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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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앵무새죽이기




하퍼 리의 [앵무새죽이기]는 너무나 스펙이 화려한 책이다. 여기서 스펙이란 각종 상을 탄 것도 모자라 그 상의 1위를 차지한 어마무시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유수의 기관에서 이 책에게 '최고의 소설', '필독서1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최고의 소설', '가장 많이 읽은 책', '가장 사랑받은 책'이란 타이틀로 이 책에 힘을 실어 주었다. 가장 짧고 요약적인 말로 이 책의 이야기를 표현한 사람들은 '용기와 신념에 대한 이야기'라고 전한다.

올 해 90세가 된 하퍼 리, 그녀는 [앵무새죽이기] 이후 작품을 쓸수가 없었다. 처녀작이 너무나 큰 명성을 얻었기에 그녀는 부담감을 누구보다 느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그녀는 적지않은 나이 90세에 두번째 작품을 발표했다. 그녀의 두번째 작품을 읽기 전 그녀의 최고작 [앵무새죽이기]를 다시 한번 읽으며 그녀의 저력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고 한다. 이 한문장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와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중도에 읽기를 그만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대단한 책소개에 기대가 많았나? 아니면 몰입하고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기대했던가? 그러나 이 책은 담담하다. 화려한 기교나 독자를 꼼짝 못하게 하는 기술은 없다. 단지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고 느껴보게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짐하게 하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그 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것이다. 모든 책이 이런 결과를 독자에게 가져올 수 없기에 이 책은 당당하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세상 사람들의 애정을 받은 책이 된 것이다.

책의 제목은 원래 '파수꾼'이었다. 어쩌면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한 것은  파수꾼일지 모르나 , 이 책을 읽기도 전에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제목은 역시 [앵무새죽이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앵무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parrot이 아닌 미국 남부에 사는 흉내쟁이지빠귀란다. 그러나 소설 속 앵무새죽이기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때 느꼈던 감동은 글로 적을 수 없다. 작가의 의도와 사회적 공감이 만나 이 책은 이렇게 성장했다.

이 책이 섬세한 디테일과 감동의 힘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반자전적 소설이라는 리얼리티의 힘일 것이다. 작가가 겪었던 일, 인종차별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하퍼 리가 주장하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소설에서 잘 표현되어 있다.

이 번에 열린책들에서 [앵무새죽이기] 판권을 사며 새롭게 나온 책의 겉표지는 소설 속 너무나 중요한 배경인 메이콤 동네의 지도가 나온다. 이 지도를 보며 책을 읽으면 더 디테일하게 사건의 흐름과 맥을 찾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 책은 두 어린이와 그 아이들의 옆집에 사는 미스터리한 인물 부 래를리의 존재에 대한 사건과 사고 위주의 책이라고 여길 것이다. 책은 처음 이 기괴한 인물의 행동과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스카웃 핀치와 젬 핀치, 변호사인 아버지 애터커스 핀치는 책의 중요인물인데 애티커스 핀치의 역할은 대단하다. 나는 그가 말하고 행동할때마다 부모의 입장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아가 변호사라는 직업인으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위대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p65)


스카웃이 아빠에게 억울한 입장을 이야기했더니 아빠는 이렇게 말씀해주신다.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것이란다. 애티커스 핀치는 곤란하며서 어려운 사건을 변호하게 된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대적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일을 맡는다는 것은 스스로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왜 그런 일을 하시는 지 이해할 수 없었고, 점점 더 많은 사건 속에서 억울하고 부당하게 대우를 받게 된다.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p200)


애티커스 핀치는 아이들에게 양심에 따라 자신의 소신있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라 설명해준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을 속여가며 하나님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그, 그는 인생 속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날때마다 아이들에게 현명한 제시를 해준다. 조언이라고 할까?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고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있는 모습이란다."(p213)






백인과 흑인간에 일어난 사건은 모두 흑인에게 책임이 있었고 흑인이 죄인이어야만 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에 용감하게 흑인의 무죄를 밝혀내고 그들 편에 서서 변호했었던 애티커스 핀치,

그가 마을 사람들에게 양심에 따라, 인종차별의 부당함을알리고  한 인간으로서 존중해주고 지켜주고자 했던 그 노력들이 지금 미국에 흑인 대통령의 선출이라는 놀라운 결과까지 이어지게 된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쯤 나 역시 왜 이 책이 이토록 위대한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 공감이 되었다.

앵무새죽이기라는 제목이 왜 만들어졌는지 여기서 앵무새는 무엇인지도 말이다.

내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하며 감동을 받을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의 두번째 소설을 빨리 읽어보고 싶다. 또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에게 찾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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