 역시 열린 마음으로 이론적으로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듯이 이 책을 읽어나갔다. 수긍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선봉에 선 과학자들은 어떤 주장을 하는지 들어볼 필요는 있었다.

두꺼운 볼륨감에 쉽지 않은 과학용어들의 난무, 그럼에도 문체는 딱딱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과학을 전공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없을 것이다.


6번째 엣지 시리즈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의 자유로운 지적 탐색과 견해를 밝히는 엣지재단에서 '제3의 문화'로 우리 앞에 선보일 다음 이야기는 더욱 더 흥미롭고 기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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