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을..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확 끌렸던 독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배우자에게 화가 났거나 싸운 상태라면 더욱 공감이 가는 도발적인 책 제목에 책 내용이 궁금한 것은 인지상정이겠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의 저자 남인숙은 여자 마음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이 책을 소개한다. 얼마전 읽었던 [요즘 남자 요즘 연애]가 남자의 심리를 대변한 것이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여인내의 속마음을 들춰내고 있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남인숙은 작가 경력도 있으며 베스트 셀러 에세이스트이다. 

중년 여성들의 화두는 늘 나이이다. 몸이 눈에 띄게 노화가 진행이 됨에도 정신은 그 속도보다 느려 불균형에서 오는 심리적 위축과 갱년기 증상까지 여러모로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 중년 여성에게 나이듦이 결코 싫지만은 않은 여러 이유를 들어 우리에게 알려주고, 때론 설득시키며 공감하게 해준다. 

책 제목만큼 남편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내용은 없다. 같이 늙어가는 동지애로 살뜰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어른이 되고 나서 느끼는 손해나 단점들을 그녀 특유의 시선에서 재해석하여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오히려 프롤로그에서 시원한 그의 성격이 많이 드러난다. 영겁의 사랑을 꿈꿨던 뜨거웠던 청춘의 사랑보다 중년이 된 지금이 더 낫다고 말하며 마흔이 넘어도 더 행복할 수 있고, 청년기의 불안한 미래에 보다는 지금의 평안한 안정이 더 좋다고 한다. 그녀의 글 속엔 시원함이 묻어난다. 엉켰던 감정의 고리들이 하나 둘 풀려지는 카타르시스도 느껴진다. 늙음에 대한 시각도 많이 넓혀주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책 속에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하나 둘 삶 속에 녹여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우리는 알고 보면 우리의 손에 닿는 것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온 결과로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후회를 몇 만 번 했더라도 결국 내가 좋아서 선택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후회하지 않고 내가 저질러놓은 일들에 대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만 생각하는게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비법일 것이다."  결국 태도의 문제이며 과거보다는 현재에 관심을 두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지금이라도 다시 복습해 평생을 곱씹고 다짐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쯤은 알아야 하는거 아냐?'라고 생각하며  서로를 괴롭히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기대보다 상대의 마음을 끔찍이도 못 읽어낸다." 특히 배우자에게 우리는 이런 마음을 늘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매번 알아주지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부모가 의도하는 대로가 아니라 부모의 됨됨이를 따라 자란다. 대단한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걸 자꾸 확인하게 된다." 부모가 된지 오랜 시간이 흐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주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목만큼 화끈한 내용은 많지 않았지만, 삶 속에서 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를 찾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알려준 시간이었다.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희망적 메시지까지 말이다.

우리는 자꾸 이런 질문을 배우자에게 하고 싶어한다.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꺼야?" 

이 질문의 대답은 정해져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배우자가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함께 늙어가며 나이듦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깊이 느꼈던 독서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