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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크뢰거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5
토마스 만 지음, 강두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독일의 소설가인 토마스 만의 단편집을 읽었다.
그가 유명한 이유는 여러 가지 꼽을 수 있는데 나에겐 제일 첫번째 이유가 바로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수상한 노벨문학상 작품은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이다.
그는 평론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토마스 만의 자전적 내용의 스토리가 담긴 [토니오 크뢰거]는 철학적 고뇌와 현실 세계와의 괴리에서 오는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어 사건보다는 감정 묘사에 치중하는 성격을 띤다.
소설의 제목 [토니오 크뢰거]는 느낌 그대로 주인공의 이름이다. 소설의 중간 중간 마다 주인공 이름이 가지는 특이함과 불편함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이름이 주는 비범함이 결국 타인과는 다른 구별성을 띠게 하고 그것이 더 나아가 성격과 환경, 대중과 섞이지 못하는 나름의 변명으로 작용한다. 그는 이름만 특이한 것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졌고 그것이 융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토니오는 그런 이유를 독일의 북쪽 지방 출신의 이성적인 아버지와 남쪽 지바의 정열적인 어머니의 양극화된 성격의 피를 동시에 물려받았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토마스 만을 평가할때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언급하는 태도는 그의 탁월한 식견과 세련된 언어라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토마스 만이 지나치게 그런 점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려는 의도를 보게 된다. 그가 활동했던 시대나 그 이전 작가의 글들을 보면 그런 특징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토마스 만도 작가로서 사실적 묘사, 정서적 표현에 정성을 쏟는다. 토마스 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토니오 크뢰거] 뿐 아니라 다른 작품도 읽어 보아야 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작품인 [트리스탄]은 흥미로운 전개로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토니오 크뢰거]에서 리자베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특히나 그의 정신적 세계를 잘 말해주고 있다. 토니오는 봄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한다.
"문제는 제가 봄에 대해 부끄럼을 탄다는 점이지요. 봄의 순결한 자연성이며 그 모든 것을 물리칠 수 있는 청춘을 그만 부끄러워한다는 점입니다."
그의 계절에 대한 부끄럼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정확하게 와닿았다.
토니오는 그와 리자베타와의 대화에서 또는 편지에서 그의 내면세계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가 인생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서민적인 것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애정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토니오 크뢰거]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토니오가 마음에 품었던 두 사람인 한스와 잉게보르크를 우연히 만난 장면이다.
한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조금은 특별한 설렘으로 그들을 마음에 품었었는데 그 둘이 연인이 되어 삶의 어느 한 장면에 맞딱뜨려진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때 속절없는 사랑의 고민을 맛보게 했던 두 사람이다. 그 두사람은 종족과 유행이 똑같고 청순하고 명랑하며 자신만만한 동시에 소박하였다. 한번도 잊은 적 없었던 두 사람과의 조우, 그는 이렇게 되뇌인다.
'나도 너처럼 되고 싶다!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해서 너와 같이 자라나고, 마음을 곧고 즐겁게, 그리고 순박하고 올바르고 질서있게, 신과 사람들과도 뜻이 맞아 순진하고 행복한 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리고 잉게보르크 홀름, 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한스 한젠 너 같은 아들을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인식과 창조의 고뇌라는 저주를 벗어나 복된 평범함 속에 살고, 사랑하고 찬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이 몇줄의 문장이 토마스 만의 진정한 내면적 고백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토니오 크뢰거]는 소설의 내용이 끝날때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읽는 내내 진도가 안나가 불편했음에도 다 읽고 나서는 왠지 아쉬워 이별을 하고 싶지 않아 자꾸 뒤돌아보게 했다.
그런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