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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꿈결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6월
평점 :
며칠동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함께 했다.
독학으로 글쓰기를 배웠던 헤세는 아버지의 꿈과는 다른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여러 가지 시련을 겪은 헤세는 정신적 치료를 받게 되고 그것은 그에게 '재탄생'이란 말로 표현될 정도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다.
이런 체험과 개인적 연구를 기반으로 만든 책이 바로 [데미안]이다.
'내면으로의 길'이란 주제로 그의 글쓰기는 계속 되었다.
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데미안은 내면으로의 길, 개인의 자기 인식 과정과 그 완성을 인간의 근본적 과제이자 모든 사회 상황의 개선을 위한
기초라고 주장한다." (p277)
책 속에는 데미안을 잘 이해하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란 부제로 알 수 있듯이, 데미안은 열 살 무렵부터 스무살 까지의 주인공의 삶을 다루고 있다.
책의 스토리는 한 아이에서 청년이 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내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소재는 이렇지만 데미안에서 헤세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내고 있다.
미묘한 이야기의 갈등 구조, 세계와 세계의 충돌, 주인공 싱클레어가 겪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묘한 느낌으로 책속에 빠져 들게 한다.
유명한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의 영향을 받은 헤세는 데이만에서 그런 심리학적 접근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어린 시절 읽었을 때는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언어가 주는 유희만을 감동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심호흡을 길게 하고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될 듯한 문장들이 가득한 데미안은
어느새 밑줄이 수없이 거진 책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데미안을 다시 읽어보니 그 시절 나에게 주었던 감흥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좀 더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 시절 유럽인으로 겪었을 사회적 변화와 이데올로기적 구속이 헤세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쳤을 지 짐작이 되고 공감할 수 있었다.
" 그 순간, 마치 내가 행하고 체험했던 모든 것이 응답과 실현으로 내게 되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수많은 영상이 번개처럼 내 영혼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문 아치 위에 낡은 영상이 번개처럼 내 영혼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문 아치 위에 낡은 석조 문장이 있는 고향 집, 그 문장을
스케치하던
소년 데미안, 적인 프란츠의 사악한 굴레에 매여 두려움에 떨던 어린 나, 좁다란 방의 고요한 책상에 앉아 동경하는 새를 그리던 청년인 나,
자기 자신의 실로 짜 그물에 얽혀 든 영혼-모든 것,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다시 울렸고, 내 안에서 긍정하며 답을 얻고
인정을 받았다." (p 222)
책 속에서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꿈 속에서 또는 그가 직접 그린 여러가지 이미지와 그림들이 나온다.
일러스트가 없는 책을 보았을때는 그 그림들이 혹은 이미지들이 어땠는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이번 꿈결 출판사에서 나온 데미안은 감각적인 그림들로 데미안의 내면의 이미지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너무 멋진 훈남으로 그려진 게 마음에 든다.
헤세와도 닮은 듯한 모습이다.
" 그것은 내 운명의 울림이었고 리듬이었다."(p133)
헤세의 영혼을 울리는 문장들과 함께, 그가 주장하는 카인의 표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며칠동안 행복했다.
고전이 주는 감동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지배하는 힘을 가진다.