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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바다
김재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겉표지의 그림과 책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의 이야기는 서정스릴러로 범죄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소설가 김재희는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추리소설작가이다. [봄날의 바다]는 범죄 관련 다큐를 보면서 느꼈던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상황을 소설로 엮어 고통스런 시간을 보낼
가족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작가 김재희 작가의 신작
장편으로 한국형 서정스릴러라는 새로운 쟝르를 탄생시킨 소설이라는 소개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분주해졌다. 오랜만에 한국작가의 추리소설인데다
서정과 스릴러라는 말의 부조화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소설은 살인자의 누나와 살인자의 엄마가
겪었던 사회에 대한 분노, 억울함에 대한 해명을 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리가 늘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가해자를 판단하고 정죄했다면 이
책에서는 가해자의 시선에서 사회를 보고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른 가족을 두고 있다는
것은 천형처럼 희영과 김순자를 옭아매고 붙들어버렸다. 그것은 아직도 끝없는 괴로움으로 붙들어매면서 종신형으로 집행이 되고
있었다."(p74)

희영과 준수는 남매로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엄마를 따라 제주 애월읍에 정착한다. 늘 바쁜 엄마 대신 희영인 준수를 돌보게 되는데, 희영은 준수가 귀찮기만 하다. 그렇게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준수는 어느 날, 참혹한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되어 희영과 엄마 김순자 앞에 나타난다. 조용하고 숫기 없는 준수가 그럴리
없다고 항변하지만 세상은 가해자의 가족 이야기엔 관심이 없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준수는 재판을 앞두고 구치소에서 자살을 하게 되고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그러나 희영과 순자 모녀만이 준수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할뿐 그 누구도 더이상 이 일에 관심도 관여도 하지 않게 된다. 죽기
직전까지 아들 준수의 죄없는 희생을 외치다가 하늘나라로 간 엄마 김순자는 유언조차도 준수의 억울함을 풀어주라고 희영에게 명하고 떠난다. 희영은
그런 엄마의 마지막 말을 저버릴 수 없어하다가 그 시기 비슷한 형태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제주도로 향하게 된다. 혹시나 10년 전 준수에게 누명을
씌운 진범이 나타나 다시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하늘은 푸르렀고, 봄날은 따뜻하게
다가왔지만, 마음속 저 깊은 곳에는 차디찬 한기가 온몸을 얼어붙게 하였다. 치명적으로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봄날과 그리고
바다였다."(p314)
진범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건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아픔만 가중되고 뚜렷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책은 중간까지는 답답하게 준수의 억울함만
강조하고 이야기가 진척이 되지 않다가 갑자가 후반부에 가서 내용이 스릴러로 변해가며 긴박하게 범인이 밝혀지게 된다. 반전에 반전을 더한 스토리는
독자가 범인이라고 지목한 사람이 아닌 다른 인물이 범인이 되어 마지막 소설의 묘미를 더했다. 그러나 이중적 인물로 그려진 현우가 갑자기 마지막에
가서 급격하게 자기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는 장면은 앞에서 보여줬던 현우의 이미지와 너무 대조적이라 약간의 개연성이 결여된
느낌이다.
희영과 준수, 현우라는 인물에게 가지게 되는
연민의 정이 이 소설의 마지막을 안타깝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