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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나서 그 감동으로 잔향이 남은 것처럼 그런 들뜬 마음이었을때, 전작이자 후속작인 [파수꾼]을 읽게
되었다. 전세계 동시 출간이라는 대단한 기획을 한 하퍼 리의 팬이라면 이 책에 대한 궁금증에 목말랐을 그 책을 말이다.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지어진 책이었고, 주인공 진 루이스가 어른이 되어서의 이야기이다. 물론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은 여러
이야기들에서 다른 내용으로 다뤄지긴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비슷하면서 중복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앵무새 죽이기]가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씌여져 묵직한 주제이면서도 더 읽기가 수월했다면 [파수꾼]은 제한적인 삼인칭 시점이라
그런지 [앵무새 죽이기]보다는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는 지루한 부분도 있었다.
물론 내용이 중복되다 보니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대사가 흥미롭지 않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책 속에서 파수꾼에 대한 내용이 나왔을때 드디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나왔구나 하며 반가왔다.
파수꾼이란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보이는 것을 공표해 주고, 실제로 사람들이 의미하는 것을 말해주고, 서로 다르게 말하는 정의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파수꾼이 그녀에겐 필요했다. 26살이라는 어리지만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녀는 그런 파수꾼이 절실했다.

[파수꾼]에서는 주인공 진 루이스와 고모 알렉산드라, 그의 남자친구 헨리, 아버지 애티커스, 삼촌 핀치 박사와의 갈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 갈등의 중심에는 인종차별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들어있고 진 루이스는 니그로라는 흑인 편에서 진정한 평등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럴 만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 없이 자란 그녀 옆에는 켈이라는 흑인 보모가 있었고, 헌신적으로 그녀의 가족을
돌봐주며 고용인과 고용주가 아닌 가족관계를 형성했었다. 아버지 역시 변호사라는 직업으로 언제나 법 앞에서 정의로왔으며 흑인편을 마다하지 않으며
그녀에겐 하나님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관계들이 잘 형성되어 오다가 하나의 사건으로 믿음과 신뢰가 깨져버린 진 루이스는 헨리와 에티커스에게
거대한 배신과 같은 감정으로 점철되고, 그렇게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로 각 편의 의견들이 나오게 된다.
[파수꾼]이라는 책이 먼저 씌여진 후 [앵무새 죽이기]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편된 내용이었다. 역시 난 [앵무새 죽이기]가 더
맘에 든다. 왜 작가가 그동안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집필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간다.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그 사랑을 능가할 수 있는
신작은 그만큼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삼촌 핀치 박사가 진 루이스에게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너는 정서적 불구자였어.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항상 네 답이 곧 아버지의 답일 거라 가정하고 답을 구해 왔지.'
신처럼 의지하고 존경했던 아버지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을때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공감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종간의 갈등을 바라본다. [파수꾼]의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