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풍족한 섬

아무 것도 없는 풍족한 섬
사키야마 가즈히코 지음, 이윤희.다카하시 유키 옮김 / 콤마 / 2015년 4월

아무것도 없는 풍족한 섬

한때 무인도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정작 섬을 사는 일은 그저 내가 아닌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무인도는 모든 기반 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서 미지의 섬이라는 매력이 감쇄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나와 나의 가족이 살아야 할 섬이라면 무인도가 그다지 좋은 메리트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필리핀의 수많은 섬들 중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매우 아름다운 섬을 산 사람이다.

이런 아름다운 섬을 산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너무나 아름다운 섬을 사서 그곳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될 것이다.

게다가 그는 갑부도 아니고 평범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었다. 섬의 가격도 우리나라 최고급 아파트 가격도 되지 않는 것이라 더 놀라왔다.

 이 책의 첫 몇 페이지에는 실제로 섬의 사진을 담고 있다. 섬 사람들의 모습, 삶의 현장 등을 보여주어 더 읽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섬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가 산 섬의 이름은 카오하간 섬이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동서로 긴 섬인데 모두 둘러 보는데 한시간 남짓이 소요된다고 한다.

나도 신혼여행으로 필리핀의 아주 작은 섬 도스팔마스로 갔다.

섬 전체가 크지 않고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더 묘하고 멋진 풍경이 연출되는 곳이었다.

아마 카오하간  섬도 내가 여행갔던 도스팔마스와 아주 비슷한 풍광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는 무인도를 산 게 아니었다. 이미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그는 섬을 매입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들을 내보내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 좋을 것이라는 충고를 받지만,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이점이 그의 시작이 매우 좋았던 포인트이다.

그는 그 곳 사람들과 철저하게 융화되었고,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섬 생활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당장 먹고 살 일이 도시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지혜를 모으고 문명의 이기를 빌려 그는 최대한 안락하고 평안하게 그의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고 있다.

가장 부러운 점이 있었다.

집과 별도로 구분된 그의 작업 공간이다.

그곳에서 그는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작업을 한다.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빗소리와 나무소리가 그의 친구이다.

해맑고 정겨운 섬 사람들과 가끔씩 그를 찾아오는 친구들, 그리고 그의 가족이 어우러진 섬은 나에겐 낙원이었다.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

자연재해 앞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은 매 순간 섬을 덮쳐 온다.

그럼에도 그는 그가 시작한 새로운 인생이 너무 좋아 이렇게 책으로 우리에게 소개를 해준다.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섬도 바라지 않아, 그냥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몇 평의 땅, 그리고 자연에 둘러싸인 공간이라면 그 어디든 좋을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그에게 위로가 되어준 카오하간 섬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