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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혼불문학상 6회 수상작을 만났다.

스파이라는 다소 생소하고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를 다룬 이 소설은 지금 이 사회에 침묵하는 사람이 스파이라며 일침을 놓는다. 등장 인물 중 소설가 Z는 이 책의 작가 박주영의 모습을 닮고 있다. 써야 하는데 써지지 않는 소설로 괴로와하는 모습부터 작가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려움까지 솔직하게 드러나는데, 8년에 걸쳐 쓴 이 소설이 완성되었건 계기는 세월호 사건과 마주하면서 이 거대한 세상과 죽음을 움직이고 조작하는 존재들이 말을 걸게 되었다고 한다.
혼불문학상은 한국의 혼을 일깨우는 우리시대 대표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상으로 매해 수상작을 선발하고 있다. 특징은 [혼불]을 다룬 시대와 역사에 주목한 작품들이 선정된다는 것인데 올해의 책은 그런 점에서 약간 의외라는 평도 있었다.
책은 독특한 구성으로 주인공들이 점처럼 연결되며 하나의 큰 스토리가 완성되어 간다. 소설가는 친절하게 부연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알파벳 첫 글자로 분류되어 명명되며 각 이야기마다 화자가 바뀌고 그 화자가 누구인지 한참을 읽어야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D는 쌍둥이 자매의 동생으로 사라져버린 언니 대신 정신과 의사 행새를 한다.
X 는 스무 살부터 십오 년의 개인적인 기억을 잃어버린 자.
Y는 다섯 개의 신분증으로 수시로 거짓말 하며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여자. 스물다섯에서 마흔까지의 나이를 넘나드는 여자이며 몸은 하나인데 늘 두 개 이상의 정체성을 가진채 살아간다.
B는 스파이의 보스이며 태어날 때부터 유인 아내를 만났고 스파이를 하면서 상위 1퍼센트의 삶을 살고 있는 남자이다.
Z는 전업작가이자 독신이며 35세로 글을 쓰는 것이 힘겹고 생활고에 시달린다.
책은 첫 이야기가 D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행방불명이 된 언니를 찾아갈 것만 같이 전개가 되고 무언가 언니의 사라짐과 스파이 사이의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예감은 예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실감하게 된다.
스토리는 스파이라는 주인공의 직업을 드러내기 보다는 그들의 내면적 갈등과 본질에 대한 딜레마를 주로 다룬다.
그래서 스파이소설이면서 스파이소설이 아니다라고 한다. 스파이의 이야기이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현대인의 민낯을 보고 있는듯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마지막을 다른 책의 소개와 함께 실마리로 제공한다. [패자의 서]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진실이 담겨 있고 스파이들은 이 책을 통해 진실을 얻게 된다.
'사람들의 기억이 사라지고, 양심이 사라지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P66)
이 문장에서 많은 중첩적인 의미와 뜻이 보여진다. 읽는 이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나를 생각하게 하고, 사회를 생각하게 하고 나아가 세계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말처럼 이 소설은 다 읽고 나도 여전히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로 분주해진다. 그것이 바로 스파이같은 이 세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