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절벽 - 성공과 행복에 대한 거짓말
미야 토쿠미츠 지음, 김잔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열정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왠지 가슴이 아려온다. 아마 열정페이에서 연유된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이슈화된 열정페이는 어려운 취업현실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노동을 말한다. 비단 어떤 한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여러 곳에서 어렵지 않게 열정페이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붉은색 강렬한 표지로 된 [열정절벽] 역시 우리들에게 그동안 이뤄온 성공과 행복에 대한 수많은 거짓말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그림 그리는 에피소드를 첫 이야기로 소개하며 저자는 거장이자 천재인 미켈란젤로의 명화 역시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산물이었음을 알려준다. 

 



'열정이 있는 곳에 성공이 따른다'라는 광고문구처럼 그동안 우리는 일과 사랑을 동일시했고, 행복한 노동의 이미지로  유혹 당했다. 

결국 '부와 즐거움, 일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세가지는 새로운 세대를 현혹했고, 이를 좇아 전력을 다한 사람들은 커다란 희생을 치렀다.'


결국 일에 대한 환상과 근로자가 일을 통해 실제로 얻는 혜택 사이의 거대한 괴리가 발생했고, 우리는 DWYL를 제대로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DWYL'이란 Do What You Love로 자아도취로 근로자에게 끊임없이 자기만족을 하게 되어 자신의 근무 조건을 무시하게 만들어 준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Do What You Love에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는 첫 번째 거짓말 Do의 비밀이 숨어 있다. 누구나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빚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 뿐이다'






최근 케이블방송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굿와이프]라는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의 내용을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각색해 만든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직위와 명성이 급격하게 변화를 겪게 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굿와이프에서 묘사한 일터는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는 [뉴욕 타임즈]의 조사는 미국이나 한국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내 마음에 비수와 같이 꼿인 글이 있다.


'누군가는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돈이 되는 일을 선택해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누군가는 선택에 의해 가난해지고 고용주에게 착취당한다'


똑같이 사랑하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성공을 거두고, 누군가는 남의 성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9시 출근 5시 퇴근하는 사람들 조차도 여가 시간을 즐기고 돈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적 재능을 찾아 자아를 실현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저자의 지적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마크 저커버그나 빌 게이츠가 문화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것은 엄청난 재산 뿐 아니라 자기 결정과 선지자라는 위치 덕분이다. 그들이 위치한 탑 오브 더 월드에서는 그 무엇도 열정이라는 것으로 포장이 되고 미화될 수 있지만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스스로 사랑하는 일을 찾아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중간 수준의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면 이제 사랑과 자율성이라는 미사여구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정해야 한다. DWYL은 자본가의 이익이 근로자를 위한 것인양 구슬리면서 실제로는 가능하지도 않은 자율성과 모호한 자아실현의 꿈으로 근로자를 현혹한다는 것이 저자의 포인트이다.



'청춘. 희망 노동에 갇히다'라는 소제목에 가슴이 먹먹하다. 학비를 벌기 위해, 졸업하고도 좋아하는 일은 커녕 돈을 위한 일조차 얻을 수 없는 이시대 수많은 청춘들이 희망 노동에 갇히고 있다.  근로자는 주 1백 시간을 일하고, 지구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오븐 속에서 타들어 가며, 전세계 85명이 소유한 재산이 소득 하위 50퍼센트와 같은 이곳이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이 얼마나 갑갑한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 '자신의 행복을 따라가라' 따위의 주문은 생산과 소비를 끝없이 강요하는 무자비한 신념을 자기관리와 안이한 행복으로 은폐하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이러한 말들에 속고 속이고 있다. 캐시 윅스가 제안한 '탈근로사회'는 일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일이 우리 삶의 중심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그렇다. 일이 우리의 중심이 되면 우리는 일로 인해 너무나 많이 흔들릴 수 있다.






열정과 희망은 우리를 배신했다. 승자독식 자본주의 방식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강요에 의한 일에 대한 열정은 우리삶을 깊숙히 지배했고, 결국 '일하지 않을 권리,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제창되게 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DWYL 사상은 임금노동과 밀접한 관련이 없으며, 극도로 제약을 가하는 개념일 뿐이다.' 

시장을 벗어나면 우리는 몽상할 자유가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여유가 있으며, 더 많은 자유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은 참 공감되는 부분이다. 잠시나마 이 책을 읽으며 노동의 환상에서 벗어나 일하지 않을 권리,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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